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은행 탓 공적기능에 은행 수익성 낮아…글로벌 사업 꼴찌 극복도 시급

손병환 NH농협은행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손병환 NH농협은행장 및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30년 농협맨' 손병환행장이 9년간 이어진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관행을 깨트리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랐지만 누적된 은행의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후발주자 딱지 극복이라는 숙제에 어깨가 무겁다. 공공기관 관료가 아닌 '잔뼈 굵은' 내부 출신인 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NH농협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전 NH농협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내부 출신이 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는 건 2012년 이후 꼬박 9년 만으로, 안팎에선 관피아 관행을 깬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와 더불어 30년 농협맨의 노하우에 기대를 보내고 있다.

손병환 행장은 지난 1990년 농협협동조합조합중앙회(중앙회)에 입사해 △2010년 중앙회 기획조정실 팀장 △2011년과 2012년 창원터미널지점 및 서울대지점장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 △2016년 중앙회 기획실 실장 △2018년 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9년 지주 사업전략부문장·지주 경영기획부문 부사장 및 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거쳐 올해 3월 은행장에 오른 자타 공인 농협맨이다.

농협금융 임추위가 차기 회장에 적임자라고 자신 있게 표명한 이유도 손병환 행장의 짠 뼈 굵은 이력에 있다. 스마트금융부와 기획 및 전략 부문을 거친 만큼 디지털과 같은 주력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데다,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내 해외 사업에 대한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적임자'라는 기대만큼 어깨도 무겁다. 농협금융이 지난 2012년부터 9년간은 관료 출신 금융전문가를 영입해 우리투자증권인수 등의 굵직한 성과를 추진해오며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NH투자증권이 동학 개미 열풍 등으로 호실적을 내며 은행 부분 수익성 리스크를 보완하고, 정부의 일시적 규제완화 조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출이 연체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내년 3월과 6월 이후 상환유예 조치와 만기연장 등이 종료되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는 등 예고된 위험부담도 존재한다. 더불어 2022년까지 2년간 해외 사업 진전도 보여줘야 한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가운데 글로벌 성적표가 가장 저조해 글로벌화가 시급하다.

먼저 은행 수익성 부문은 농업협동조합이라는 특수은행 탓에 발생하는 공적기능 리스크다. 지주사 내에서 총자산의 70%를 차지하며 수익성에 큰 비중을 차지하나 시중은행과는 달리 농업혐동조합법에 따라 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해야 해 영업 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지원 사업비 지출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업권 내 은행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이 최근 5년간 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연평균 3003억원에 달한다. 이는 동기간 은행 영업이익의 평균 40.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은행 부문의 이익안정성과 수익성 지표가 경쟁은행과 불리한 구조에 놓여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다.

올해 3분기까지는 은행이 충당금 적립으로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7억원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증권에서 50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은행 손실을 보완했다. 증권 부분 이익기여도가 높고 비은행 비중도 30에 이르는 만큼 지수 실적은 안정적 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나 은행의 수익성 부문은 숙제로 남아있다. 은행이 저조한 만큼 이익안정성도 낮기 때문이다.

김성진,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연구원은 농협금융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자산 및 이익 비중이 높은 은행부문의 실적 변화에 따라 회사의 전체적인 수익성이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농협은행은 정부의 정책성 업무수행에 따른 낮은 비용 효율성, 농업지원사업비 지출, 거액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일반은행에 비해 다소 열위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부문도 후발주자로 성적표가 시중은행지주 대비 저조하다.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국외 영업점포 현황은 6월말 기준 8개로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 평균인 23개에 못 미쳤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해외법인 순익도 17억원에 불과하다. 해외 법인 수도 여신전문사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두 곳에 그쳐 4대 시중은행 대비 글로벌 경쟁력이 열위하다.

단, 농협금융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순이익을 16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글로벌 수익 개선 전망은 밝다.

농협금융은 지난 7월 28일과 29일 본사에서 7개국 12개 해외 점포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사업 목표로 당기순이익 1600억원, 해외 13개국 28개 점포 확보 달성을 두고 다각적 네트워크와 역량 확장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중국 북경, 홍콩, 인도 노이다, 베트남 호치민, 호주 시드니 등 5개 거점에 지점 개설을 동시 추진 중이며, NH투자증권은 기존 해외점포 비즈니스 다각화 및 수익력을 강화와 동시에 유럽 내 영업거점도 늘리고 있다. 캐피탈은 인도 IFFCO-Kisan Finance에 대한 지분투자를 마무리하고 합작경영을 준비에 돌입하며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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