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환경이 백혈병 발병과는 무관하다는 외부기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14일 경기도 수원 기흥캠퍼스에서 "제3의 해외기관(인바이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반도체사업장이 백혈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미국 보건안전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Environ)사에 의뢰해 진행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인바이론사는 1982년 설립돼 전 세계적으로 74개 지사에서 1,100명 이상의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가 산업보건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인바이론사의 폴 하퍼(Paul Harper) 소장은 "조사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측정된 모든 항목에서 화학물질 노출 위험 수준이 매우 낮았고,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바이론사는 근로자들의 작업과 공정별 화학물질 노출 위험 수준에 따라 유사노출군(SEG, Similar Exposure Group)을 35개로 구분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 33개 노출군은 글로벌 노출 기준에 비해 10% 미만, 2개 노출군은 50% 미만으로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바이론사는 "화학물질 50종에 대한 발암(가능) 물질인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TCE), 포름알데히드 정량 분석 결과 모든 시료에서 이들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No Detection), 방사선 안전성 평가에서도 작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방사선 노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백혈병 발병자 6명은 직업적 노출로 인해 백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고, 과거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생 사이에 연관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삼성전자의 발표에 앞서 서울 행정법원은 지난 6월 23일 “소송을 제기한 두 사람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듯한 외부기관 조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법원 판결마저 존중하지 않는 책임 회피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자칫 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도체 사업장 근무자 중 백혈병이 발병한 사례는 총 26명이며, 이중 9명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정문 기자 jmoonk9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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