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둘러싼 차가움의 연대기
심효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

냉장고 인류. 심효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이한 기자 2022.2.15)/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 인류. 심효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이한 기자 2022.2.15)/그린포스트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환경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냉장고 그리고 식탁을 둘러싼 문화와 역사 얘기를 다룬다. 하지만 그 안에 대량생산을 둘러싼 사회문제나 환경문제 등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냉장고 하나를 두고 온갖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데 환경적으로도 짚어볼 말이 있다는 얘기다.

심효윤 저자는 아시아문화원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연구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중앙일보에 심효윤의 냉장고 이야기‘ 칼럼을 연재했다.

저자는 과거 칼럼을 통해 “우리는 식품을 ‘구매’하는 간단한 행위로 문제가 해결되는 편리성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여기에서 문제란 좁게 말하면 당장 오늘의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일부터 크게는 동물복지와 관련하는 생명윤리, 환경과 오염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썼다. 이 내용은 본지 기사에서도 인용한 바 있는데, 책의 첫 장에도 이 주장이 담겼다.

냉장고를 어떤 시선으로 보아야 할까? 누구의 집에든 냉장고가 있다. 모텔에도 성인 한명 눕기에도 비좁은 고시원에도 작은 냉장고 하나쯤은 있다. 음식 솜씨가 마뜩찮은 기자의 집 거실에도 커다란 냉장고가 있고 기자의 부모님 댁에는 냉장고가 3개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과거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얼음도 귀했다. 그 시절에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하는 게 어려웠을터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저자는 책에서 “큼지막한 냉장고가 집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은 식재료를 계획 없이 과소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곳간은 탐욕을 부추기고 더 큰 공간을 원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냉장고를 어떤 시선으로 들여보아야 할까. 저자는 냉장고가 편리함 속에 감춰진 현대인의 습관과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선에 동의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 그것은 독자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냉장고를 주제로 현대인의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전기 먹는 하마로서의 냉장고,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그릇 등 냉장고와 먹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소개한다. 인류가 먹고 사용하는 것이 모두 환경과 관련이 있다면, 냉장고와 환경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요즘 ‘친환경’이 ‘유행’입니다.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관심이 트렌디한 소비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합니다. 솟아나는 관심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파도를 만들어 기후위기를 넘는 물결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출판 시장에도 환경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됩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그리고 우주에 쌓이는 쓰레기까지...그 내용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환경 관련 이슈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관점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책으로 읽는 환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주에 1번 일요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와 번갈아 보도합니다. 열 한번째 순서는 냉장고를 문화적인 시선으로 다루면서 환경적인 관점도 함께 제공하는 ‘냉장고 인류’(글항아리)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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