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소재 늘려가는 패션업계 “개선할 수 있는 것 극대화”
포장재 업계 “식물성 소재로 줄이는 환경 문제 크게 봐야”
홍수열 소장 “경우에 따라 시나리오 달라져...소비 통제 필요”

플라스틱이나 동물성 제품 대신 사용되는 식물성 소재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 식물성 소재 제품의 환경적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계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이나 동물성 제품 대신 사용되는 식물성 소재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 식물성 소재 제품의 환경적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계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환경문제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이나 동물성 소재 대신 사용되는 식물성 소재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식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방법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코로나시대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코로나 이후 나의 소비행위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에 각 산업계에서는 식물성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제품 라인을 늘려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대체식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패션업계에서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나 동물성 소재 대신 유기농 면화나 선인장·버섯·사과껍질을 이용한 비건 가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옥수수나 곡식으로부터 추출한 바이오 생분해 성분의 포장재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물성 소재 제품도 결국 환경적으로 자유롭울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PLA 소재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원료가 되는 곡식을 포장재 만드는 데 다 써버리면 새로운 경작 문제와 가축 사료 문제가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즉, 식물성 소재의 환경손익분기점이 정말 높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식물성 소재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계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 식물성 소재 늘려가는 패션업계 “개선할 수 있는 것 극대화”

이같은 관점은 최근 플라스틱 대신 면화로 옷을 만들고 식물성 소재 비건 아이템을 눈에 띄게 늘려가고 있는 패션업계에도 적용된다. 패션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환경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옷이나 신발 등 패션 아이템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식물성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부터 모든 신발 라인을 지속가능한 소재로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에서는 이탈리아 비건 스니커즈 브랜드 ‘아이디에잇’과 손잡고 사과 껍질로 만든 비건 가죽을 사용한 애플스킨 라인을 출시했다. 아이디에잇은 사과 껍질, 포도 껍질, 파인애플 잎 등 버려지는 과일 부속물을 활용해 신발을 제작하고 있다. 헤지스는 패션 아이템 중 환경 오염 요소가 가장 많다는 신발 라인업부터 전면 개편하며 유의미한 수준의 ‘그린 디자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헤지스 관계자는 식물성 소재가 안고 있을 수 있는 환경적 문제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현재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친환경을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완벽하게 낭비가 없고 친환경적인 이상적인 상태에 있다라기보다는 ‘낭비될 수 있는 부분을 줄이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존 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재활용 폴리 등 친환경적 요소 비율을 확실히 높여가면서 (환경적 유해요소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이고 앞으로도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면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흔히 폴리 등 플라스틱 소재로 옷을 만드는 것보다 면화가 더 친환경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면화로 옷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작을 위해 넓은 땅이 필요하고 물 사용량이 많으며 살충제와 화학비료 사용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 다. 

이와 관련해 오가닉 브랜드 그린블리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면화가 세계 경작지의 2% 차지하는데 농약 10%, 살충제가 25%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래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몸과 환경을 생각해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면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포장재 업계 “식물성 소재로 줄이는 환경 문제 크게 봐야”

포장재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식물성 소재로 만든 생분해성 포장재 도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식물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 소재는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없고 폐기 시 퇴비화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기업에서 선택하고 있다. 제품 제작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것이란 기대도 커 칫솔대 등 기존 플라스틱 소모품 대안으로도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물성 소재 원료가 되는 곡식의 경작지 문제, 곡물 부족으로 발생하는 동물 사료 문제, 공장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CO2 발생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라스틱 대비 친환경적인 건 맞지만 환경적인 영향이 없진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PLA 소재는 전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태국에서 공급이 이뤄지고 있고 국내 회사는 대부분 이를 가공해서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나 제품을 대체하는 등 용도에 맞게끔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기업 선에서 환경적 문제를 개선한다기보다 일단 제조회사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세상에 절대적으로 100% 친환경적이거나 자연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것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종이도 공정 중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들어간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공정에서는 CO2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적게 쓰느냐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에 1이라는 탄소를 배출한다고 했을 때 친환경적인 요소를 통해 1에서 얼마를 줄일 수 있느냐를 봐야 하는 문제 같다. 결국 기업은 세상을 얼마나 편하게 만드느냐, 편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홍수열 소장 “경우에 따라 시나리오 달라져...소비 통제 필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체육, PLA 포장재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이 안고 있는 또 다른 환경 문제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우리의 딜레마”라고 했다. 

홍수열 소장은 “소재를 비교하면 식물성 소재가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시나리오는 달라질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식물 소재 대체육은 기존 축산업을 통해서 제공되는 고기에 비해서는 환경적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가 발생해 식물성 소재 대체육 소비가 많아지면 문제 역시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구체적인 것은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평가)에 의해서 알 수 있겠지만 큰 틀은 재생 불가능한 소재에 의존하기보다 재생 가능한 식물성 소재를 기반으로 가는 것이 맞다”라며 “방향은 식물성 소재로 가는 게 맞지만 식물성 소재의 공급이 지속가능하겠느냐의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등 기존 제품 대비 환경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소비를 무한정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식물성 소재도 소비하는 양이 많아지게 되면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므로 소비 총량을 통제해 환경에 대한 총 영향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소비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사람이니까, 소비를 안 할 수 없으니까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용량 내에서 우리 소비를 통제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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