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항균케이스 상품 7492건...높아진 위생 관심
세균 이기는 은과 구리...효율성과 또 다른 환경 지적도

연말 시상식 보며 한해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은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추석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1년 내내 정신 없이 보내고 있네요. 여러분은 모처럼 고향 집에 내려갔나요? 아니면 연휴를 맞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나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민족 대명절이자 황금 같은 연휴지만 아직은 ‘거리두기’를 할 때입니다.

고향집에 있다면, 호캉스를 즐기는 중이면, 혹시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려고 댁에 머물고 있다면 사람이 붐비는 곳에 나가기보다는 거실이나 안방에 편하게 누워서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소비하세요. 영화나 드라마도 좋고, 다큐도 좋습니다. 이북도 괜찮고 평소 못 읽었던 흥미로운 뉴스나 컬럼도 괜찮겠죠.

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추석을 맞아 ‘누워서 읽는 환경’ 시리즈 3편을 연재합니다. 살면서 일상적으로, 특히 요즘 자주 마주하던 라이프스타일 소재 속에 숨은 환경 얘기입니다. 두 번째 기사는 항균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여러 제품들에 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마스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마스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윤모씨(43)는 최근 마스크 케이스를 구매했다. 잠시 마스크를 벗어야 할 때 마스크 안쪽이 먼지나 비말에 오염되지 않도록 케이스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아서다. 어디서나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다보니 마스크 케이스 역시 어쩌면 필수품일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했다.

윤씨가 구매한 것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대용 탈취 항균마스크케이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제품이다. 케이스 내부에 항균 패드가 있어 마스크를 넣어두면 항균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업체 측 설명이다. 판매처에 따르면 항균효과는 30분 이내에 작용하며 15년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 가격은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9천원대 케이스에 마스크를 30분 정도 넣어두기만 하면 15년 이상 항균효과가 지속된다는 얘기다. 귀가 솔깃할 법 하다.

윤씨는 “케이스에 넣어둔다고 마스크가 깨끗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믿음으로 구매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무렇게나 보관하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할 것 같다는 믿음에 구매했고 항균효과도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관심이 비교적 높아보였다. 9월 25일 정오 기준, 해당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찜’(하트) 144회, 그리고 리뷰가 320건 등록되어 있었다.

◇ 마스크 항균케이스 상품 7492건...높아진 위생 관심

같은 시각,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항균 마스크케이스’를 검색하면 377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마스크 항균케이스’라고 검색하면 7492건의 상품이 검색된다. 코로나19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세균을 억제하거나 없앨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항균은 세균이 자라는 것을 막거나 세균에 저항하는 효능 등을 뜻한다. 국어사전에는 ‘균에 저항함’이라는 명사로 등록돼있다. 다만 항균은 세균 등을 직접 없애는 ‘살균’과는 다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소독’과도 개념이 다르다. 가다가 항균이라는 단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특별한 저항성을 갖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지난 9월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특정 소재가 항균 소재로 인정받으려면 99% 이상의 세균 억제력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균이 10만개 증식될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만든 뒤 소재 표면에서 1,000개 이하로 증식이 억제돼야 항균 소재로 인정받는다. 소재에 항균제를 코팅하거나 원료에 항균제를 섞어 재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항균 소재가 만들어진다.

최근 항균 기능을 앞세운 제품들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효성은 최근 효성티앤씨의 항균 기능을 갖춘 폴리에스터 ‘에어로실버’와 소취 기능 및 신축성을 갖춘 스판덱스 ‘크레오라 프레쉬’를 적용해 리업 페이스 마스크를 출시했다. 효성은 이 마스크가 보건용보다 숨쉬기 편하면서도 발수, 항균, 소취 기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효성은 지난 9월 7일 “에어로실버는 은이온이 함유되어 세균에 저항하는 항균 기능이 뛰어나 박테리아 등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밝혔다. 효성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필터를 교체하는 등의 과정 없이 마스크 전체를 세척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한 방식”이라고 말하면서 “에어로실버와 크레오라 프레쉬의 항균, 소취는 반영구적인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 세균 이길 수 있는 은과 구리...늘어나는 항균 제품 

효성의 설명에 따르면 은 성분이 항균 기능의 핵심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은이온 또는 은나노의 항균효과는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거론된 바 있다. 은 성분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은을 미세한 나노입자로 만들어 제품에 적용한 것이 은나노 제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가 ‘과학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질문사전’이라는 책을 인용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은이 단세포 세균과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 은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산소가 원자 형태로 은에 달라붙는데 이것들이 세균, 박테리아 등의 세포막에 달라붙어 파괴한다.

최근 항균효과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구리다. 구리에는 미생물 저항성이 있어 세균과 바이러스가 오래 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구리섬유의 항균효과에 언론 등이 주목했다.

실제로 아크릴 원사에 황화구리를 결합하는 원리로 나일론 원사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엘리베이터 버튼 위를 덧씌우는 항균 필름에 구리 입자가 첨가되거나 코팅되기도 했다. 구리섬유를 사용한 마스크의 항균효과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 발언이 공개된 바로 이튿날, “마스크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또 본인이 혹시라도 감염됐을 때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는 셀프 백신이자 안전벨트”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 발언이 공개된 바로 이튿날, “마스크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또 본인이 혹시라도 감염됐을 때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는 셀프 백신이자 안전벨트”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효율성과 또 다른 환경 문제 지적도 제기돼

일각에서는 항균 제품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이 항균 소재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코로나19를 더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인데, 그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구리 필름 등에 대한 지적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의 취재에 응하면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구리 성분과 바이러스가 직접 접촉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필름 안에 첨가된 구리 이온은 외부의 바이러스와 접촉 할 수 없기 때문에 항균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당 발언이 수록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 ‘문진으로 여는 탄소문화의 시대’에도 게재했다.

일각에서는 항균 기능을 포함한 제품들이 다수 쏟아지면서, 결국 플라스틱 등 소재의 생산과 소비 자체가 늘어 또 다른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도 지적한다. 기사 서두에 언급한 마스크 케이스를 구입한 윤씨도 “마스크를 깨끗하게 보관하기 위해 부모님과 아이들 것을 포함해 5개를 샀는데, 막상 마스크는 목에 걸고 다니거나 한번 벗으면 새것으로 교체하느라 케이스는 집에 그냥 쌓여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최근 청문회에서 “불확실한 백신을 기대하는 것 보다 마스크 착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 발언이 공개된 바로 이튿날, “마스크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또 본인이 혹시라도 감염됐을 때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는 셀프 백신이자 안전벨트”라고 말했다. 항균 소재와 항균 제품이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에 ‘대항’ 하려면 아직은 마스크(그리고 손씻기)가 가장 강력하다는 얘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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