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등 강타한 뉴트로 열풍 게임산업에도 영향
리니지2M 인기 고공행진...옛 IP활용 신작 게임 봇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연타석 홈런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지난 1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Z세대 소비자의 열광도 한몫했지만, 1998년부터 이어온 이른바 '린저씨' 세대의 환호 역시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연타석 홈런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지난 1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Z세대 소비자의 열광도 한몫했지만, 1998년부터 이어온 이른바 '린저씨' 세대의 환호 역시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게임업계에 ‘뉴트로’ 열품이 분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워하는 ‘오팔세대’와, 새로움에 열광하는 ‘Z세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향이다. 과거의 유명 IP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들이 그 증거다.

유통업계 등을 강타한 ‘뉴트로(새로운+레트로)’열풍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뉴트로는 2020년을 강타하는 새로운 복고 경향이다. 요즘은 ‘델몬트’ 주스병이 2만원에 팔리고 ‘곰표’에 10대들이 열광한다. 테트리스와 슈퍼마리오가 플레이되는 고전게임 케이스가 고등학생의 ‘폰케’로도 쓰인다.

1020세대들은 복고 키워드 중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을 ‘힙’하다고 부른다. 이효리와 비가 90년대 댄스뮤직을 들고 복귀할 예정이며 LG전자는 금성사, 그러니까 골드스타 로고를 가지고 에코백과 유리컵을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모습과 디자인을 100%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최근 시대에 맞는 감성을 일부 곁들여야 한다. 그게 바로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다.

산업계와 유통업계 등을 강타한 이 열풍이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거세다. 예전에도 80~90년대 도스용 PC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은 과거의 게임을 무조건 똑같이 재현한 게 아니라 추억 속 IP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들이 많다. PC게임에서 인기 끌던 원작이 모바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 1998년에도, 2020년에도...여전한 리니지 인기

국내 게임업계 ‘뉴트로’ 열풍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가지 짚어봐야 할 게임이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연타석 홈런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지난 1분기에는 리니지2M의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지난해 리니즈2M 출시를 앞두고 엔씨소프트에 관심이 집중될 때, 게임업계는 ‘린저씨’ 키워드에 주목했다. 이 단어는 ‘리니지를 즐겨 하는 아저씨’라는 의미로 오랫동안 꾸준히 즐겨왔던 마니아층이 많다는 의미다. 리니지가 1998년에 처음 출시됐으니 그 시절부터 리니지를 즐겼다면 요즘 말로 ‘아재’가 맞다.

이 신조어가 때로는 부정적인 뉘앙스로도 쓰인다. 과도하게 과금을 하거나 자신의 성향을 고집스레 다른 유저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쓰기도 해서다. 하지만 ‘아저씨’라는 단어를 바꿔 말하면, 그만큼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골수팬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메인타겟이라고 볼 수 있는 ‘린저씨’ 세대와, 그 시절 리니지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지갑을 열 의향이 있는 10~20대 소비자의 마음을 함께 잡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숙제였다.

실제로 지난해 엔씨소프트 리니지M 김효수 개발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려한 그래픽이나 시스템뿐만 아니라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즐기는 게임의 본질에도 집중해왔고,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들의 관심도 최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결국 리니지 시리즈는 90년대 후반 PC방 문화를 주도했던 40대 이상 세대는 물론이고 1020Z세대, 그리고 30대 전후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두루 관심을 받았다.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똑같이 재현하지 않고 예전 감성에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가미한다. 사진은 과거의 금성사 로고를 에코백 등에 접목시킨 LG전자 '골드스타 리미티드 에디숀' (LG전자 블로그)/그린포스트코리아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똑같이 재현하지 않고 예전 감성에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가미한다. 게임에서도 이런 경향이 관찰된다 사진은 과거의 금성사 로고를 에코백 등에 접목시킨 LG전자 '골드스타 리미티드 에디숀' (LG전자 블로그)/그린포스트코리아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소비와 트렌드 업계의 오랜 격언이다. 그리고 좋은 것은 언제든 사랑 받는다. 과거에도 그랬다. 80년대에도 복고가 있었고 세기말에도 80년대 감성이 다시 유행했으며 2020년에도 그런 경향이 있을 뿐이다.

소비자들의 추억을 공략하는 전략은 콘솔 시장에서 꾸준히 관찰되어 왔다. 과거의 흥행작을 다시 가져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끄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업계의 뉴트로 열풍은 모바일화를 중심으로 폭넓은 변화를 시도하되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는 남겨두는 형태다. 단순한 ‘옛날 것’이 아니라 ‘요즘 감성’을 많이 넣는다는 의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뉴트로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 속에 게임업계에서는 과거IP(지식재산)도 적극적으로 부활시킨다. 앞서 언급한 리니지 시리즈는 물론이고 2000년대 초반 대유행한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 스톤에이지 등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람의나라는 리니지와 더불어 국내 PC방 문화를 이끈 1세대 MMORPG다. PC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성공적인 모바일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원작의 2D 도트그랙픽과 조작감을 모바일로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피파모바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카트라이더와 피파 모두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 온 스테디셀러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크레이지아케이드 IP도 모바일로 되살렸다.

넷마블은 스톤에이지 월드 172개국 동시 출시를 계획 중이다.대만 등에 선출시된 스톤에이지M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준 게임이다. 업계에 따르면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나 과거 PC원작에서 호평 받은 공룡 포획 등 특유의 포인트는 살렸다는 후문이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게 아니라 ‘뉴트로’옷을 입은 방식이다.

최근에는 선데이토즈가 신작 모바일 퍼즐게임 에니팡4 출시를 앞두고 가수 아이유를 홍보 모델로 선정해 화제가 됐다. 애니팡4는 선데이토즈가 3년 9개월만에 선보이는 최신작이다. 애니팡은 90년대 게임을 즐겼던 세대에게는 비교적 ‘최근 게임’으로 느끼겠지만 첫 번째 시리즈가 2009년 9월 출시됐다, 서비스 시작 74일만에 다운로드 건수 2000만을 넘겼는데 국내 사용자만으로 2000만을 넘긴 첫 사례다. 이 역시 11년전 게임을 활용한 뉴트로 사례다.

과거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선물하는 뉴트로 열풍은 당분간 게임업계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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