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때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비닐은 땅 속에서는 100년 넘게 썩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용할 때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비닐은 땅 속에서는 100년 넘게 썩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자는 과거 비닐을 습관처럼 사용했던 적이 있다. 식품을 잠시 보관할 때 ‘위생봉투’라는 이름의 비닐팩을 사용하면 유용했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고 나중에 그릇을 따로 씻어낼 필요도 없어서 편리했다. 그러다 비닐이 땅 속에서도 잘 썩지 않고 소각되더라도 유해물질이 나오고 재활용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뒤로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비닐을 줄이기로 결심하고 난 뒤에도 비닐 줄이기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식품과 제품이 비닐에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켓이나 마트에서 장보기를 할 때는 장바구니를 챙겨가 낱개 포장 제품을 사는 등 조금이나마 일회용 봉투 줄이기가 가능했지만 온라인 마켓에서 장을 보면 모든 식자재가 각각의 비닐에 포장돼 도착하곤 했다. 

기업에서는 식품 위생과 안전을 위해서 비닐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위생상, 유통상 안전을 위해 꼭 비닐 포장이 필요한 것도 있다. 그러나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상품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비닐 포장을 하는데 과거 시장에서는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데도 문제가 없었다”라며 “비닐 포장은 결국 상품 진열 시 깔끔하게 보이고 소비자가 집어가기 편하기 때문에 사용해온 것인데 (그런 이유라면) 포장재를 벗겨내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국장은 “상품에 영향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포장을 아예 벗겨놓고 판매하고 비닐봉투는 아예 안 쓰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으면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

‘비닐 포장재를 벗겨내는 것이 맞다’라는 주장 뒤에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갖고 있는 자원순환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 석유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비닐은 평균 사용시간은 20분도 채 되지 않지만 땅 속에서 썩는 데는 100년이 넘게 걸린다. 비닐이 다른 대체재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닐은 사용 후 매립이나 소각을 통해 처리된다. 깨끗한 상태로 분리배출된 상태라면 에너지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지저분한 상태라면 일반쓰레기와 함께 태워지거나 땅에 묻힌다. 특히 비닐 매립의 경우 땅 속에서 썩지 않는다는 문제가 크다. 매립장 안에 비닐이 썩지 않고 계속 남아있게 되면 매립장 수명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매립할 수 있는 쓰레기 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비닐이 태워지면 다이옥신이나 환경호르몬 문제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는 그보다 매립될 때의 썩지 않는 문제를 더 크다고 바라봤다. 

김태희 국장은 “과거 PVC 염소 때문에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소각 시 유해성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처리 과정의 문제로 보면 소각보다 매립 시 환경적 문제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닐의 자원낭비 면도 지적했다. 비닐의 경우 원래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깨끗하게 배출되지 않아서 대부분 소각장으로 들어가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고 자원낭비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에너지 재활용을 위해 소각된다면 차라리 에너지로 재활용이라도 되지만 분리배출될 때부터 이물질이 많으면 재활용 가능성조차 사라져 환경오염에 자원낭비라는 문제까지 더해진다는 얘기다.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비닐이 매립될 때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잘 분리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비닐을 잘 모아서 깨끗하게 분리배출하기만 하면 재활용이 잘 되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에서 자세히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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