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LG트윈타워, 곤혹스러운 ‘관행(慣行)’
[데스크 칼럼] LG트윈타워, 곤혹스러운 ‘관행(慣行)’
  • 박광신 편집국장
  • 승인 2021.01.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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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신 편집국장
박광신 편집국장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사태가 사측 제안을 노조 측이 거부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노동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LG불매운동까지 꺼내들었으나 일각에서는 용역업체와 노동자의 갈등에 애먼 LG만 피해를 입는다는 논란이다.

이번 사태는 에스엔아이(S&I)코퍼레이션이 트윈타워 청소용역을 담당하던 지수아이앤씨 측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백상기업이 새로운 용역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백상 측에서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에게 ‘고용승계’를 거부했고 이에 지수아이앤씨 소속이던 청소노동자 25명은 고용승계와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계약주체인 에스엔아이 측은 고용노동부 입회하에 조정회의를 열고 고용유지와 위로금(최대 3개월) 등의 조건을 마련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고용유지’가 아닌 ‘고용승계’를 요구한 노조 측의 반발로 협상은 무마됐다. 현재 노조 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한 상태다.

표면적으로 놓고 보면 양측의 입장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각자 주장하는 이유도 분명하고, 기존 인력 승계가 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왔던 터라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새로운 사업자인 백상기업의 청소인력이 이미 새로 배치된 만큼 고용승계보다 고용유지 이행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이번 청소노동자 사태해결을 두고 노동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LG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청소노동자 사태를 모그룹인 LG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에스엔아이 코퍼레이션이 LG계열이며,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고모인 구훤미·구미정씨가 대표이기 때문에 모그룹인 LG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모기업인 LG그룹 측은 억울하다 입장이다. 자회사 개념이 있긴 하지만 오랜 기간 사옥관리를 용역업체에 맡겨온 만큼 이번 분쟁은 그룹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행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를 두고 벌어진 용역업체와 노동자간의 갈등이 모기업의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에스엔아이코퍼레이션 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민주노총 LG트윈타워 분회 관계자 등과 대화 창구를 열어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선 지금 공대위의 LG불매운동은 노조 측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몽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불매운동’은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 기업의 존폐까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LG가 직접고용 형태에서 노사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LG그룹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분들의 식사와 전기, 난방을 끊은 건 LG그룹이 아니란 말이다.

분쟁의 당사자도 아닌 LG그룹이 이번 사태를 통해 석고대죄 해야 할 일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불매’는 곧 ‘적폐’를 뜻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아온 LG그룹은 인권문제에 관해서 구설수에 오른 일은 거의 전무할 만큼 ‘사람’에 집중해 왔다.

과연 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관행과 관습 때문에 벌어지는 분쟁에 간접적으로 관여 돼 있다는 이유로 기업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면 고용주와 근로자의 장벽은 점점 더 높아만 갈뿐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잘못돼온 관행과 관습을 바라보는 사회계층의 온도차가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정치권의 관행은 손가락질 받으면서 노동계의 관행은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이런 관행과 관습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어느 때 보다 합리적 규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 노동자분들의 요구와 그동안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케케묵은 분쟁을 공론화, 정치화시키기 전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미리 마련돼 있었더라면 좋았을 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바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결국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먼저 손 내밀어야 할 일이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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