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人터뷰 ⑦] 쓰레기박사 홍수열에게 묻다...“쌓여가는 폐기물 문제, 어떻게 풀까요?”
[환경 人터뷰 ⑦] 쓰레기박사 홍수열에게 묻다...“쌓여가는 폐기물 문제, 어떻게 풀까요?”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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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쓰레기 관련 국내 제도는 훌륭...발전 없이 퇴보해서 문제”
“자원순환 해결 키워드는 기업, 재활용 고려한 제품 설계 필수”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가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인류가 가지 않은 곳에도 쓰레기는 흘러갔다. 쌓여가는 쓰레기가 지구를 모두 뒤덮고 결국 인류가 사라진 지구 위에 총천연색 쓰레기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쓰레기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박사’ ‘쓰레기통역가’ 또는 ‘쓰레기해설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쓰레기나 분리배출, 자원순환 관련 국내 주요 기사에서 그의 멘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쓰레기 상식 등의 내용을 연구하거나 강의하고,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홍수열 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다. 대학 졸업반 시절,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마침 읽은 환경 관련 책에 흥미를 느끼고 환경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환경정책과 폐기물 등에 관해 폭넓게 연구했다. 대학원 졸업 후 11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2014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세웠다. 쓰레기 문제를 쉽게 해설해 사람들에게 알려주자는 취지였다. 최근에는 분리배출의 중요성과 원칙 등을 다룬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과 기후변화 문제가 지구적 관심사인 지금,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고 할까. 그와 나눈 문답을 아래 옮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박사’ ‘쓰레기통역가’ 또는 ‘쓰레기해설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쓰레기나 분리배출, 자원순환 관련 국내 주요 기사에서 그의 멘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수열 소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박사’ ‘쓰레기통역가’ 또는 ‘쓰레기해설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쓰레기나 분리배출, 자원순환 관련 국내 주요 기사에서 그의 멘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수열 소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다루는 사람들은 서로 말이 안 통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는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다.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기업과 생활 속에서 쓰레기 문제에 부딪히는 일반 시민, 그리고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사이에 소통이 잘 안 이뤄졌다는 의미다. 그는 쓰레기 문제를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야겠다고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쓰레기박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홍수열 소장과 청년시절 얘기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쓰레기박사’라는 별명과 달리 대학에서는 동양사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요. 쓰레기와 자원순환 관련 관심이 언제 생겼나요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당시 환경 관련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이 문제가 심각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환경대학원에 진학했고, 거기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 많은 선배나 동기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당시 환경대학원에서는 어떤 것들을 가르치고 또 연구했는지, 당시 논문으로 다루신 내용은 뭐였는지도 궁금합니다

환경 정책이나 환경 관리기술, 공학 등을 두루 다루는데 저는 문과 베이스였어요. 환경 정책에 관심 두고 공부를 했죠. 폐기물 관련 내용도 많았고요. 2000년에 논문을 썼는데 ‘환경빅딜’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환경빅딜이 뭔가요 빅딜은 서로 큰 걸 교환한다는 의미잖아요

서울 주요 지자체가 쓰레기와 폐기물을 공유한 시스템이에요. 그 시절의 이슈였어요. 당시 서울시 노원구에는 소각장이 있었거든요. 도봉구는 음식물자원화 시절이 있었고, 강북구는 선별장을 가지고 있었죠. 각각의 처리장을 모두 가진 게 아니라 하나씩 있는 상태였는데, 3개 구가 각자 가지고 있는 폐기물을 공유해 처리하자는 내용이었죠. 하나씩 전문화해서 각각 처리하는 게 환경빅딜이었어요.

대학원 졸업 이후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셨다고요. 당시에는 환경이나 자원순환 관심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덜했을 것 같은데요. 그 시절 얘기 좀 들려주시죠

시민단체에서 일하려고 알아봤는데 ‘쓰시협’이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재 자원순환사회연대)였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고건 총리가 팔당댐에서 홍수로 떠내려온 쓰레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환경운동연합 총재 등과 함께 “시민단체 주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논의하면서 만들어진 곳이죠.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저는 2001년에 활동가로 합류했어요.

