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외래종도 할 말은 있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펴냄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펴냄. (이한 기자 2022.3.22)/그린포스트코리아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펴냄. (이한 기자 2022.3.22)/그린포스트코리아

당신은 혹시 배스라는 물고기를 알고 있는가? 낚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배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물고기가 ‘유해 외래종’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경험이 있을터다.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뉴스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다. 그러면 큰입배스는 소위 말하는 ‘나쁜’ 동물일까?

이 책은 큰입배스가 1973년 한국에 들어왔다고 소개한다. 강이나 호수, 늪에 살 수 있는 물고기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였다. 국민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양식용으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양식장에 갇혀 살던 큰입배스는 1975년 경기도 가평에서, 그리고 1976년에는 팔당호에 풀렸다. 큰입배스는 국내 생태계에 잘 ‘적응’했다. 이들이 토종물고기를 잡아먹자 2019년에는 ‘유입주의 생물’로 지정했다. 요즘은 ‘큰입배스 낚시대회’를 열기도 하고 가물치나 쏘가리, 칠성장어처럼 큰입배스와 맞대결이 가능한 종을 일부러 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책은 묻는다. 큰입배스는 사람들의 입맛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 사람들의 입맛을 위해 다시 죽어야 하는걸까? 책에는 “사람들이 큰입배스를 일부러 수입하지 않고 또 양식해서 늘리지 않았다면 과연 생태계 교란 생물 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담겼다. ‘유해 외래종도 할 말은 있다’라는 부제가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동화작가가 글을 쓰고 서양화와 미술교육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자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태계의 변화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생활 환경과 서식지를 훼손하거나 옮기지 않으며 최대한 사람의 간섭이 없도록 유지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바로 이 얘기를 쉬운 글과 직관적인 그림으로 표현한다. 책 뒷표지에는 ‘자꾸 없애다 보면 사람도 없어질지 몰라!’라는 글이 적혀있다. 동식물과 지구환경,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보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요즘 ‘친환경’이 ‘유행’입니다.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관심이 트렌디한 소비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합니다. 솟아나는 관심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파도를 만들어 기후위기를 넘는 물결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출판 시장에도 환경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됩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그리고 우주에 쌓이는 쓰레기까지...그 내용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환경 관련 이슈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관점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책으로 읽는 환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주에 1번 일요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와 번갈아 보도합니다. 열 세번째 순서는 동식물 관련 주제를 흥미롭게 다룬 ‘유해 외래종도 할 말은 있다 악당이 된 녀석들’(다른매듭)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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