소등 캠페인·비대면 달리기 이벤트 참여 일기
1시간 30분...불 끄고 집 밖에 나가 쓰레기 줍기

2주 전인 지난 3월 26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를 진행했다. WWF 한국본부는 ‘1시간 소등’과 더불어 온라인 비대면 달리기 ‘어스아워런’을 진행했다. (이한 기자 2022. 3. 25)/그린포스트코리아
2주 전인 지난 3월 26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를 진행했다. WWF 한국본부는 ‘1시간 소등’과 더불어 온라인 비대면 달리기 ‘어스아워런’을 진행했다. (이한 기자 2022. 3. 25)/그린포스트코리아

2주 전인 지난 3월 26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를 진행했다. WWF 한국본부는 ‘1시간 소등’과 더불어 온라인 비대면 달리기 ‘어스아워런’도 진행했다. 기자도 여기 참여했다.

어스아워는 세계자연기금 주최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이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1시간 동안 불을 끄고 기후위기가 인류 공동의 과제이자 모두 함께 실천해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는 메시지를 떠올리는 행사다. 이 캠페인에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해외 주요 랜드마크와 국내외 주요 기업도 동참한다.

지구를 뜻하는 ‘Earth’와 시간을 의미하는 ‘Hour’를 합친 어스아워는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 190여 개국 2만여 개의 랜드마크가 참여하고 있다. 어스아워 초창기에는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자연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WF에 따르면 올해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베이징 피닉스 센터, 타이베이 101, 콜로세움, 에펠탑, 예수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포함한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1시간 소등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사당, 남산서울타워, 서울시청, 인천대교, 서울국제금융센터, LG트윈타워 등 50여 곳 이상의 랜드마크가 불을 껐다. 

◇ 1시간 30분...불 끄고 집 밖에 나가 쓰레기 줍기

WWF 한국본부는 ‘1시간 소등’과 더불어 온라인 비대면 달리기 ‘어스아워런’을 진행했다. 기자도 여기 참여했다. 어스아워런은 WWF와 애니멀런이 함께 진행한 비대면 달리기 캠페인으로 기후위기와 자연파괴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예전 같으면 마라톤이 진행됐겠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참가자 각자가 편한 일정에 달리기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3.26Km 또는 8.30Km 등 두가지 인증거리 중 하나를 선택해 달릴 수 있다. 기자는 3.26Km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 다리를 다쳐 수술 후 현재 재활중이어서 오래 달리기가 어려워서다. 현재 빠르게 걷기와 잠깐씩 가벼운 달리기만 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기자는 한시간 이상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방식으로 비대면 달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참가를 위해 기자가 받은 배번은 1595번이었다. 참가인원이 1천명이었는데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려는 사람이 그것보다 많은 것 같아 괜히 뿌듯했다. 3월 26일부터 4월 10일 사이 편한 날을 골라 주어진 거리를 뛰고 런닝앱으로 인증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기자는 이왕이면 1시간 소등과 맞추기 위해 26일 토요일 8시에 불을 끄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1시간 30분 동안 집 주위와 동네 공원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플로깅’ 형식으로 대신한 ‘런’.

1시간 30분(정확하게는 27분)동안 6.1Km를 걸었다. 걸음수로는 7946보, 런닝앱에 따르면 334칼로리를 소모했다. 그 시간 동안 5L 종량제봉투를 들고 나가 반 이상을 채워왔다. 부피가 큰 쓰레기보다 담배꽁초와 작은 쓰레기 위주로 채웠고 채워야 하는 거리수를 고려해 줍기보다 걷기에 조금 더 집중했는데도 종량제봉투 반을 넘겼다.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문제가 몸으로 직접 와닿았다. (목요일 연재하는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를 위해) 매번 쓰레기 사진을 찍기만 하다 직접 주워보니 뿌듯한 마음도 생겼다.

지난달,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리더 (활동명) 비키씨는 기자에게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줍든 많은 분들과 함께 모여 쓰레기를 줍든 가장 많이 목격하는 쓰레기는 단연 담배꽁초”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 ‘닦장’ 황승용씨가 “거리에 가장 많이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담배꽁초”라면서 “플로깅을 할 때 꽁초를 다 줍자고 마음 먹으면 솔직히 100미터 가는데 한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가 보기에도 그랬다. 1시간 30분 내내 담배꽁초만 줍는 미션이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정도다.

기후위기를 생각해 1시간씩 불을 끄는 사람, 종량제봉투를 들고 다니며 남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줍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길에 함부로 쓰레기 버리지 말고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 담배꽁초도 버리지 말고 말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020년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5회차는 지구를 위한 달리기 ‘어스아워런’에 참여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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