지금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직함을 갖고 있죠. 연구소는 언제 세웠나요

2012년까지 근무하고 2013년에는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2014년 1월에 연구소를 세우고 올해 7년차에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연구나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연구소를 세운 후 쓰레기 통역가, 쓰레기 해설가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이 연구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

쓰레기 문제를 다루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이에요.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말하는 방법과 순서가 달라 오해가 생기거나 의견이 안 좁혀집니다. 사업자가 호소하는 어려움, 시민들의 궁금증,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 서로 잘 소통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세 곳을 모두 아는 사람이 그들에게 서로의 말을 번역해서 전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쓰레기나 자원순환은 하나의 큰 문제로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작은 분야가 아주 많아서 복잡해요. 정책이 빨리 바뀌니까 그 맥락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쓰레기 문제를 쉽게 해설해 사람들에게 알려주자고 생각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원순환 갈등해결,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4/그린포슽코리아
홍수열 소장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자원순환 갈등해결,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발표하던 당시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관련 국내 제도는 훌륭...발전 없이 퇴보해서 문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린포스트 편집국에서도 ‘대한민국은 쓰레기 공화국’이라는 특집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런데 홍수열 소장은 “우리나라 쓰레기 제도가 선진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OECD 등 주요 국가들도 우리나라의 쓰레기 제도와 문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을 지나면서 발전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한 게 아쉽다고 했다. 무슨 까닭일까.

쓰레기 얘기를 나눠보죠. 요즘 환경이 대중적으로 관심사여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큰 틀에서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반대로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뭔가요

쓰레기는 일상적으로, 또 어디서나 나오죠. 워낙 익숙한 소재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쓰레기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요.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담고 분리배출도 매일 하니까 심리적으로는 익숙하거든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쓰레기가 어떻게 재활용되고 왜 그렇게 버려야 하는지, 버려진 쓰레기를 소각하는지 아니면 매립하는지 그런 것들ㄷ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생활계폐기물 재활용률이 62%고 OECD국가 중 독일 다음으로 2위라는 자료를 봤습니다. 기록만 보면 분리배출이 잘 되고 쓰레기 관련 시민의식이나 제도가 나름 잘 잡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나라 쓰레기 관련 제도와 실태는 어떤가요

전 세계 모두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폐기물 관리체계가 선진적으로 잘 갖춰진 국가로 분류됩니다. 다만 내부적인 사정이나 여러 문제가 눈에 보이니까 개선책을 찾자는거죠 외부 시선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나 시스템도 현대화되어 있어요. 체계적으로 관리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데다 국민들도 나름 그 제도를 잘 실천하고 있고요.

하지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다들 말하지 않습니까. 쓰레기를 줄이고 또 제대로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는 얘기도 많고요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배경 이해가 좀 필요한데요, 사실 분리배출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쓰레기종량제를 1995년 1월 1일에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시행했어요. 이런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실제로 OECD 주요 국가들도 우리나라 쓰레기종량제를 높이 평가해요. 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려면 버리는 사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쓰레기를 따로 수거해 선별장에서 일일이 골라내고 재활용하는 인프라도 필요하죠. 그건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닌데 우리나라는 결국 해냈거든요. 재활용품 분리배출 체계 자체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그러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는 뭔가요

분리배출 하는 건 좋은 일이고 나름 잘 하고 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을 했어야 되는데 우리는 발전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어요. 그동안 생산되는 제품 종류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는데 분리배출에 대한 관리는 느슨해진 부분이 있어요.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재활용품과 섞여 배출되는 양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가 커졌죠. 버릴 것과 재활용할 것을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버릴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뭔가요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예요. 가장 중요한 건 재활용되는 품목과 쓰레기로 버리는 걸 구분하는 일이죠. 이게 분리배출의 핵심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이 분리 배출하느냐’에 몰두하면서 양에만 집착했어요.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은 높은데, 반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분리배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눈을 감거나 잘 모르고 넘어갔어요.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흐려졌다고 생각해요.

