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판매가격 중 조정 요인 10%밖에 안 돼 사실상 한계

 

 

[편집자주]휘발유값이 리터 당 2000원 대에서 내려올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최근 EU의 이란 제재안 결의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가시화되자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세 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현 상황의 원인을 점검하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①알뜰주유소, 체감 효과 약한 이유는
②삼성토탈은 특혜 지적을 넘어설 수 있나
③대체연료 시장, 멀고 먼 활성화의 길

# 18일 찾아간 서울의 한 알뜰주유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일 낮 시간대란 점도 있겠지만 기자가 알뜰주유소에 있는 동안 손님은 한 명도 들르지 않았다. 주유를 위해 들르는 손님들을 인터뷰할 예정이었지만 그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해당 주유소의 한 직원은 요즘 장사가 잘 안되냐는 질문에 "손님이 급감했다"며 "기름값이 비싸져서 그런 것 같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에 처음 개장한 알뜰주유소가 22일 기준으로 전국에 500개가 운영 중이다. 이대로라면 지식경제부의 연내 목표인 '알뜰주유소 1000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알뜰주유소 500개의 가시적인 효과가 당초 기대보단 못미친단 지적이 많다. 지경부가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93개 자영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평균가는 리터 당 2022원으로 전국 평균가보다 40원 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주유소 100원 더 싸게 공급한다는 취지에는 부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정말 기대 이하인가
당초 알뜰주유소 정책의 목적은 주유소간, 공급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전반적인 판매가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알뜰주유소 방식으로 운영 중이던 농협NH주유소 외에 농협주유소, 고속도로 주유소를 같은 형태로 전환하고, 자가폴 운영 주유소의 알뜰주유소 참여를 독려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전국 주유소의 10%에 달하는 1300개의 알뜰주유소를 설립,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했다.

판매 물량의 공동 구매, 셀프 주유소화, 사은품 미지급 등의 방안을 도입하면 주변 주유소보다 최대 100원 정도 싼 가격에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근간이다. 결국 10원 단위로 경쟁하는 주유소 구조 상 주변 주유소들은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첫 번째 주유소인 경동 주유소가 개장하자 주변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 격차는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동 주유소 주변에 위치한 주유소 사장 중 한 명은 "가격을 안 내리면 손님이 발길을 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가격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이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22일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 휘발유 판매 평균가는 2090.7원, 알뜰주유소 5곳의 휘발유 판매 평균가인 1994.4원과 비교하면 96.3원 차이가 난다. 아직 가격 인하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시가보다 싼 가격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역할은 해내고 있단 평가다. 

◇체감 약한 이유는 외부 요인 때문
이처럼 실제 속살을 들여다 보면 현 시점에서 알뜰주유소가 실패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의 체감이 약한 이유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 알뜰주유소가 주변보다 싸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그 원인을 국제 유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가격의 45% 정도가 원유 구입가격이며,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외 45% 가량이 고정 비율에 따른 유류세로 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을 봤을 때 사실상 유가 변동의 원인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 폭에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주유소는 나머지 10%에 들어가는 유통비, 인건비 등을 조정하는 수준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무리 싸다한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들이 "90%는 조정이 불가능한데 10% 이하밖에 안되는 가격에서 조정을 요구하니 가격 인하를 많이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정유사 주장대로라면 의문이 생긴다. 유가가 올라갈 때 가격이 오르는 폭에 비해 내려갈 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폭은 상대적으로 적다. 원인은 석유산업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원유 수입가가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원유를 구입할 때 환율이나 물량, 딜러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수입 가격을 영업비밀이라며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알뜰주유소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이다. 알뜰주유소 물량 또한 현재 시점에서는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기존 정유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공동구매 혜택을 본다고 해도 수입가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칼자루는 정유사에게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한계가 있다.

국내적인 요인도 알뜰주유소 체감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서울지역 628개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는 5개로 1%도 안되는 수준이다. 2011년 기준으로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1800만 대의 자동차 중 6분의 1 수준인 297만 대가 서울시에 등록돼 있지만 알뜰주유소는 요원하다. 

이유는 견제 수단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구, 종로구, 용산구 등 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만도 2200원이 넘는 지역들은 주유소 수 대비 유동량이 많은 차량들 때문에 가격을 굳이 내릴 필요도,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이유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려고 한다면 주유소 장사를 그만두고 해당 부지에 빌딩을 지어 임대업을 하는 게 낫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주유소를 없애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 지적했다.

SK네트웍스가 여의도 주유소 부지를 허물고 주상복합 'S트레뉴'를 세워 분양한 것, SK에너지가 홍대 앞의 '청기와주유소'를 마진률이 좋지 않다며 매각한 점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최근에는 중구 오장동 SK주유소 부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서울시 부지 등에 미니 알뜰주유소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사례는 없다. 결국 천만 서울시 주민들이 알뜰주유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자기들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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