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제대로 버리는 것,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서른 여덟번째 사진은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놓인 쓰레기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물건을 옮겨야 할 통로에 버려진 캔, 출입구 앞을 가로막은 전동킥보드,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갑.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물건을 옮겨야 할 통로에 버려진 캔, 출입구 앞을 가로막은 전동킥보드,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갑.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몇 년 전 절교한 지인이 있다. 길을 걷다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기에 ‘여기다 버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더니 “길에 쓰레기가 있어야 청소노동자분들도 일을 하실 것 아니냐”며 웃어 넘겼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구나 싶어 관계를 끊었다.

건물 지하로 물건을 옮기는, 마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도구 위에 캔맥주와 캔커피잔이 버려져있다. 그 앞에는 전동킥보드가 주차돼있고, 사진에는 일부만 나왔지만 답배갑도 누군가 버려놨다. 전동킥보드 주차장이 따로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출입구 앞에 세워둔 건 아무래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게다가 저 쓰레기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누구나 쓰레기를 버리다. ‘제로 웨이스트’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인류는 이 세상에 없다. 중요한 건 얼마나 적게 버리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버리는지다. 아무데나,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 한, 정부와 기업이 환경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세상은 깨끗해질 수 없다.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스스로 처리하자.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아주 최소한의 도리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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