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I대표 일탈으로 인한 환매중단 '사고'…WM사업부 등 대처 과정 미흡

기업은행 본사 전경(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은행 본사 전경(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기업은행이 환매가 중단된 'Discovery US 핀테크 글로벌(선순위)채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하 디스커버리 선순위채권 펀드)' 판매과정에서 초고위험등급(1등급)인 이 상품을 수익률이 보장되는 확정금리형으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매중단 규모 695억원 가운데 약 13%인 90억원이 특정 고객에 판매됐는데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담보가치가 손실됐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8일 본지가 확보한 내부문건과 자료에 의하면 기업은행은 미국 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LLC)의 담보를 근거로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커버리 선순위채권 펀드는 미국 자산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LLC)가 운영하는 핀테크 대출채권 특수목적법인(SPV) DL Global(DLG)이 발행한 선순위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DLI는 디스커버리운용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DLG의 선순위채권 매입이 아닌 DLI의 'DLIF(미국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펀드)'와 'DLIFF(케이만군도를 통해 해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펀드)'와 함께 대출 플랫폼인 'DLIAB(SPV)'에 공동투자했다. DLI가 디스커버리운용과 판매사인 기업은행간 계약내용과 달리 임의로 'DLIAB'에 펀드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후 'DLIAB'는 3개의 플랫폼 업체에 펀드 자금을 재투자했는데 그 중 미 소상공인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쿼터스팟Quarter Spot(QS)'과 DLI대표가 자산을 과대계상하고 수수료를 부당 징수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부터 고발당하면서 자산이 동결돼 환매가 중단됐다. 기업은행에선 2017년 4월부터 2019년 2월12일까지 3612억원을 판매했으며 4월26일 만기였던 695억원 가량이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디스커버리 선순위채권 펀드는 DLI대표의 지분 및 DLG가 보유한 자산이 담보로 걸려있었는데, 일부 기업은행이 판매과정에서 'DLI대표의 지분 담보로 안정적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안내하며 판매했던 지점이다. 

기업은행이 판매당시 제작한 내부문서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기업은행이 판매당시 제작한 내부문서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실제 일부지점에서 투자한 한 법인 투자자의 경우 가입을 만류했음에도 'DLI대표의 지분을 담보로 확정수익이 보장된다'는 안내를 듣고 2월 12일 개인명의와 법인명의를 포함해 총 90여억원을 가입하고 13일 설정됐다. 하지만 13일~18일 가입해 19일 설정예정이었던 건부터 판매를 중단하고 계약을 취소했다. 담보로 잡았던 DLI대표의 담보자산이 DLI대표가 고발당하면서 담보가치가 손실될 우려가 있어서였다. 실제 한 달여가 지난 3월22일 SEC는 DLI의 자산을 귀속했고, DLI대표가 기소되며 담보자산 가치가 증발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일부 지점 PB들은 일부 투자자의 이의제기에 "19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률보증장치 소멸' 당일 설정예정이었던 가입건은 취소했다"고 안내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알아도 문제고 몰라도 문제다"라며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건 무능력하다는 것이고 알았어도 문제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측은 고의가 아닌 DLI대표의 부정행위로 인한 사고라는 입장이다.

고의적인 사기판매가 아닌, 사고로 인한 환매중단이라 해도 초고위험 사모펀드를 다루는 WM사업부의 미흡한 대처를 보이는 정황은 곳곳에서 보였다.

기업은행 WM사업부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에 의하면 기업은행은 △2019년 2월13일 영업점 직원을 대상으로 'DLG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는 교육을 실시했고 △2월18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으로부터 DLI가 운영하는 DLIF펀드가 환매유예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4월26일 DLI대표의 기소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담보자산의 근거였던 DLI대표의 기소사실을 인지했던 4월1일까지도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했다. 4월 1일 WM사업부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통해 영업점 직원에 디스커버리 선순위채권 펀드는 DLIF와 절연돼있어 안전한다고까지 안내했다. DLI대표는 기소됐지만, DLIF와 직접적 연관이 없으므로 안전하단 것이었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5일 디스커버리펀드 선순위채권펀드 자금이 DLIF와 공동 투자된 DLIAB의 자금이 묶여 환매가 중단됐고 26일 투자자들에 환매중단 사실을 통보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이 과정에서 환매중단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사고로 인한 환매중단으로 DLI대표의 부정행위를 미리 알 수는 없었던 만큼 사적 화해 등은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돼 금융감독원에선 지난 25일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예고했으며, 28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금감원이 최종 판결을 미룰 가능성도 존재하나 이후 금융위원회 의결 단계에서는 기관징계 처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1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에 기관 중징계와 임원진에 대한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가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KB증권에서 판매한 '라임AI스타1.5Y'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60~70%의 배상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KB증권의 위험 미고지 등의 부주의에 대해 '불완전판매'로 명시했다.

지난해 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또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사모펀드 판매 6개월 정지 및 과태료 처분이라는 '기관징계'가 내려졌던 만큼 기업은행도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한 징계와 별도로 중징계인 기관징계가 유력하다.

기업은행은 향후 진행될 제재심과 분조위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의 제재심과 분조위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이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mylife1440@greenpost.kr

키워드

#기업은행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