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물성 식품 시장 경쟁 치열
식물성 식품 브랜드 론칭부터 비건 레스토랑 오픈까지 
두부 가공 넘어 ‘한국식 대체육’ 개발에 투자 확대
밀키트 접목하고 독점 판매하고...시장 저변 확대

식품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비건 식품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품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비건 식품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품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비건 식품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식물성 식품 시장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로 평가 받고 있지만 채식 선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식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식품 시장규모가 2016년 4760만 달러에서 2026년 2억 16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존 대두 단백질 외에 새로운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 내에서 ‘푸드테크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체육은 환경문제와 동물복지 이슈로부터 자유롭고 앞으로의 시장 환경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굵직한 식품기업들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더 나아가 비건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식물성 단백 소재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밀키트나 HMR 제품에 비건 키워드를 접목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물성 식품 시장은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비건 식품은 육류 제품 제조 및 판매 과정에서 판매되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 식물성 식품 브랜드 론칭부터 비건 레스토랑 오픈까지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면서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식물성 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플랜테이블은 Plant(식물)와 Table(식탁)의 합성어로 ‘100% 식물성 원료로 맛있는 미식’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 제품을 국내는 물론,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출시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고기 없이 채소에 식물성 오일을 사용하고 콩 특유의 향은 CJ제일제당의 차세대 프리미엄 식품 조미 소재인 ‘테이스트엔리치’로 잡았다.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는 젓갈 없이 100% 식물성 원료로만 담궈 깔끔한 맛을 냈다.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 제품의 방점을 ‘K-푸드의 글로벌화’에 찍고 있다. 육류는 검역 문제로 수출 규제가 많아 비비고 만두 등 육류 포함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게 되면 사실상 전세계 모든 국가로의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올해 식물성 식품 제품 라인업을 더욱 늘려 국내는 물론 미주와 유럽, 할랄시장까지 진출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푸드 글로벌화에 최적화된 품질력과 제품 구성이 향후 ‘플랜테이블’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자체 연구개발,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기술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장을 선도하고 ESG 경영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선 농심은 올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레스토랑 운영에 나선다. 오는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을 앞두고 있는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에서는 농심이 베지가든 제품을 만들며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전문 셰프와 함께 개발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이 비건 레스토랑에 도전하는 이유는 최근 친환경과 가치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 푸드가 ‘착한 먹거리’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향후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커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비건 푸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포리스트 키친 오픈을 추진했다. 비건 메뉴로 개인의 휴식은 물론 지구 환경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두부 가공 넘어 ‘한국식 대체육’ 개발에 투자 확대

지난해 3월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학교 급식 및 외식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식물성 대체육을 공급하는 것 외에 자체 개발한 식물성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그동안 ‘두부텐더’, ‘두부 크럼블 덮밥소스’처럼 두부를 다양하게 가공한 대체육을 선보이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형태, 질감, 식감을 모두 동물성 고기처럼 구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미국 업체가 주력하는 패티·소시지 위주의 대체육과는 달리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한국식 대체육’을 개발해 국내 대체육 산업을 리딩하겠다는 포부다. 

관련해 글로벌 식품 소재 기업들과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글로벌 식음료 원료 개발 기업인 IFF 한국법인 다니스코 뉴트리션앤드바이오싸이언스와 손잡고 이어 식물성 단백 소재 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그리디언 코리아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 ‘식물성조직단백(TVP)' 원료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TVP는 일반 동물성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식물성 대체육 소재로 대체육의 조직감이나 색상 등 품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콩에서 추출한 TVP는 콩 비린내가 남아있고 콩고기 특유의 질긴 식감을 가지고 있어 고품질 대체육을 위해선 TVP 가공 기술력이 중요하다. 

풀무원이 지난 12월 선보인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 2종’과 비건 냉동밥인 ‘식물성 불고기 철판볶음밥’에는 모두 콩에서 추출한 TVP 소재가 사용됐다. 그동안 비건 라면 ‘정면’, 비건 만두 ‘얇은피 꽉찬 세모만두 두부김치’ 등에 비건 냉동밥까지 내놓은 풀무원은 향후 생면 HMR, 간편식 떡볶이 등 비건 HMR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정하 풀무원식품 PPM사업부 CM은 “풀무원이 그동안 선보여온 식물성 대체육이 두부를 다양하게 변형한 제품 위주였다면 신제품은 육고기와 형태, 질감, 식감 등을 유사하게 구현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기를 대체하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밀키트 접목하고 독점 판매하고...시장 저변 확대

프레시지는 지난해 12월 대체육 밀키트 4종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했다. (프레시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프레시지는 지난해 12월 대체육 밀키트 4종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했다. (프레시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대체육을 밀키트와 결합함으로써 소비 접근성을 높이고 국내 대체육 시장 저변 확대를 노리는 기업도 있다. 

프레시지는 호주의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전문 기업 v2food의 제품을 활용한 ‘대체육 밀키트’를 지난해 12월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했다. 프레시지는 특유의 두향으로 조리 난이도가 있는 대체육을 리조또, 함박스테이크, 찹스테이크, 라구 파스타 등 밀키트로 구현해 편의성을 높였다. 

박주연 프레시지 상품기획자는 “채식을 즐기는 소비자가 육류 섭취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글로벌 비건 제품 라인 강화를 통해 비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말 캐나다 비건 식품 기업 ‘데이야(Daiya)’와 국내 독점 판매·유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자체 온라인몰 ‘그리팅몰‘과 오프라인 점포 식품관에서 비건 치즈와 케이크, 아이스크림, 드레싱 등을 선보였다. 

데이야 대표 상품인 비건 치즈는 콩단백·코코넛오일·유채유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실제 치즈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북미시장 비건치즈 부문에서 판매량 기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비건 식품 사업을 강화하는 건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하며 “특히 비건 식품은 육류 제품 제조·판매 과정에서 판매되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식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그리팅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건 식빵, 비건 마요네즈, 비건 마시멜로우 등은 매출 목표를 50% 초과 달성했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향후 비건 상품 품목을 더 늘리고 비건 간편식·비건 식단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헌상 현대그린푸드 상품본부장은 “최근 기존 비건 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을 생각해 간헐적 채식을 즐기는 플렉시테리언도 늘어나는 등 비건 식품 사업의 성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전망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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