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는 종이류가 아니라 플라스틱"
소창수건·광목행주·천연수세미 쓰는 사람들

내가 사용하거나 사용 후 버린 것이 때로는 물에 영향을 미친다. 그 물은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그런 이유에서 물티슈나 키친타올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행주 대신 천연 소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내가 사용하거나 사용 후 버린 것이 때로는 물에 영향을 미친다. 그 물은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그런 이유에서 물티슈나 키친타올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행주 대신 천연 소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닦는다. 예전에는 걸레와 행주 또는 수건이 하던 역할을 요즘은 물티슈가 대신한다. 휴지나 행주 그리고 수건 등도 매일 쓴다. 이 제품들은 모두 환경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닦고 버리는 모든 것들이 때로는 물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가 무엇을 써야 물이 깨끗해질까?

과거 기자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냄비에 걸레나 행주를 삶으셨다. 몸을 닦는 수건과는 다른 용도였다. 걸레는 바닥을 그리고 행주는 식탁이나 그릇을 닦는 용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젠가부터 기자의 집에는 물티슈나 일회용 타올이 걸레와 행주의 자리를 대신했다. 수건은 여전히 아침저녁 사용했지만 특히 물티슈가 ‘만능 청소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티슈는 사실 활용도가 높다. 청소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닦는데도 쓴다. 기자는 눈 수술 후 며칠간 세안을 하지 못했을 때 물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특히 물티슈 수요가 많다. 요즘은 화장실용 물티슈도 따로 있다. 사무실에도, 차 안에도,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책상이나 테이블 근처에도 물티슈가 있을 터다.

물티슈의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편리해서다. 행주나 걸레처럼 빨고 말리고 삶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 쓰면 버려서다. 그렇다면 많이 쓰는 만큼 많이 버려지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물티슈는 물과 종이로 만든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다. 폴리에스테르(PE)로 만든다. 참고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제작한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물티슈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배출해야 한다.

◇ 물티슈는 종이류가 아니라 플라스틱

소비자들은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6월 20대 이상 소비자 6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3.4%(276명)가 물티슈는 펄프(종이류)라고 응답했다. 섬유라고 대답한 사람도 21.7%(138명)이었다. 종합하면 65% 이상은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잘 몰랐다는 의미다.

당시 소비자시민모임은 ‘소비자리포트’ 6월호에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폴리에스테르 재질은 플라스틱 재료의 하나로. 의류와 가구 덮개. 이불, 컴퓨터용 마우스 패드, 방수 시트, 산업용 밧줄, 벨트 등의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티슈 역시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해 우리가 물티슈를 쉽게 쓰고 버리면 그만큼 생태계와 환경은 파괴된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물티슈를 얼마나 사용할까. 앞서 언급한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1~2장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이 58.8%(374명)로 가장 많고 3~5장이 17.1%(109명), 5~10장이 10.4%(66명), 그리고 10장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4.3%(27명)였다. 일회용 물티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9.4%(60명)였다.

소비자시민모임은 해당 자료에서 “물티슈의 재료는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 등의 플라스틱류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물티슈는 1년에 129만톤 이상 생산되고 사용한 물티슈는 소각을 해야 하는 등 처리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켜 땅이나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도 밝혔다. 사용하고 버린 물티슈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물이 오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물티슈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소비자시민모임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굿바이 물티슈 자료를 바탕으로 실천 노하우를 공유했다. 개인 손수건이나 다회용 행주, 걸레를 사용하고 배달음식 주문 시 일회용 물티슈를 받지 말라는 조언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규제정책을 도입하며 업소용 물티슈를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 포함하라고도 조언했다.

◇ 소창수건·광목행주·천연수세미 쓰는 사람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다회용 행주를 사용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매일 사용하는 수건의 소재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대자연은 지난 연말 ‘제로웨이스트 키트’를 통해 소창수건과 광목행주, 그리고 천연수세미 등의 사용을 권장한 바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 옷감 이야기’에 따르면 소창은 면 방적사가 평직으로 성글게 짜여 있는 면직물이다. 일반적으로 정련, 표백하여 흰색으로 사용한다. 열전도율이 매우 크면서 피복율이 매우 낮아 일반 의복용보다는 기저귓감 등 위생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실제로 소창수건은 최소한의 물건만 사용하겠다는 이른바 ‘미니멀 리스트’들이 수건 1~2개만 가지고 쓰는 물건으로 알려져 있다. 대자연은 무형광, 무표백 먼지없는 순면에 건조가 빠른 친환경 수건이라고 설명한다. 키트에 함께 담긴 천연수세미는 식물 수세미를 말려 만든 것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거품이 잘 난다고 대자연은 설명했다.

광목행주는 건조가 빠르고 먼지가 적어 깨끗하게 쓸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공목은 형광, 표백 등의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 가공한 원단이다. 목화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짠 후 삶는 작업을 반복해 만든 것으로 엷은 누런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천연섬유인 광목을 손수건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대자연은 광목행주에 대해 “무형광 무표백의 자연가공 광목의 천연섬유”라고 소개했다.

물티슈나 키친타올 대신 소창수건과 광목행주를 직접 사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미세 플라스틱을 내가 직접 먹거나 하수도를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수건과 행주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로 흘러가도 어차피 내가 다시 먹는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내가 사용한 것이 물에 영향을 미치고, 그 물을 통해 다시 나의 식탁으로 온다는 목소리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34번째는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닦을 때 사용하는 일상적인 도구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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