분리수거(배출)을 잘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면, 두 번째로 중요한 원칙은요

재활용하는 쓰레기는 깨끗하게 버려야 됩니다. 상 차리고 치우기 귀찮아서 배달음식 먹었다고 그냥 버려도 되는 게 아니에요. 깨끗한 상태로 배출해야죠, 이 두 가지 원칙이 그동안 느슨해졌고 그 사이 재활용 품질이 나빠지면서 재활용 시스템 체질이 전반적으로 약해졌어요.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후 문제가 더 쌓이면서 재활용 체제 전반에 위기가 왔습니다. 이걸 개선해야 해요. 종량제와 분리배출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충실하게 다져야죠.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블로그 첫 페이지 모바일 화면 모습. (연구소 블로그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블로그 첫 페이지 모바일 화면 모습. (연구소 블로그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둘러싼 오해와 진실...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까’

재활용품 열심히 분리해서 따로 내놓아도 커다란 트럭이 한꺼번에 싣고 가면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폐기물 관련 업체들이 영세 소규모여서 소규모에다 인력난을 겪고 그 때문에 자원순환 구조가 잘 구축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어서 20년 넘게 오해가 쌓여왔다”고 말했다. 어떤 오해가 있고, 진실은 뭘까?

쓰레기를 버리는 입장에서는, ‘기껏 재활용해서 내놨는데 커다란 트럭이 한꺼번에 가져가면 분리가 잘 되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수거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나요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제기된 질문인데요(웃음).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입니다. 그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준 사람이 없으니까 편견이 심해져요. 재활용되는 것들을 정확하게 내놓으면 그게 섞여 배출되도 선별장에서 종류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싣고 간다고 재활용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선별하기 쉬우라고 품목별로 따로 싣고 운반해야 할까요? 그러면 비용과 에너지가 얼마나 더 많이 들겠습니까. 그건 답이 아니에요. 수거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지자체에서 압축 차량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입니다. 압축하면 서로 달라붙거나 유리가 깨져서 선별이 어려워져요. 한꺼번에 싣는 정도는 괜찮지만 압축까지 하면 문제죠.

자원순환 과정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영세하거나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꼼꼼한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을 너무 많이 내놓으면 선별 벨트에서 그걸 나누기 어렵다는 거예요. 밀려오는 폐기물을 일일이 손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작업이 어렵죠.

2018년 기준 국내 폐기물 총량을 보면 건설(48%) 사업장(39%) 생활계(13%)로 구분됩니다. 비율을 보면 소비자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도 폐기물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염려도 생기는데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뭔가요

건설폐기물 양이 많은 건 맞아요.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콘크리트가 큰 지분을 차지하죠. 독성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덩치가 크고 양이 많아서 문제에요. 건설폐기물 문제가 중요한 건 사실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기도 하죠. 다만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운 영역이니까 이 문제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관련 산업계와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생활 쓰레기는 전체적으로 보면 양이 적어도 종류가 많고 처리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도 많으니까 생활 쓰레기를 어떻게 건전화 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게 플라스틱인데요. 쌓여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어디서부터 해결하면 좋을까요

플라스틱 사용 줄이고 재활용이 잘 이뤄지게 만들려면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죠. 문제는 그 사이에도 쓰레기가 계속 쌓여요. 기본적으로는 쓰레기를 처리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처리 관련 인프라를 늘려야 해요. 그런 과정을 세우면서 쓰레기 덜 버리고 재활용 늘리는 정책 기반을 만들어야죠. 관련 규제도 필요하고요. 플라스틱이나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이 시점이 저는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하드웨어적인 관점에서는 처리시설을 늘리는 게 급하고요.

정책이 필요하지만 소비자 실천도 중요하고, 반면 소비자에게 책임이나 비용을 전가하기 전에 기업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죠. ‘자원순환’ 측면에서 보면 지금 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모든 개인이 실천해야겠지만 결국 생산단계에서 기업이 하지 않으면 모두 의미 없는 얘기죠. 문제 해결의 근본은 생산단계에서의 변화입니다. 재활용 잘 되는 제품을 만들어줘야죠. 기업 책임이냐 소비자 책임이냐를 따지지 말고 기업이 변하려면 누가 뭘 해야 하는지 의논해야죠. 그런 면에서는 소비자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조건 쓰레기를 덜 버리려는 노력이 아니라 기업에 그런 목소리를 자꾸 전달해야죠.

