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12월 플라스틱을 주제로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의 유혹’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비량, 국내 재활용 문제, 정부의 규제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관련 공식 통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고 별도의 수거 체계와 처리 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현 폐기물 제도를 지적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법률적인 용어로 짚어보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회용품’은 같은 용도에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총 10가지 항목이 있다. 1회용 컵과 접시·용기, 1회용 나무젓가락, 이쑤시개(전분으로 제조한 것은 제외), 1회용 수저와 포크·나이프, 1회용 광고선전물, 1회용 면도기·칫솔, 1치약·샴푸·린스, 1회용 봉투·쇼핑백, 1회용 응원용품, 1회용 비닐식탁보다. 

그린피스가 지적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소비자들이 흔히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 등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제품 포장용 비닐 랩이나 과일 채소용 비닐 소포장재, 과자 봉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 제품들이지만, 위 분류에 따르면 플라스틱 포장재 등은 (법적으로) '1회용품'에 속하지 않는다. 

◇ "재활용 효율 높지 않고 매립 소각 시설 부족" 

그린피스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문제를 다시 짚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은 재활용품이나 종량제 봉투로 버려진다. 플라스틱류 재활용품은 지자체 또는 민간수거업체가 수거해 선별과정을 거친다. 공동주택에서 버려지는 경우 위탁처리업체를 통해 재생원료 생산에 이용하거나 에너지 회수 시설로 이송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겨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면 매립하거나 소각처리 된다.

그린피스는 재활용 비율을 지적했다. 이들은 "플라스틱류는 재활용, 소각 또는 매립으로 처리되는데 문제는 재활용 비율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7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처리 비율이 약 62%라고 언급했다. 보기에 따라 높아보일 수 있는 숫자다. 하지만 이 비율에는 ‘에너지 회수’도 포함돼있다. 

에너지 회수는 불에 태워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에너지 회수도 재활용의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소각 처리는 가장 비싼 방식이고 혼합 폐기물은 연소성이 낮아 열 발생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 발생에 변동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매립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당시 기준으로) 최근 폐플라스틱을 수입했던 동남아시아가 폐기물을 다시 수출국으로 돌려보내거나 태국의 경우 폐플라스틱 수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매립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소각시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소각시설 일일 용량은 3만 2,083 톤이고, 플라스틱 폐기물 중 소각되는 양은 일일 1만 5,846톤이다. 그린피스는 “해마다 폐기물의 양은 급증하지만 시설용량은 감소한다”라고 밝혔다. 

◇ "폐기물 관리, 재사용 가능 구조 전환 절실" 

그린피스는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시작점에서부터 발생량을 감축하고, 폐기물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며, 리필 및 재사용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환경부가 제안한 폐기물 관련 종합대책에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의가 빠져있다고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종합대책에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포장재 등급평가 개정 및 표시 의무화, 비닐,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 의무대상 지정, 유통·소비 단계에서 1회용 컵 및 비닐봉투 사용량 35% 저감 등이 명시됐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를 세워 규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산 및 유통 업체에 강화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으로 인해 야기되는 오염 처리 비용을 부담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마무리 하면서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주범인 기업은 책임감을 느끼고 일회용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약속에서 나아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린피스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제품과 포장재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을 종식하고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며, 재사용과 리필을 중심으로 한 대안적 공급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종이와 바이오플라스틱 등 일회용문화를 조장하는 잘못된 대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면 안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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