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하 효과 '오리무중'…정부 고유가 대책으로 활로 생긴 격

 

 

[편집자주]휘발유값이 리터 당 2000원 대에서 내려올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최근 EU의 이란 제재안 결의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가시화되자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세 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현 상황의 원인을 점검하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①알뜰주유소, 체감 효과 약한 이유는
②정유4사 과점 깨면 기름값 내리나
③삼성토탈은 특혜 지적을 넘어설 수 있나
④대체연료 시장, 멀고 먼 활성화의 길

"그 건에 관해서는 코멘트를 하지 말라고 들었습니다"

알뜰주유소에 대해 질문하자 GS칼텍스 홍보실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는 두 업체, 즉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중 한 곳에 이와 같은 함구 명령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우선 알뜰주유소 공급 물량이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란 사실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본지의 지난 기사(12월 22일자, 현대오일뱅크 "알뜰주유소, 손해 보는 장사 아니다")에서 확인한 것처럼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은 손해나는 사업이 아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업 영역의 하나가 돼버린 것이다.

알뜰주유소에 공급되는 물량은 중부권은 현대오일뱅크, 영호남 권은 GS칼텍스가 점유하고 있다. 개별 주유소는 물량의 50% 이상만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양 사의 물량을 공급받으면 된다. 나머지 물량은 주유소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최소 500개 알뜰주유소의 50%를 양 사에서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지난 4월 19일 삼성토탈이 제 3의 알뜰주유소 물량공급자로 선정됐다. 경색된 유통 시장에 경쟁자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당시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는 양 사를 비롯, 정유4사의 일부 관계자는 특혜 문제를 거론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삼성토탈 측은 언론을 통해 정부 요청에 따라 공급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삼성토탈, "이전부터 몇 번 찾아왔다"
과연 그럴까.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에 몸담았던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전부터 몇 번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문제로 찾아왔었다"고 한다.

실제로 정부가 요청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공급을 결정했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2008년 2월 SK인천정유가 SK에너지에 합병되면서 국내 석유시장에 등록된 정유사는 4개가 됐다. 하지만 2010년 9월에 삼성토탈이 정제업을 등록하면서 국내 정유사는 등록 기준으로 5개가 됐다.

신규 사업 등록자인 삼성토탈에서 생산한 물량은 국내에 공급이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정유사들이 가지고 있던 영업망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납사(나프타, 원유 분해산물)를 통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 품질 보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토탈은 지금까지 3만7000톤에 달하는 생산 물량 전량을 일본에 수출해왔다.

그러다가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던 알뜰주유소 공급자의 한 명으로 삼성토탈을 끌어 왔다. 생산량도 8만8000톤으로 늘린다. 국내 시장에 활로가 생긴 것이다.

◇가격 인하에 효과 있을까?
현재 한국석유공사는 삼성토탈과 물량, 가격 등을 협의 중에 있다.

일단 삼성토탈 측 입장은 확고하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스펙 기준에 안맞는 제품이라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석유공사에 물량을 공급하고 그 다음 추가 작업이나 분배 등은 한국석유공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 답했다.

즉 삼성토탈이 맡은 역할은 물건을 국내에 파는 것 외에 현재로선 없다. 나머지는 한국석유공사가 담당해야 할 일이다. 구매한 삼성토탈 물량을 탱크에 담고 여기에 첨가제를 섞어 공급 가능한 기준까지 품목을 맞춘 뒤 판매하는 일은 삼상토탈 측이 조건을 바꾸지 않는다면 전적으로 한국석유공사 측에 일임된다.

이 과정에서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추가 금액이 발생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얼마나 드는 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추가 금액이 발생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기존 공급사들보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일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정부는 4월 발표 당시 이와 같은 대책을 통해 알뜰주유소 공급가가 30~40원 정도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것이 불분명하다. 협상에서 어떤 합의점이 도출되냐에 따라 이 가격 폭은 줄어들 수 있다.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하는 정유4사와 달리 납사를 수입하는 삼성토탈은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원유의 경우 3%의 수입 관세를 지불하는데 삼성토탈은 이 고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삼성토탈을 지목한 이유도 이 점에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언한 만큼의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면 시장 진입을 위한 특혜를 줬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가 힘들어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30~40원 할인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협상 결과에 따라 그 폭은 적어질 수 있는 것"이라 못박았다.

석유수출입업체들 또한 "제5정유사의 입성은 환영할만한 일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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