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세플라스틱 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
[기자수첩] 미세플라스틱 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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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그냥 종이가 아니라 유해물질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과거 흡연자였다. 지금은 아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담배를 피웠고, 2005년 추석 연휴 첫날 금연을 시도해 15년째 성공 중이다.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 없이 15년을 버텼으니 이 정도면 나름 성공적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피울 때는 그렇게 맛있던 담배가 지금은 싫다. ‘식후연초는 불로장생’이라던 선배 애연가들의 농담에 깔깔대며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지만, 지금은 누군가 내뿜는 담배 연기가 내게 날아오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래도 요즘은 마스크가 필수라, 어디선가 담배 연기가 날아와도 제법 참을 수 있다. 숨 한번 꾹 참고 그 자리를 빨리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참기 어려운 게 있다. 담배꽁초다.

이 세상 흡연자와 운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는 매너 좋은데 다른 흡연자(또는 운전자)들은 안 그런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자의 주장도 믿기 어렵겠지만, 기자는 흡연자 시절에도 꽁초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다녔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그렇게 들었다. 코흘리개 꼬맹이 시절에도, 엄마 몰래 군것질을 해놓고 차마 증거인멸을 못 해서 쓰레기를 집에 가져와 발각되곤 했다. “왜 불량식품을 왜 사먹느냐”며 혼나고 때로는 ‘등짝스매싱’도 당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를 밖에 몰래 버리고 오지는 않았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5개월째 쓰는 건 기자가 환경경제신문에서 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쓰레기 만드는 걸 싫어하는 성격도 있어서다.

매일 오가던 건물 근처에 흡연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정해진 흡연실이 아니라 근처 흡연가들이 관행적으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곳이다. 거기엔 커다란 재떨이가 있었는데 재떨이 주변에는 늘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왜들 그랬을까. 몇몇 이들은 재떨이를 바로 앞에 두고도 바닥에 재를 떨구고 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어떤 운전자가 올림픽대로에서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다 그 꽁초를 결국 밖으로 던졌다. 앞을 지날 때 날아오는 담배 연기도 싫었지만 바닥에 나뒹구는 꽁초는 훨씬 더 싫었다.

담배꽁초의 문제는 보기 싫다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담배꽁초 자체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게 더 큰 문제다. ‘그 작은 꽁초 하나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싶겠지만, 꽁초의 영향을 무시하면 안 된다. 담배꽁초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나쁘다는 것과 많다는 것.

환경부가 5월 발표한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꽁초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생식독성물질인 톨루엔 외 8종의 물질의 경우 흡연 전 담배 대비 흡연 후 담배꽁초에서 농도가 증가했다.

담배꽁초는 종이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 생산 담배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구성된 플라스틱 필터다. 담배꽁초가 하수구나 빗물받이 등으로 유입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에 따른 담배꽁초 기여도를 산정한 결과, 하루 최대 0.7톤의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이 국내 바다에 유입된다.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담배꽁초는 1시간당 635개비가 수거돼 가짓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진행한 전국 생활 속 쓰레기 조사에서도 담배꽁초가 전체 쓰레기 중 54%(6486개비)로 1위를 차지했다.

담배꽁초는 얼마나 버려질까? 환경부는 국내 담배 전체 생산량의 7%에 해당하는 1,200만개 정도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쉽게 말하면, 아무데나 버려진 담배꽁초는 그냥 종이가 아니라 유해물질이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담배제조사 한 관계자는 기자가 미세플라스틱 필터 관련 내용을 문의하자 “대체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에서 관련 내용을 알린 활동가는 “해외에서 생분해나 바이오플라스틱 등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이 많이 버려져서 문제고, 여기저기 떠돌다 바다로 유입돼 작은 조각으로 부숴진 플라스틱을 물고기들이 먹어 결국 식탁에까지 오른다는 얘기는 굳이 반복하지 않겠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얘기니까 말이다.

다만, 담배를 피웠으면 꽁초는 꼭 정해진 곳에 버리자. 보기 싫은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꽁초를 마구 버리는 건 ‘미세플라스틱을 아무데나 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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