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서 날아온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마을 물 앗아간 건 가뭄이 아니라 아보카도”
아보카도 농장 늘어나면...동식물 생태계 괜찮을까?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열 여섯번째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인기가 높아진 과일 아보카도입니다. 멕시코나 칠레 등에서 적잖은 물을 먹고 자란 아보카도가 비행기 타고 날아오는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아보카도는 최근 수년간 인가와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일까 아보카도 재배와 생산, 유통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보카도는 최근 수년간 인가와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일까 아보카도 재배와 생산, 유통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먹고 마시고 쓰고 생활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원을 쓴다. 옷 한 벌을 입어도, 과일 하나를 먹어도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지분을 늘리며 살 수 밖에 없다. 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먹는 것도 환경에 영향을 주는 행동일까? 아보카도를 가지고 그 질문을 풀어보자. 수많은 과일 중 굳이 하나를 콕 짚어 얘기하는 이유는 아보카도를 둘러싼 환경 영향에 대한 지적이 여러차례 제기된 적 있어서다.

소비 시장에서 아보카도는 꾸준히 인기다. 조선일보가 지난 28일 관세청 무역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아보카도 수입량은 1만 3282톤으로 2010년(457톤)과 비교해 10년만에 수입량이 30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부터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는 물가 대표 품목에 아보카도가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고 인기 많은 과일이라는 의미다.

아보카도는 영양소가 많다고도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3월 공식블로그 ‘농다락’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아보카도는 비타민 B, E, K 그리고 섬유질과 칼륨 등 영양소가 풍부한 열매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게시물에서 “100g 당 열량이 160~180kcal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불포화지방산이 8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종의 비타민과 14종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보카도에는 흔히 ‘슈퍼푸드’라는 별명이 붙는다. 그런데 최근 아보카도를 둘러싸고 환경적인 지적들이 이어졌다. 무슨 까닭일까.

◇ 칠레의 외침 “물 앗아간 건 가뭄이 아니라 아보카도”

아보카도를 향한 비판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 그리고 또 하나는 경작지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수입과일이므로) 장거리 운송 등에 따르는 탄소배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은 아보카도에만 적용해야 하는 시선은 아니다. 다른 식재료도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다. 고기는 물론이고 수많은 채소와 과일이 모두 재배 과정에서 물을 사용하고 대규모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땅을 개간해 경작지를 일궈야 한다. 누가 무엇을 먹든 식재료가 제품이 되려면 수송과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아보카도만 콕 짚어 색안경을 쓰고 볼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보카도가 환경적인 지적을 많이 받았던 이유는 뭘까.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물 문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아보카도 전쟁>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멕시코와 칠레 등의 아보카도 농장을 둘러싼 문제를 다룬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아보카도 이권을 둘러싼 멕시코 범죄조직의 카르텔 문제, 그리고 또 하나는 칠레와 캘리포니아 등 아보카도 주요 산지에 발생한 물부족 문제다.

다큐에는 물을 트럭으로 조달받는 칠레의 한 마을 얘기가 나온다. 주민들은 배급 받은 물로 씻고 음식을 해먹는다. 2008년까지만 해도 샘과 수로에서 맑은 물이 나오던 마을인데 이제는 수원이 메말랐다. 다큐는 “칠레 중부는 수년 동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마을의 물을 앗아간 것은 가뭄이 아니고 바로 아보카도”라고 지적한다.

아보카도는 22도 내외의 기온에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아보카도 한 알을 생산하는데는 적잖은 물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아보카도 전쟁'은 아보카도를 많이 생산하는 칠레의 한 지역이 물부족에 시달리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장소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보카도는 22도 내외의 기온에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아보카도 한 알을 생산하는데는 적잖은 물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아보카도 전쟁'은 아보카도를 많이 생산하는 칠레의 한 지역이 물부족에 시달리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장소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아보카도 농장 늘어나면...동식물 생태계 괜찮을까?

아보카도는 22도 내외의 기온에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아보카도 한 알을 생산하는데는 적잖은 물이 필요하다. 이 마을은 칠레에서 아보카도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인데 한편으로는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마을 주민은 “과거 살구나무와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등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면서 “더 이상 강이 흐르지 않고 말라버렸다”고 말한다.

칠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아보카도 생산을 늘리고 그 물량을 북미로 수출했는데, 당시 생산지 중심으로 물 사용량이 크게 늘고 강에서 농장까지 몰래 물을 대는 불법 수로도 여러개 발견됐다고 다큐는 주장한다. 다큐는 “우리 땅에서 물을 훔친 자들이 기른 아보카도를 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칠레 시민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아보카도에도 커피와 같은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농지 개간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진다. 아보카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개간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환경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시선이다. KBS는 지난 3월 아보카도 농장이 늘어나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KBS는 “급증하는 인기 속에 주요 재배지인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아보카도 농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곳은 하얀 눈으로 덮인 봉우리가 유명한 킬리만자로 산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유명했지만 아보카도 재배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일상적인 제품 속 뜻밖의 환경영향

당시 KBS는 “아보카도 농장이 들어서고 있는 암보셀리 국립공원 인근은 코끼리와 야생동물 24종의 서식지로 아프리카 사파리에 사는 야생동물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보카도 농장주들은 코끼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전기 울타리까지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남미에서 재배한 아보카도가 국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긴 수입·유통 과정을 거치므로 그 기간의 탄소배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이 역시 아보카도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예시로서 제기된 사례다.

일다는 지난 5월 24일 ‘채식은 기후위기의 대안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채소 중에도 식탁에 오르기까지 탄소 발자국이 큰 것들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에서 재배한 아보카도를 예로 들었다. 칼럼은 “항공기로 조달돼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우리를 만나는 이런 과일들은 킬로그램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같은 지역에서 나온 가금류 고기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 칼럼은 아보카도의 단점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라 로컬푸드의 장점을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본지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을 취재해 카드뉴스로 보도한 바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아보카도 한알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물이 성인 1명이 6개월간 마실 수 있는 양이며,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재배면적이 약 8배 늘어 동식물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는 흔히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소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과일 하나를 먹어도 인류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천연자원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어떤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콕 짚어 어떤 제품은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제품들이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한번쯤 짚어볼 필요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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