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환경경제 용어사전 ⑧] “도시 속 공원 절실” vs “토지주 재산권 침해”...‘도시공원일몰제’ 둘러싼 여전한 논란
[쉽게 읽는 환경경제 용어사전 ⑧] “도시 속 공원 절실” vs “토지주 재산권 침해”...‘도시공원일몰제’ 둘러싼 여전한 논란
  • 이한 기자
  • 승인 2020.07.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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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도 줄일 수 없다”...공원사수 입장 고수하는 서울시
“과도한 재산권 침해”...일몰제 적극 적용 주장하는 토지주
공원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차, 어떻게 극복할까?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여덟 번째 순서는 여러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도시공원일몰제’입니다. [편집자 주]

산림청은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을 9일 제정해 공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시민공원(산림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도시공원일몰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부산시민공원의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음. (산림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도시공원일몰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땅주인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한편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원을 보존하고 녹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우리나라 도시에도 큰 공원을 짓는다는 얘기일까? 하나씩 짚어보자.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를 뜻한다.

지난 1999년 “개인 소유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이를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땅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00년에 도입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해당 부지에 대해서는 공원 지정 시효가 해제(일몰)됐다. 여기서의 일몰은 해넘이를 뜻하는 게 아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 낡은 규정이 되면 자동으로 소멸하도록 정한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개발이 어려운 땅인데, 실제로 공원조성을 오랫동안 안 한 경우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한다는 의미다. 땅 주인이 개발에 나서면 녹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경적인 영향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걱정스런 이슈고, 자신의 토지가 오랫동안 묶여있다가 해제된 땅주인 입장에서는 개발호재로 볼 수도 있다. 최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논의가 오간다.

◇ “한뼘도 줄일 수 없다”...공원사수 입장 고수하는 서울시

녹지와 공원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총 118.5㎢(132개소) 중 기존에 매입한 공원부지와 향후 매입할 부지를 포함한 24.5㎢(129개소)를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유지했다. 기존에 매입한 공원부지와 향후 매입할 부지를 포함한 것이다. 69.2㎢(68개소)는 도시관리계획변경 결정고시를 통해 ‘도시자연공원구역’(용도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9일 “나머지 24.8㎢(1개소)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환경부가 관리로 일원화되며  ‘도시자연공원구역’(용도구역)이 ‘공원’과 함께 관리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도시자연공원구역 보전·관리방안‘을 내년 말까지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평의 공원녹지도 줄일 수 없고 한뼘의 공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관리방안을 총동원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공원 보전을 위한 사유지 매입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가운데 공원 조성이 가장 시급한 부지를 ‘우선보상대상지’로 정하고, 매년 1천억 원이 넘는 재정투입과 지방채 발행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매입해왔다.

이를 위해 작년까지 2조 9,356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여의도 면적의 2.4배인 6.93㎢(84개 공원)를 매입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 3,050억 원을 투입해 0.51㎢(79개 공원)를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 “과도한 재산권 침해”...일몰제 적극 적용 주장하는 토지주

반면 땅주인들은 도시자연공원구역 용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서초구 말죽거리근린공원 지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3일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취소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비대위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말죽거리공원은 지난해 6월 전체 땅 가운데 일부(21,795.5㎡)에 대해서만 토지보상 절차를 밟고, 그 외 면적(280,822.6㎡)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됐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부지는 지자체가 해제하지 않는 한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축이나 건축물 용도변경과 같은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매수청구 대상 기준과 특정용도 시설물 건축 등에 대해 행위제한을 완화했지만 이 또한 특별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말죽거리공원 측 소송대리인 김재윤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서울)는 “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지목이 ‘대지’인 토지에 한해서만 청구할 수 있고, 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보상액 차이는 크게 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공원 해제’라는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김재윤 변호사는 “서울시는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원 지주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 40년이 넘도록 지자체의 정당한 보상을 기다리며 장기간 재산권 행사와 각종 권리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토지 소유주들이 권리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공원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차 어떻게 극복할까?

해당 지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련 부처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고 공원을 늘리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녹색당은 최근 “도시공원 일몰에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후 예정된 해제에도 대비해 도시의 허파인 공원이 줄줄이 사라지는 참사를 막아내길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발제한구역을 개발 유보지로만 바라보는 국토부는 도시공원 관할 부서로 적당하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공원을 보존하고 늘리는 데 국가 역량이 과감히 투입되도록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도시공원은 미세먼지 흡수, 대기 정화, 소음 감소, 침수피해 예방, 도심 열 저감 등 효과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질병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도시공원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들의 운동량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져 사망률도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일몰 대상 부지 매입비는 총 53조 원 규모로 알려져있다. 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하기에는 규모가 큰 액수다. 이에 녹색당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공원 대다수가 사라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이 밝힌바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공원면적은 2018년 기준 10.1㎡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 등과 비교해 적다. 서울은 이보다도 좁은 1인당 5.5㎡로, WHO가 권고하는 1인당 최소 면적인 9㎡에 못 미친다.

환경적인 면에서, 그리고 삶의 질 관점에서 공원은 꼭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와 공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다만 해당지역 토지주들의 재산권 역시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 ‘1999년 이후로만 따져도 20여년을 기다린 만큼 적당한 수준의 보상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두 가치 사이에서의 현명한 교집합 찾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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