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관심...채식으로 이어졌다”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여러 명의 비건지향 꿈꾼다”
공장식 축산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고기 위주의 식습관을 채식 중심으로 바꾼 사람들이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크게 4가지 이유로 나뉘는데 요즘은 환경적인 이유로 고기 소비를 줄이거나 멈추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기 위주의 식습관을 채식 중심으로 바꾼 사람들이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크게 4가지 이유로 나뉘는데 요즘은 환경적인 이유로 고기 소비를 줄이거나 멈추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기 위주의 식습관을 채식 중심으로 바꾼 사람들이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크게 4가지 이유로 나뉘는데 요즘은 환경적인 이유로 고기 소비를 줄이거나 멈추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그들은 왜 비건 지향 식단으로 바꾸었을까?

고기는 많은 이들의 ‘소울푸드’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에게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소비습관을 바꾼 사람들이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열악한 공간에서 사육되고 도축 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공장식 축산업이 지구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문제제기다.

실제로 비건은 최근 ‘핫’한 마케팅 트렌드가 됐다. 롯데호텔 서울은 비건 메뉴로 구성된 친환경 도시락을 드라이브 스루로 선보인다고 밝혔고. JW 메리어트 호텔은 ‘비건 칵테일’ 4종을 4월 한달 간 선보인다고 밝혔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는 비건 조식 세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요즘은 편의점 삼각김밥도, 소비자들이 많이 몰리는 미식거리 레스토랑에서도 비건 메뉴를 많이 볼 수 있다. 비건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단어였지만 요즘은 패션과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 “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관심...채식으로 이어졌다”

식습관에서의 비건 지향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짚어보자. 고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종교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뉜다. 인간이라는 종이 또 다른 종인 동물을 학대하고 고통받게 하면서 고기를 얻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으냐는 의문, 대규모 축산업 과정에서 식수와 농경지가 줄어들고 사막화가 촉진된다는 환경적인 지적, 그리고 채소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이다.

요즘 ‘비거니즘’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한국채식연합 대표이자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비시모) 대표, 그리고 33년째 채식 중인 이원복씨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채식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연령별로, 또 환경이나 시대적으로 좀 차이가 있다. 중장년층은 건강이나 질병 등 실용적인 동기로 채식에 관심갖는 분이 많고 10~20대 청년층은 윤리적인 동기가 많다.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면서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동물권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례가 많고, 요즘은 윤리적인 소비나 환경적인 행동에 대해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원복 대표는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가 교통분야에서 발생하고 51%가 축산업과 육류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축산업 등을 위해 수분 만에 축구장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매년 우리나라 크기만한 열대우림이 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8일에도 비건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대중교통 이용, 물 절약, 전기 절약 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가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약 700억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삼림과 열대우림을 파괴하거나, 육류를 냉동하여 공급하고 수출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온실 가스가 배출된다”라고 주장했다.

◇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여러 명의 비건지향 꿈꾼다”

지난해 4월 본지 인터뷰에 응한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멤버들은 제로웨이스트와 함께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가오클 측은 “멤버 전원이 비건지향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답변자는 “달걀이나 생선 등은 먹는 페스코 채식을 6년간 해왔고 가오클과 함께한 후 비건지향으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비건식단을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길고 꾸준히 노력하는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오클은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다 함께 비건지향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위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리고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작가들도 있다. 지난 2020년 작가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소속 작가와 활동가들이 박쥐와 천산갑 등을 비롯한 여러 동물의 입을 빌려 ‘절멸선언’이라는 시국선언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동물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 컨셉트 선언으로 동물의 입을 빌려 말하는 콘셉트였다.. 이들은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절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희진 이동시 소속 작가는 퍼포먼스 이후 본지와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현 작가는 자신들에 대해 “동물을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견해를 말하면서 “동물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유유하고 우아하게 살아갔을 뿐인데 그걸 무너뜨린 존재는 인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 작가는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물과 거리두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거리두기에 대해 “동물과의 접점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동물의 서식지인 삼림과 해양의 무분별한 발전을 줄이고 밀집사육 환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마치 공장과 같은 환경에 몰아넣고 사육하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희진 작가 역시 비건이었고 이동시 멤버 중 여럿이 채식을 실천 중이라고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공장식 축산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 받는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리터고 토마토 1kg을 기르는데는 단 180리터 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소고기 400그램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 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포어는 저서를 통해 인간들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하고, 사용하는 담수의 3분의 1은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인용한 서울환경연합 자료와 숫자는 다르지만 주장의 근거와 논리는 같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0년 4월 발표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언급했다. 당시 보고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41번째 주제는 최근 환경적인 이유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비건 지향’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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