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으로 읽는 환경 ㉙] 햄버거가 보여주는 글로벌 기후위기
[제품으로 읽는 환경 ㉙] 햄버거가 보여주는 글로벌 기후위기
  • 이한 기자
  • 승인 2021.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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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날씨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 직격탄” 전 세계적인 문제
농작물 주산지 북상 중...기후 극한지수도 증가 전망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9번째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햄버거입니다. 햄버거는 기후위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편집자 주]

햄버거에 양상추나 토마토가 없이 토핑과 치즈만 들어가면 어떨까? 최근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해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달라진 날씨가 농작물 출하량을 바꿨고 그 변수가 식탁까지 이어졌다. 기후위기와 농작물지도 변화 등은 앞으로 인류 먹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햄버거에 양상추나 토마토가 없이 토핑과 치즈만 들어가면 어떨까? 최근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해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달라진 날씨가 농작물 출하량을 바꿨고 그 변수가 식탁까지 이어졌다. 기후위기와 농작물지도 변화 등은 앞으로 인류 먹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햄버거에 양상추나 토마토가 없이 토핑과 치즈만 들어가면 어떨까? 최근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해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달라진 날씨가 농작물 출하량을 바꿨고 그 변수가 식탁까지 이어졌다. 기후위기와 농작물지도 변화 등은 앞으로 인류 먹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20년 가을, 일부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햄버거에 토마토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지를 내놓았다. 토마토 대신 음료 쿠폰을 제공하거나 토마토를 빼고 가격을 할인하는 브랜드도 있었다. 지난 여름 길었던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토마토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단발적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이어졌다.

최근에는 ‘양상추 빠진 햄버거’가 이슈였다.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이상 한파로 양상추 가격이 올라 햄버거나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에서 양상추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작년 가을 토마토처럼, 올 가을에도 양상추를 빼거나 줄이는 대신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햄버거가 나왔다. 양상추 재고가 소진되면 치킨너겟을 제공하겠다는 공지도 올라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한 브랜드는 “한파에 따른 양상추 냉해 피해로 수급이 불안정해 일부 매장에서 샐러드 제품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달라진 여름 날씨, 그리고 빨리 찾아온 추위가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미쳐 식재료 수급난으로 이어진 사례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작년과 올해만의 이슈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 달라진 날씨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다. 봄은 예전보다 17일, 여름은 예전보다 11일 빨리 시작한다. 기상청이 지난 4월,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다. 당시 기상청은 서울과 인천, 부산과 대구, 목포와 강릉 등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 기상청은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109년간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로 꾸준히 상승했고,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했다.

비 내리는 경향도 달라졌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 늘었고, 반대로 강수일수는 21.2일 줄었다. 기상청은 “109년간 연강수량은 매 10년당 +17.71㎜로 증가하는 경향이나, 강수일수는 감소 추세로 최근 강수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큰 비’가 잦아졌다는 의미다.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봄과 여름 시작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여름은 118일(약 4개월)로 가장 긴 계절이며,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당겨졌다.

이 과정에서 날씨가 식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30℃ 이상 고온 추세로 농작물 피해 발생 건수가 늘었고 온습도지수(THI) 상승으로 인한 가축 폐사 발생일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오르는 바람에 어류 폐사 피해도 늘어난다. 반대로 날씨가 추워진 것도 앞서 언급한 양상추 파동 등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농·수·축산물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거나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90% 이상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으며 70% 이상이 기후변화가 자신의 소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다. 봄은 예전보다 17일, 여름은 예전보다 11일 빨리 시작한다. 우리나라 2017년 기온은 지난 1973년에 비해 제주권 1.14℃를 비롯해 수도권 0.91℃, 강원권 0.90℃ 등으로 높아졌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변화 직격탄” 전 세계적인 문제

날씨가 달라져 먹거리가 영향을 받는 건 ‘햄버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굳이 햄버거를 예로 든 이유는 지난해 토마토와 최근의 양상추 등 햄버거를 둘러싼 이슈가 국내에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작물 지도가 달라진 건 햄버거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본지가 올해 4월 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이상기후로 서리가 내리면서 포도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기온이 올라 포도가 평소보다 빠르게 성장했는데 철 지난 한파에 막 싹이 난 포도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CNN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랑스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기록적인 따뜻함이 이어졌지만, 지난 4일 부활절 주말동안 유럽을 휩쓴 한기 영향으로 급격히 추워졌다. 샹파뉴 지방 기온은 26도 가까이 오른 뒤 1주일도 안 돼 영하 6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영국에서는 올해 3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져 1968년 이후 50년만에 가장 더운 3월을 기록했지만 4월에는 추운 날씨에 서리까지 내려 농작물과 과일 수확량이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농무부 농업연구소(ARS) 리처드 노비 박사가 예일대 기후변화 사이트에 맥도널드 감자튀김에 주로 쓰이는 러셋 버뱅크 품종 감자가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 “농작물 주산지 북상...기후 극한지수도 증가 전망”

토마토나 양상추 수급은 시간이 지나고 안정세를 찾겠지만 기후변화와 식탁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날씨 패턴이 달라지면서 농작물 주산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고 폭염이나 열대야 등 기후 관련 극한지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기온 상승은 전 세계에 비해 최근 30년은 약 1.5배 높게 상승 했으며, 최근 20년은 약 0.7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2017년 기온은 지난 1973년에 비해 제주권 1.14℃를 비롯해 수도권 0.91℃, 강원권 0.90℃ 등으로 높아졌다.

당시 통계청은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 등으로 북상했다”라고 밝혔다. 경북 영천에서 주로 생산되던 사과는 강원 정선이나 영월 양구 등으로 주산지가 이동했고 경북 청도와 김천이 주산지였던 복숭아와 포도는 각각 충북 충주와 충북 영동 또는 강원 지방으로 주산지가 이동했다. 제주도 대표 작물이던 감귤 주산지는 전남 고흥 등 남해안으로 이동했고 인삼 주요 산지는 충남과 경북에서 경기와 강원으로 이동했다.

당시 통계청은 “세계 곳곳에서 폭염, 온난화, 극한 강수 현상 등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21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 아열대 기후로 변경되고, 주요 농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기온 상승과 함께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 관련 극한지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햄버거에서 빠졌던 토마토와 양상추를 일시적인 해프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달라진 날씨가 인류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환경 관련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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