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도전기 ㊻] 안 입는 티셔츠 소매를 잘랐다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㊻] 안 입는 티셔츠 소매를 잘랐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1.08.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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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물건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으면?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46회차는 목 늘어난 티셔츠의 소매를 자른 일입니다. 버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7월, 오래 입은 티셔츠 소매를 잘라 '민소매 홈웨어'를 만들었다. 잘라낸 소매는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닦는데 썼다. '한 철 바짝 입고 버리는' 습관을 가졌던 과거의 기자가 보면 '궁상떨지 말라'고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버려지는 물건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이한 기자. 2021.7.18)/그린포스트코리아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7월, 오래 입은 티셔츠 소매를 잘라 '민소매 홈웨어'를 만들었다. 잘라낸 소매는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닦는데 썼다. '한 철 바짝 입고 버리는' 습관을 가졌던 과거의 기자가 보면 '궁상떨지 말라'고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버려지는 물건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이한 기자. 2021.7.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과거 기자의 취향은 유행을 좀 탔다. 좋아하는 게 확실하지 않고 이리저리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지름신에 자주 굴복했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미니멀리즘’이 멋있어 보였다. 많이 사고, 그만큼 많이 버리는 스타일이었다. ‘멀쩡한 걸 왜 버리냐’는 부모님에게 ‘안 쓰는 건 좀 버려’ 하고 맞서기도 했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건 부모님의 ‘경제적인’ 기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것’에 대한 기준이 부모님과 기자는 서로 달랐다. 낡고 오래된 것, 유행이 지난 것이 기자에게는 멀쩡하지 않은 물건이었던 반면, 기자의 부모님은 거기서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곤 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매체에서 일하면서 기자도 물건의 쓸모와 쓰임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대나무 빨대를 사용하고 고체 치약으로 이를 닦는 것도 좋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을 아껴쓰고 다시쓰고 버리지 않는 것도 괜찮은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됐다.

◇ 버리기 직전 티셔츠의 새로운 쓸모

옷을 예전처럼 마구 사지 않은 지 이제 4년째다. ‘유행하는 패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멀쩡한’ 옷을 오래 입는 전략으로 바꿨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낡은 옷이 조금씩 쌓였다. 그 중에 3번의 여름을 보낸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목이 늘어나고 색이 바래 외출복으로 입기에는 좀 어려웠다. 의류수거함으로 보내야 할까? 하지만 보내지 않았다.

올해 7월은 유난히 더웠다. 집에 머물때도 에어컨이 없으면 땀이 흘렀다. 주말이면 하루에 옷을 2번도 갈아입어야 했다. 땀을 흡수한 옷을 그대로 입고 잘 수도 없었다. 집에서 시원하게, 막 입을 옷이 필요했다.

의류수거함으로 보낼지 고민하던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소매를 잘랐다. 겨드랑이 아랫부분까지 가위로 찢었다. 리폼 기술이나 패션 센스는 없었다. 그저 집에서 남의 눈 의식 안하고 편하게 입을 민소매 티셔츠로 변신하면 될 일이었다. 4년차에 접어들던 기자의 면 티셔츠는 그렇게 민소매 홈웨어가 됐다.

잘라낸 소매 두 쪽은 노트북과 태블릿 PC 액정을 닦는 용도로 썼다. 안경이나 렌즈를 닦는 융 보다야 표면이 거칠겠지만, 어차피 화면에는 보호필름이 붙어 있고, 가벼운 소재의 면 섬유는 액정에 묻은 손자국이나 먼지를 닦는데는 충분했다. 입지 않고 버려질 티셔츠의 새로운 쓸모다. '가성비 좋은 티셔츠는 한 시즌 바짝 입고 버리는거야'라고 생각하던 예전의 기자가 봤다면 ‘궁상 떨지 말고 그냥 버려’했을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자에게는 익숙한 일상이다.

티셔츠를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티셔츠 한 장을 더 버린다고 문제가 갑자기 더 심각해지거나 덜 버린다고 그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버리는 행위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그 물건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는 습관은 의미가 있다. 나 혼자 그걸 한다고 대세에 영향이 있을까 싶겠지만, ‘나 하나 쯤이야’라는 마음이 좋지 않다는 건 유치원 때 모두 배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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