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플라스틱의 변신...기계적 재활용 페트 등장 눈길
대형마트서 제로웨이스트 실천...리필 세제 매출 205% 신장
재사용 포장재 택한 장보기 앱...종이박스 445만 개 감소 효과

유통업계가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위해서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는 물론, 사후 발생하는 포장재 쓰레기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현동 소재 홈플러스 남현점 ‘제로마켓’ 모습. (홈플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업계가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위해서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는 물론, 사후 발생하는 포장재 쓰레기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현동 소재 홈플러스 남현점 ‘제로마켓’ 모습. (홈플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업계가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는 물론 사후 발생하는 포장재 쓰레기 관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위한 행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환경적 소비를 중시하는 그린슈머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한편, 기업이 환경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진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식·음료 기업에서는 재생 플라스틱을 용기에 도입하고,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대형마트에서는 리필과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자원순환 거점을 마련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재사용 포장재 도입을 통해 종이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

◇ 재생 플라스틱의 변신...기계적 재활용 페트 등장 눈길

식·음료 기업은 플라스틱 용기가 안고 있는 환경적 문제를 바꿀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용물을 담을 용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것도 새로운 방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빈 생수 페트병을 직접 회수해 친환경 유니폼 3000벌로 업사이클링한 데 이어 폐플라스틱 활용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최근 출시한 제품의 페트 용기는 생산 공장에서 발생한 고품질 플라스틱 부산물로 만든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기존 석유에서 유래한 플라스틱 원료와 1:9 비율로 섞은 것이다. 화학 구조 변화 없이 페트병에 열을 가해 만든 국내 최초의 기계적 재활용 페트(M-rPET)로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페트병 몸체뿐만 아니라 묶음용 포장 필름에도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적용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과 협업해 만든 재생 포장필름은 재생 폴리에틸렌 20%를 혼합해 제작한 것으로 기존 플라스틱 필름과 강도나 색 등에서도 차이가 없다고 전해진다. 

롯데칠성음료는 페트병 몸체와 포장필름에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함으로써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폐플라스틱 매립 및 소각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가능성도 낮췄다. 해당 제품은 칠성몰에서 6본입 묶음포장 패키지로 우선 판매하고 향후 판매채널 및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실천적 ESG 경영 활동으로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에 적용된 기계적 재활용 페트를 향후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 국내 최초 출시, 페트병 경량화 추진, 폐페트병 회수 서비스 실시 등 환경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2050년 탄소중립 및 제로 웨이스트 실현’을 선언한 바 있는 CJ제일제당은 자사의 스테디셀러인 햇반 용기를 직접 회수하는 데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부터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대부분 폐기되는 햇반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 자사몰인 CJ더마켓에서 햇반과 수거박스가 함께 담긴 기획세트를 구입한 후 사용한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담아서 돌려 보내면 택배사를 통해 회수된다. 

수거된 햇반 용기는 지역자활센터에서 분리 및 세척 과정을 거친 뒤 원료화 작업을 통해 명절 선물세트 트레이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은 줄이고, 지역자활센터는 고용을 늘리고, CJ제일제당은 계약 업체에 원료로 납품해 수익을 얻어 1석3조의 효과가 발생한다. 

CJ제일제당은 온라인 시범 운영 뒤 향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 등에 오프라인 회수 거점을 마련, 올해 400만개의 용기를 회수한다는 목표다. 회수량이 충분히 확보되면 CJ대한통운과 함께 친환경 물류용 팔레트 등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3월 기계적 재활용 페트(M-rPET)로 만든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3월 기계적 재활용 페트(M-rPET)로 만든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대형마트서 제로웨이스트 실천...리필 세제 매출 205% 신장

대형마트에서는 리필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유통하는 자원순환 거점을 마련해 제로웨이스트를 독려하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그 효과도 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리필 및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자원순환거점 ‘제로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용기 등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대형마트에서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로마켓에서는 세제, 샴푸, 화장품 등 리필할 수 있도록 하고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다회용 빨대, 주방 비누, 샴푸바, 손수건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홈플러스 월드컵점 오픈을 시작으로 합정점, 신도림점, 남현점 등 총 4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그동안 100일간 제로마켓을 방문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그린슈머는 총 2400명에 이른다. 고객의 70% 이상은 여성으로 월 평균 1.5회 이상 방문하는 단골 고객이 점포당 약 10%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리필 세제 품목 매출은 205%, 비누 품목은 27% 신장했다. 매출 상위 품목은 천연 수세미, 대나무 칫솔, 비누 등 친환경 제품 위주에서 최근 배스밤, 스테인리스 마사지 롤러, 괄사 등 뷰티제품, 여성용품과 양말, 수건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점포는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상품 구색과 프로모션을 마련하고 있다. 월드컵점 제로마켓에서는 이어폰, 충전 케이블 등을 회수하고 자유롭게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리필 세제 사용 독려를 위해 오는 17일까지는 세탁세제 1g당 2원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서울남현점에서는 지난달 문화센터에서 ‘재사용 유리병 활용 꽃꽂이 클래스’ 특강을 선보이고 오는 29일까지 홈플러스 문화센터 모바일 수강증 제시 시 제로마켓 전 품목 5% 할인, 세제 리필 10% 할인, 업사이클링 에코백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도림점 제로마켓은 비건 먹거리를 포함한 25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합정점에서는 샴푸바, 타월, 생분해 배변 봉투 등 반려견 제품과 친환경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신건호 홈플러스 대외정책총괄은 “유통업계, 소상공인, 고객이 동참해 착한 소비를 대중화하는 우수사례가 되어 기쁘다”라며 “보다 많은 참여가 이뤄지고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재사용 포장재 택한 장보기 앱...종이박스 445만 개 감소 효과

마켓컬리는 재사용 포장재인 퍼플박스 사용으로 30살된 나무 1000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마켓컬리는 재사용 포장재인 퍼플박스 사용으로 30살된 나무 1000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재사용·재활용 포장재 도입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 속에서 앱을 이용한 장보기 수요가 늘어난 만큼 포장재에 도입되는 친환경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상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재사용 포장재 퍼플박스 출시 8개월만에 30살된 나무 1000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고 5일 밝혔다. 컬리에 따르면 재사용 포장재 사용으로 종이박스 사용량이 445만 개 절감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16배 수치이자 축구장 473개 크기에 달한다.

퍼플박스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재사용 포장재로 약 47리터 용량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외부온도가 28℃일 때 기준 냉장 제품은 약 12시간 동안 10℃의 상태를, 냉동 제품은 약 11시간 동안 영하 18℃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워터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 사용량도 감소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퍼플박스 사용 후 워터 아이스팩 사용량은 5.6% 줄고 드라이아이스 사용량은 3.1% 감소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가입 고객이 34% 증가하며 1000만 명을 돌파했고 1인당 주문액도 커짐에 따라 평균 일주문량은 2020년 대비 약 60% 이상 증가했음에도 포장 시 들어가는 냉매제 사용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재사용 포장재 추가 구매가 부담스러우면 개인 보냉 박스로 배송 받을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 보유 박스가 실제 보냉이 가능한 포장재인지 인증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컬리에 따르면 퍼플박스 및 개인용 보냉 박스 출고 수는 재사용 포장재 시행 이후 월 평균 18%씩 증가하고 있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배송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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