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분실되는 플라스틱 카드, 근본적인 대책은?

환경과 경제에 관한 여러 이슈가 있습니다. 이슈가 생기면 늘 찬성과 반대 의견이 쏟아집니다. 정책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린포스트 편집국 회의에서는 매주 환경과 경제 관련 내용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갑니다. 그 이슈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 문제가 국내 환경과 경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선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검토하고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본지는 편집국 회의에서 의논한 주요 이슈에 대해 기자들이 내놓은 의견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영상 보도 또는 추가취재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봅니다.

두 번째 순서는 우리 모두의 집 어딘가에 쌓여있을 만료된 신용카드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실물카드로 받은 사람도 많죠. 사용기간이 종료된 카드는 곧바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됩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이에 대한 편집국 기자들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사용 기간이 만료됐거나 지금은 쓰지 않는 플라스틱 카드가 집집마다 쌓여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함부로 버려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지속가능한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기자의 집에서 찾은 여러 종류의 미사용 카드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실물 카드들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이한 기자. 2020.06.21)/그린포스트코리아
사용 기간이 만료됐거나 지금은 쓰지 않는 플라스틱 카드가 집집마다 쌓여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함부로 버려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지속가능한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기자의 집에서 찾은 여러 종류의 미사용 카드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실물 카드들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이한 기자 2020.06.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주 편집국 회의에서 환경 및 건설 담당 김동수기자가 한가지 의견을 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바일로 받지 않고 플라스틱 카드로 발급 받았다면, 사용이 끝난 카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기자의 집에도 쓰지 않는 카드가 수북하다. 유효기간이 끝난 신용카드. 과거 여러곳에 가입하고 받은 멤버십카드. 생일선물로 받았던 충전식 카드, 예전에 취재차 발급받았던 전기차 공동이용 회원카드, 지금은 쓰지 않는 하이패스 카드, 제주도 여행 가서 만들었던 렌터카 업체 회원카드 등 20여종에 달한다.

이 카드들은 집 밖으로 버려져 폐기물로 쌓이거나 매립 또는 소각되지는 않았다. 이름이 찍혀있고 개인정보가 담겨있을 확률이 높아 버리기 찝찝해서 그냥 쌓아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해양동물이 먹이로 오인해서 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는 건 팩트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라는 책에 따르면 인간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약 2000개 섭취한다고 한다.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이고 이 중 80%는 마시는 물에 섞여 체내에 들어온다고 한다. 세계자연기금과 뉴캐슬대학 연구결과라고 소개되어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인지 아닌지는 증명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생활 속에 이토록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다는 건 팩트다.

◇ 버려지고 분실되는 플라스틱 카드, 근본적인 대책은?

그래픽 담당 최진모 기자는 카드를 만든 곳에서 회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기자는 “지하철에서 일회용 탑승권을 구입하면 보증금을 지불하고, 탑승권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처럼 카드도 그런 방식을 쓰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김동수 기자는 “승차권이야 여러 사람이 계속 돌려 사용하는 물건이고 카드는 그렇지 않아서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해결책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 담당 박은경 기자는 “카드 만료 후 재발급시 굳이 새 카드를 만들지 않고 결제정보를 바꾸거나, 추가로 스티커를 하나만 붙이면 사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등 기존 카드를 업그레이드해서 바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미 발급된  수많은 카드는 어쩔 수 없지만 원하면 그 카드를 연장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재발급에 드는 자원과 비용을 줄이자”는 조언이다.

박 기자는 이와 더불어 “목재 성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카드도 있고, 지금 사이즈의 커다란 플라스틱 카드 대신 좀 더 작게 휴대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식품·유통 담당 최빛나 기자는 “신용카드는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잘게 잘라서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개인이 배출하는 양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모아놓으면 양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만료된 카드를 제대로 버리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담당 이민선 기자도 카드의 순환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기자는 “다 쓴 카드를 반납하면 혜택을 준다든지, 약국에서 남은 약을 수거하듯, 은행에서 카드를 수거해 처리한다든지, 아니면 아파트 단지에서 폐건전지를 함께 모으는 것처럼 카드 역시 그런 방식으로 관리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자는 최근의 핀테크 경향을 활용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이미 모바일페이 등을 사용해서 실물카드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 역시 실제 본인이 발급받은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것이므로 플라스틱 카드 발급과 버려지는 카드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에는 당연히 여겨졌던 실물통장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처럼 카드 역시 미래에는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버려지는 카드 문제의 해법을 개인보다는 기업과 지자체 또는 국가가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집마다 어딘가에 쌓여있을 만료된 카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경향 때문일까. 위에서 논의한 내용 중 일부는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비자(Visa)와 CPI 카드그룹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업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카드를 공개했다. 업사이클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작하는 방식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대 98%까지 업사이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을 스마트폰에 집어넣는 제도도 시행된다. 오는 24일부터 국내 이동통신 3사 본인인증앱 ‘패스’ 기반 운전면허증 서비스가 시작된다. 연간 수백만개가 분실되는 운전면허증을 모바일로 등록하자는 취지다. 앱에서 운전면허증을 촬영하면 정보가 저장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도입되면 분실과 도난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재발급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 자원 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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