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완성은 친환경...폐기물로 신발 만드는 기업들
사과 껍질부터 버섯 가죽까지...식물성 신소재 운동화 증가

헤지스는 2023년부터 모든 신발 라인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헤지스 친환경 프로젝트 ‘그린 스텝’ 비건 스니커즈 라인. (LF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헤지스는 2023년부터 모든 신발 라인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헤지스 친환경 프로젝트 ‘그린 스텝’ 비건 스니커즈 라인. (LF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버려진 페트병이 구두가 되고 버섯이 운동화가 되고 있다.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패션업계가 폐기물과 식물성 소재에 주목하고 있는 건 환경을 제외하고는 패션을 논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신발은 제작과정에서 수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최근 친환경을 중심으로 2023년부터 신발 라인업을 전면 재편하겠다고 발표한 LF 헤지스 역시 “국제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발이 생산과정에서 가장 큰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하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사업 방향 전환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패션업계가 신발에 접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는 다양하다. 리사이클 가죽과 코르크, 커피가루 등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부터 사과껍질, 파인애플 잎, 버섯균, 선인장 등 식물성 신소재까지 눈길을 끈다. 

◇ 스타일의 완성은 친환경...폐기물로 신발 만드는 기업들

동물성 가죽이나 합성피혁 대신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재는 버려지는 폐기물이다. 폐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내거나 재생 캔버스, 재활용 코르크 등 리사이클링된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과 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이 착용한 플랫슈즈로 미국 신발 브랜드 ‘로티스’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신발 한 켤레는 500ml 페트병 3개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다. 로티스는 착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서 페트병과 3D 프린터에 주목했다. 

로티스가 신발을 제작하는 순서는 간단하다. 버려진 페트병을 작게 분쇄해 분쇄된 플레이크를 압축기에 넣어 가느다란 실을 제조한다. 이후 이를 3D 프린터기에 넣으면 신발이 완성된다. 신발이 완성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단 6분으로 알려진다. 중요한 건 신다가 낡은 신발을 로티스에 다시 보내면 이를 재가공해 요가 매트를 만들거나 다른 제품에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차원에서 폐기과정까지 생각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에서는 재활용 코르크 등 폐기물을 재활용한 신발을 선보였다. 이른바 친환경 프로젝트 슈즈 ‘어스터치 시리즈’로 브랜드 내 인기 슈즈 3종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각각 리사이클 가죽, 재활용 코르크 등 폐기물을 재가공한 원자재와 에코 프렌들리 방수지를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

휠라에 따르면 소재의 최대 85%에 친환경 소재를 접목했으며 해당 신발의 갑피에는 에코 프렌들리 방수지가 주요 소재로 사용됐다. 이는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종이 소재로 연소 시 물과 탄소로만 분해돼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한편 휠라의 R&D 센터 휠라 랩에서는 ESG 경영 차원에서 리사이클 가죽, 코르크, 커피가루 등 다양한 폐기물을 원자재로 한 친환경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 친환경 제품에 접목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 사과 껍질부터 버섯 가죽까지...식물성 신소재 운동화 증가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닌 사과나 파인애플, 선인장 등 식물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곳도 있다. 식물성 소재는 동물 착취가 없고 공정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비교적 적게 사용해 동물은 물론, 환경에도 위해를 가하지 않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 후 폐기되더라도 대부분 생분해돼 환경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 5일 2023년부터 모든 신발 라인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탈리아 비건 스니커즈 브랜드 아이디에잇과 비건 레더 ‘애플스킨’ 라인을 출시했다. 

아이디에잇은 2019년 론칭된 비건 패션 브랜드로 사과 껍질, 포도 껍질, 파인애플 잎 등 버려지는 과일 부속물을 활용해 신발을 제작하고 있다. 국제 재활용 인증기관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획득하는 등 지속 가능한 소재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헤지스가 아이디에잇과 함께 선보인 애플스킨 라인은 사과 껍질로 만든 비건 가죽을 사용했다. 인솔부터 아웃솔까지 신발 전체를 재활용된 폴리에스터, 고무, 면, 종이 등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김훈 LF 헤지스 브랜드 총괄 CD는 “환경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패션 아이템 중 환경 오염 요소가 가장 많다는 신발 라인업부터 전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헤지스는 이후 중장기적으로 신발 외 품목에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그린 디자인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나해 무브 투 제로 캠페인을 통해 공장 폐기물을 재활용한 운동화를 출시했던 나이키는 올해 파인애플 잎을 활용한 비건 가죽 운동화를 출시했다. 영국 패션 회사 아나나스 아남의 비건 가죽 ‘피나텍스’로 만든 파인애플 제품이다. 피나텍스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섬유를 주성분으로 한다. 

나이키 외에도 폴 스미스, 휴고 보스 등에서도 파인에플 잎을 활용한 비건 운동화를 출시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파인애플 잎을 패션 소재로 활용하게 되면 단순히 비건 소재로 얻는 장점 외에 파인애플 농장에서 버려지는 잎을 태울 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일 수 있다. 

아디다스 역시 미국 바이오 엔지니어링 기업 볼트 트레즈와 손잡고 버섯 가죽을 소재로 한 신발을 공개했다. 버섯 가죽 ‘마일로’를 소재로 한 ‘마일로 스탠 스미스’의 출시 일정은 올해 말로 예측되고 있다. 

패션업계가 지속 가능성을 화두로 다양한 소재 개발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부 브랜드가 비건이라고 하면서 인조가죽을 사용하거나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고 해놓고 화석연료 기반의 합성소재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그린워싱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합성소재에 대한 대책 없이 한쪽에서 친환경 제품 라인만 늘려가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과정과 폐기 시 수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는 합성소재 제품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안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신소재 개발은 반기는 분위기다.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유행을 넘어 주류로 자리잡은 만큼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속 가능한 패션이 소비자에게 의구심 없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패션업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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