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제품 오래 사용하기

기자가 1년 6개월 동안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난 연말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썼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1년 6개월 동안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난 연말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썼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재작년 5월, 동네 편의점에서 1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많지 않은) 돈을 내고 샀다. 이것저것 물건을 제법 많이 샀는데 가방이 꽉 차서 담아갈 곳이 없었다. 환경전문매체 기자가 일회용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는 게 꺼려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플라스틱 또는 비닐과 완전히 차단된 채로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기자는 그 봉투를 1년 6개월 동안 썼다. 말 그대로 ‘마르고 닳도록’ 사용했다. 실제로도 젖었다 마르기를 여러 번 했고 닳다 못해 구석이 찢어져 손잡이도 늘어났다. (수개월 이상 비닐봉투 사용한 얘기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기사에도 썼다) 그렇게 오랫동안 들고 다니다 새해가 되면서 버렸다. 가끔 펴서 햇빛에 말렸지만 가방 속에 너무 오래 담아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 1회용도 오래 사용하면 '다회용' 된다

1회용이라는 이름이 어색하게도 비닐봉투는 매우 질기고 튼튼했다. 하루 종일 사용한 게 아니라 집 근처에서 간단히 장을 볼 때만 가끔 사용했지만 1년이 넘도록 기능상 문제가 없었다. 가볍고 질겨서 무거운 물건을 담아도 거뜬했고 물이 묻어도 탈탈 털어 말리면 금새 깨끗해졌다. 구석이 조금 닳아 구멍이 생겼지만 그래도 한참을 더 썼다.

차곡차곡 접어 가방에 넣으면 무게감이 하나도 없고 바지 뒷주머니에도 들어간다. 소지품을 가지고 다니는 가방으로는 쓸 수 없으나 동네에서 산책하다 갑자기 장을 볼 때나 집 근처 편의점에 갈 때 항상 사용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2번은 거기에 물건을 담아왔다. 지난해 여름 한 지자체 도서관에서 진행한 환경 관련 강의를 진행할 때도 그 비닐봉투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무엇을 사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버리는지도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물론 1년 6개월 동안 비닐봉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다. 기자도 가끔 배달음식을 시키고 마트에서 온라인 배송도 주문한다. 배달음식은 1회용 수저 안 받기를 선택해도 대부 비닐봉투에 담겨오고 마트 배송도 박스 대신 커다란 비닐에 담겨오는 경우가 많다. 줄이려고 나름 애를 썼지만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생긴 비닐봉투는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고 큰 것들은 투명PET병을 분리배출 하는데 썼다. 그러니까 1회용 비닐을 하나만 쓴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줄이려는 취지에서 1회용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장바구니 대신 썼다.

그 비닐봉투를 지난 연말 드디어 버렸다. 다른 비닐과 함께 모아 분리배출했다. 비닐은 버려지면 대개 열에너지 회수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데 잘 선별되어 그렇게 재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비닐봉투 하나를 곱게 접어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 다시 담았다.

비닐봉투는 편리하고 싸다. 그래서 많이 사용하고 쉽게 버린다. 잘 모으면 에너지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함부로 버려지면 제대로 썩지 않고 여기저기 흘러가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기는 어렵다. 하지만 줄여야 한다. 1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으로 쓰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비닐봉투를 1년 넘게 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주위에 너무 쉽게 버리는 물건이 없는지 혹시 있다면 그걸 더 오래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자는 얘기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0회차는 오래 사용했던 1회용(?) 비닐봉투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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