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의 '슈퍼 쿨비즈' 열풍…기업들은 '글쎄'

▲ 12년째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서울시 친환경교통과의 김명기 주무관

 

#서울특별시 친환경교통과의 김명기 주무관(46)은 여름철이면 개량 한복을 입고 출근한다. 벌써 12년째다. 중량구, 강북구, 도봉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김 주무관은 그러나 서울시청 남산별관으로 배속된 뒤에는 주말에만 개량 한복을 입었다. 본청이라 약간 망설여졌단다. 하지만 1일부터 서울시가 여름철 복장을 자유롭게 하는 '쿨비즈' 정책을 시행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김 주무관은 "제가 볼 때는 반바지보다는 개량 한복이 하절기 때 입고 다니기 더 좋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남산에 위치한 서울시 인터내셔널 유스호스텔을 넘어 좀 더 산 윗자락으로 올라가면 서울특별시청 남산별관을 만나게 된다. 산중턱에 위치해 상쾌한 바람이 흐르는 이 곳에는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반바지와 샌달 착용, 소위 '슈퍼 쿨비즈' 복장 정책을 전두지휘하는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지난 1일 별관을 찾았을 때 많은 직원들이 시원한 반바지와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띈 건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한 직원의 모습이었다. 개량 한복의 실용성을 설명한 김명기 주무관, 그의 동료들은 한결같이 개량 한복이 보기좋다고 말한다. 옆 자리에 앉은 동료는 "공무원이 되고 개량 한복을 입은 분은 처음 봤다"면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서울시가 '슈퍼 쿨비즈'라 부르는 시원한 시도를 한 첫 날, 서울시 공무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하루종일 언론이 찾아들어서 정작 업무에 집중하기는 힘들었지만 복장 간소화로 마음만은 가벼워 보였다.

서울시가 1일부터 시작한 복장 간소화는 혁신적이다. 이미 지난 22일 공표된 바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반바지와 샌달을 허용한 전례는 없다. 최초 발표될 때만 해도 공무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반바지 착용을 꺼려했지만 선구자가 나서자 봇물이 터졌다.

노은주 환경정책과 환경협력팀장은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니까 다들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반바지와 샌달도 공직자 품위유지 범위 내에서 단정한 차림을 권유하는 것이며, 의무적인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담을 가지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정책이 시행되는 배경에는 에너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전력 수요가 간당간당하다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공공기관은 하절기 기간 동안 실내 온도를 28℃로 유지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 주 내내 덥다는 이번 주간 서울시 평균 온도는 29℃이다. 지침대로라면 냉방하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기존의 복장 간소화 정책대로라면 이대로는 더위를 안 느낄 수 없다. 과천정부청사의 한 공무원은 "사무실이 벌써 찐다"면서 더위를 호소했다.

이같은 상황이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진흥 정책과 잘 맞물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감한 '슈퍼 쿨비즈' 시도는 두 가지 상황을 타파해 윈-윈을 달성하는 데 시작 선상에선 모자람이 없다.

노 팀장은 "올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시행하면서 좀 더 여름철에 대비해 편한 옷을 입자는 취지로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특허청도 뒤질세라 반바지와 샌달을 근무 외 시간에 허용하도록 했다. 백흠덕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은 "심사 부서라 본관이 비좁고 컴퓨터가 많다"며 "저녁엔 냉방이 안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이같은 바람과는 달리 복장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외국계 회사나 IT업종은 의외로 반바지와 샌달에는 인색했다.

대표적인 포탈 업체인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에서 입으라고 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날씨에 맞게 입고 다닌다"면서 "개발자 분들은 그런 분들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보통은 반바지를 잘 안 입는다. 깔끔하게만 입으면 되지 않나"라고 사내 정책을 설명했다.

외국계 회사인 이베이옥션의 경우도 비슷했다. 규칙은 없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따로 드레스코드는 없으나 비즈니스 캐쥬얼을 권장한다"며 "(여기에) 반바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임 회사들도 마찬가진데 온라인 게임 업체인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사규나 규칙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복장을 착용하되 반바지나 슬리퍼는 권장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연합해 일반 업체들도 실내 온도 26℃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서 여름철 넥타이가 실종된 상황이라 이 정책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 노 팀장은 "(반바지 등을 입으면) 개인 체감온도가 2도 낮춰진다"면서 "가정이나 일반 직장에서 동참하면 냉방 온도를 1~2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많은 분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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