앞서 지적처럼 쓰레기를 제대로 나눠서 버리는 게 중요한데요, 소비자 입장에서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정작 지자체 등에서는 분리배출 홍보에 관심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종량제봉투 사용이 늘어나면 쓰레기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거든요. 정부에서 종량제봉투 사용량을 성과지표로 활용하면서 지자체에서는 봉투 사용량을 줄이는 문제에만 너무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어요. 그 와중에 분리배출에 관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힘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종량제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대로 나눠서 버리고 있느냐가 이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송철호 기자) 2019.7.18/그린포스트코리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지난해 7월 자원순환과 플라스틱 등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던 당시의 모습. (본사 DB), 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고려한 제품 설계 없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홍수열 소장은 소비자와 기업과 정부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가 기업의 변화를 이끌고, 기업은 좋은 물건을 만들며, 정부는 여러 분야를 함께 고려하며 균형 발전을 꾀하되 소비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곧바로 따라할 수 있는 ‘꿀팁’이 아니라 뻔하게 들리는 ‘모범답안’이지만 결국 쓰레기 문제에서는 그게 정답일 수 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쓰레기 문제에는 알쏭달쏭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이 많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생분해 비닐을 결국 태운다거나, 환경부는 PET병 마개를 떼라고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뚜껑을 닫으라고 하기도 하죠. 정확한 내용을 국민에게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분리배출 원칙은 오염된 건 씻어서 내놓고 같은 것끼리 모아서 배출하는 겁니다. 이건 홍보가 어느 정도 이뤄졌죠. 하지만 문제는 세부 품목별로 배출 가이드라인이 달라요. 매우 복잡하죠. 이런 내용을 전단지로 만들어 일일이 나눠줄 수도 없고 앱으로 설명할테니 다운 받으라고 하는 것도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귀찮죠. 분리배출정보제공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쉽게 알리는 방법을 찾는 게 좋아요.

재활용을 잘 해서 재생원료를 만들어도 기업들이 잘 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도 수입을 중단해서 재생원료를 팔 곳이 없다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죠. 재활용이 제대로 안 되면 재생원료 품질이 떨어져요. 품질 안 좋은 원료를 기업에게 강제로 사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재생원료 품질을 높이면서 기업에게 많이 쓰게 하는 의무를 만들어야죠.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해요. 규제 측면에서는 플라스틱 생산자에게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부여하되, 재생원료 품질을 계속 높여야 합니다. 분리배출을 깨끗하게 잘 하고, 선별이 잘 이뤄지도록 만들고,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들기 위한 R&D지원도 하고, 모든 일이 다 맞물려야죠.

수도권 매립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보도돼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죠. 5년도 채 안 남았다는데요, 앞으로 수도권 쓰레기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인천시와 서울시가 서로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라 아직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죠. 인천은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말을 아끼고 있어요. 이유야 어떻든 그 피해가 결국 시민에게 돌아오니까 파국을 막아야죠. 개인적으로 서울시가 그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움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체매립지를 구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얘기고, 결국 분산형 매립지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커다란 매립지를 구하는 게 아니라 작은 땅 여러 곳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수도권 전체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정도의 큰 장소는 아마 없겠죠. 그러면 매립지를 구할 수 있는 여러 곳에 나눠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고 매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뭘까요

딱 하나를 꼽으라면 ‘물건을 잘 만 들어야 된다’고 말하겠습니다. 기업이 물건을 잘못 만들면 그 이후에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재활용 안 되는 제품을 만들면 열심히 분리해봤자 버려지면 그만이잖아요. 쓰레기가 되는 과정까지를 고려한 제품 설계를 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합니다. 그 속에서 소비자 실천이 강조돼야죠. ‘할 수 있다’ ‘실천하자’면서 구호만 외치면 안 되고 시스템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제목의 책도 내셨죠. 쓰레기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쓰레기박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데요, 그때그때 들어오는 질문에 답하려니 쓰레기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았어요, 쓰레기 문제 전반을 해설하는 입문서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회성 특강이나 순간의 문답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소비자들이 쓰레기와 자원순환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좋은 물건을 만들고, 정부는 여러 분야를 함께 고려한 정책을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야죠. 그 모든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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