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세계 물의 날
미세플라스틱 문제...보이지 않아도 선명하게 존재
해양 미세플라스틱 35% 미세섬유...기업혁신·제도변화 필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봤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봤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각국이 협력해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유엔이 1993년 제정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봤다. 

◇ 미세플라스틱 문제...보이지 않아도 선명하게 존재

미세플라스틱은 길이가 5㎜ 이하인 플라스틱을 말한다. 바닷속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학계에 보고된 건 1970년대 초반부터지만 해양 미세플라스틱 크기에 대한 기준이 마련된 건 2008년부터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분말, 펠렛 등 생산 단계에서부터 작게 제조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기존 플라스틱 제품이 빛이나 미생물 등 환경 작용에 의해 작은 입자로 잘게 부서지면서 발생한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바닷속 먹이사슬을 따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양을 오염시킨다. 플랑크톤에서 작은 물고기로, 작은 물고기에서 큰 물고기를 거친 미세플라스틱이 도착하는 종착지는 우리 식탁이다. 실제로 지하수, 천일염, 조개류, 참치캔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인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유럽인은 홍합과 굴 섭취를 통해 연간 평균적으로 1만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 보통 해산물의 내장을 제거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억분의 1미터라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해 내장 이외의 조직까지 침투할 수 가능성이 있어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수산물 등 유통식품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국내 유통식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인체 노출량을 조사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식품섭취량을 토대로 산출한 인체노출량은 1인당 하루 평균 16.3개. 식약처는 이 수치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독성정보와 비교하면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에도 해양 식품이 안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그 농도가 높아지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는데,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세플라스틱 증가 폭도 예견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양수산개발원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전 세계 해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5조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태평양에 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2016년 약 250㎎/㎥였으며, 2030년에는 500㎎/㎥, 2060년에는 1000㎎/㎥으로 2배에서 4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 해양 미세플라스틱 35% 미세섬유...기업혁신·제도변화 필요

물 속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각 가정의 하수도에서부터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양도 상당하다고 알려진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약 96%는 육상에서 발생하며 이 중 합성섬유, 타이어 분진, 도시 먼지 등 3가지 요인이 87%를 차지한다고 알려진다. 세계자연보전연맹(UCNI)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유입 미세플라스틱 원인은 의류세탁(미세섬유)이 35%로 가장 큰 원인을 차지했고, 타이어 마모와 도시먼지가 각각 28%, 24%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패스트패션 등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미세섬유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은 22일 오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구해요, 세이브 디 오션 캠페인’을 펼치면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35%가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미세섬유라고 지목했다.

석경미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 합성섬유는 싸고 편리해 우리가 입는 옷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널리 사용되는 소재”라며 “문제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할 때마다 미세섬유가 배출되고 이로 인한 해양과 하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연구결과 낙동강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중 미세섬유가 30%에 달했으며 미세섬유 양은 하류로 갈수록 증가했다. 연구진들은 세탁기 세탁 폐수가 미세섬유 유출의 주요 원천일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소비자기후행동 실천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제거 장치를 직접 설치해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실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에 따르면 현재 550여 가구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가구 당 빨래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1회 평균 200만 개인 것을 감안하면, 11억 개 미세플라스틱 감축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제조사 등 기업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세탁기 제조 단계에서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부착하고 미세섬유를 덜 배출하는 섬유를 개발하는 등 산업 전반의 변화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산업 전반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적절한 지원책과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 소비자 실천과 함께 기업의 혁신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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