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식재료 관리부터 시작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구매하고 적당량만 조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구매하고 적당량만 조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어릴 때 밥을 먹으면 부모님이 꼭 ‘싹싹 긁어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두 분은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에 대해 얘기하셨다. 70년대생인 기자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우리나라가 농업국가라고 배웠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주위에는 농사짓는 분이 없었다. 농부들의 땀이 쌀 한 톨에 얼마나 배어 있는지, 그런 것들은 어린이가 이해하기에 좀 어려웠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음식을 남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안다. 재배하고 기르고 조리한 사람의 정성 문제도 있지만 버려지는 것들의 환경 영향을 생각하면 특히 더 그렇다.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면 땅이나 물이 오염될 우려도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버려지는 음식도 줄여야 한다. 처음에는 ‘남기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남은 음식을 모아 담으면 어지간한 그릇 하나는 다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스님들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기자도 그러려고 나름 노력했다.

◇ 버려지는 음식 줄이려면...식재료 회전율 높이기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 2020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80그램 배출한다는 의미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2021년 3월 출간한 ‘Food Waste 2021’에 따르면 한국인 1인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71kg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서다.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기본적으로 알맞은 양을 조리해야 한다. 먹을만큼만 만들라는 얘기다. 그에 앞서, 장을 볼 때도 먹을 만큼만 사야 한다. 그리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레시피를 활용하는 게 좋다. 재료는 적당한 온도와 올바른 보관방법을 지켜야 한다.

기자는 일주일치 식단을 짠다. 기본적인 식재료만 조금씩 냉장고에 넣어두고 채소는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매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돼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살 수 있는 재래시장도 자주 이용한다. 조리 과정에서 채소나 고기나 남으면 잘게 다져 뭉쳐서 고기완자를 만들어 먹거나 구워 냉동해둔다

식재료를 구매하면 바로 손질해 보관한다. 냉동 재료는 한번 먹을 만큼씩 소분해두고 자투리 식재료는 따로 모아 투명한 용기에 넣어두고 자주 체크한다. 이것저것 재료들이 모이면 볶아먹는다.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의 양을 줄여 식탁의 ‘회전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사겠다고 먼 거리를 차로 이동하거나 온라인 배송을 자주 주문하는 건 또 다른 환경 문제가 있으니 집 근처에서 주로 장을 본다. 구매 단계에서부터 버려질 식재료를 신경 쓰니 결과적으로 남기는 음식이 줄었다. 귀찮고 손발이 피곤하지만, 쓰레기를 줄이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 아직은 현실인가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3회차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몇 가지 노력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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