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오히려 환경적?
감염확산 막고 환경 영향력 함께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
“재활용보다 소비저감과 원천 감량이 중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여러분은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금의 아이들 세대가 중장년이 되어서야 마주할 미래의 숙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중요성은 잘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려니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뒤로 미뤄두고 있나요?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의 날을 맞아 인류의 숙제를 짚어봅니다.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점검하고 그동안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수많은 경고를 돌아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1년에 하루만 날 잡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들입니다. [편집자 주]

배민상회가 선보인 친환경 용기 '그린' (배민상회 홈페이지 캡처)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감염방지의 중요성이 높아지다보니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감염확산을 막으면서 환경 영향력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 기업과 소비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진은 과거 배민상회가 선보인 친환경 용기 '그린' (배민상회 홈페이지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감염방지의 중요성이 높아지다보니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감염확산을 막으면서 환경 영향력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자는 얘기는 환경을 ‘깨끗한’ 상태로 두자는 말과 다름없다. 환경을 깨끗한 상태로 두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우리 몸과 주변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어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리 환경은 안전하지 않다.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쓰레기는 지구 곳곳에 쌓여간다. 춥지 않은 겨울과 덥지 않은 여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혹한과 폭염이 들쭉날쭉이다. 폭포같은 비가 내리거나 땅이 흔들려 뒤집히고 빙하가 녹아내린다.

탄소배출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라고 말한다. 자연을 보호하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라고 말한다. 모두 맞는 얘기다. 환경을 깨끗하고 안전한 상태로 두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 가지 따져볼 것이 있다. 지금 당장 인류를 위협하는 큰 변수가 하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손과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전파력도 매우 빨라서 개인위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만지면 그 사람도 감염될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다. 환경을 위해서는 일회용품이나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하는데, 안전을 위해서는 반대가 됐다. 감염 우려를 막는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은 오히려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가능해진다.

만일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존재라고 주장할까. 팬데믹 지구에서는 감염예방이 최선의 환경적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을까? 아래는 가상으로 정리한 일회용품들의 간담회다. 비닐장갑과 플라스틱, 종이컵이 목소리를 냈다(고 가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그들의 주장을 걸러 들어야 한다.


◇ 일회용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오히려 환경적?

사회자 : 간담회에 참석해주신 일회용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토론 주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일회용품의 역할’입니다. 사회적인 편견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는 일회용품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인사 나누시고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비닐장갑 : 안녕하세요 1회용 비닐장갑입니다. 저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에요. 단단하고 질기지만 저렴합니다. 천원에 120장이에요. 저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요리할 때, 김치 담글 때, 청소할 때, 더러운 거 만질 때 저만큼 깨끗한 물건이 없어요. 4월에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 때도 제가 활약했습니다. 자꾸 ‘일회용품 나쁘다’, ‘비닐 많이 버리면 큰일난다’ 하는데, 요즘 같은 때는 우리도 할 일이 많습니다!

종이컵 : 맞아요. 비닐장갑씨 말 잘 하시네. 저는 종이컵이데요, 펄프로 만든 원지에 폴리에틸렌 코팅을 입었습니다. 머릿수로 따지면 저도 할 말 많아요. 우리는 1년에 257억개씩 쓰여요. 많이 쓴다고, 한번 쓰면 버린다고 다들 욕하는데 머그컵 만들때도 흙을 높은 열로 구워야 하니까 어차피 에너지 소모될텐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게다가 요즘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이 마신 컵으로 마시기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도 많다고요.

플라스틱 : 저는 요즘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플라스틱입니다. 형제 자매들이 워낙 많은데 오늘은 한가지 분야만 대표해서 나왔습니다. 일회용 배달용기와 포장용기입니다. 저는 오늘 딱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가림막이 필수입니다. 감염 우려가 있어서 자가격리중인 분들은 식기나 수저도 모두 따로 사용해야죠. 그래서 일회용 포장용기가 꼭 필요합니다.

일회용품 폐기물은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일회용품은 한번만 쓰고 바로 버려져서 문제다. 하지만 요즘 일회용품들은 '한번만 쓰니까 훨씬 더 안전하다는 의미에서는 환경적'이라는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사용량을 줄이는 게 숙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미국 일부 지자체, 재활용 장바구니 금지 정책도 시행

사회자 : 정리하면,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라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신 것 같습니다. ‘일회용품이 청결하다’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플라스틱 :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요즘 수고가 많습니다. 기업 구내식당에나 학교 급식실에도 여러곳에 설치됐고요 관공서에서 민원인 접수 창구에도 투명 플라스틱이 인기죠. 영국 제조사 ‘플라스틱 맨’에서는 6월 중순까지는 재고가 바닥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사용하겠습니까.

사회자 : 비말이 튀는 걸 막기 위해서겠죠

플라스틱 : 그 친구들은 대개 아크릴이나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는데요. 빛이 잘 통하는데도 가볍고 잘 깨지지도 않습니다. 값도 싸고요. 유리보다 훨씬 실용적이에요. 자동차 전조등이나 보안경 등에도 이미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닐장갑 : 가격은 싸고 성능이 좋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한 말씀 거들겠습니다. 우리 비닐은 얇고 가벼운데도 잘 안 찢어지고요, 공기나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아서 내용물을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과 같이 안 쓰니까 얼마나 깨끗합니까. 미국 뉴햄프셔주에서는 올해 3월부터 재활용 장바구니를 금지하고 비닐봉지를 쓰라는 정책도 시행됐다고 하더군요.

종이컵 : 카페에서도 손님들에게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요즘같은 시국에서는 나 혼자 한 번만 쓰는게 훨씬 위생적이지 않겠습니까? 마스크도 그렇잖아요.

◇ 정부도 식품접객업소 일회용품 한시적 허용

사회자 : 최근 40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이 4배나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지구 온실가스의 15%가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고요. 이거 좀 줄여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데요.
 
플라스틱 : 여러분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입니다. 비닐도 플라스틱이고 벽에 칠해진 페인트에도 플라스틱이 있어요. 입고 있는 옷에도 있고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아닐까요? 게다가 미국 플라스틱산업협회(PIA)는 코로나19 이후 ‘일회용 플라스틱이 건강과 안전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닐장갑 : 6월 3일 중대본 브리핑 내용을 들어보세요. 실내 체육시설이나 워터파크 같은 곳에서 ‘개인물품을 사용하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건은 하루에 1번 이상 자주 소독하라고 했고요. 게다가 정부에서도 식품접객업소에서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잖아요.

종이컵 : 물건탓만 할게 아니라 쓰는 사람들도 문제 아닐까요. 저는 종이여서 재활용 되는 줄 알고 마구 버리는데 그러면 안 되거든요. 뭐가 묻어있거나 코팅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해야 되고, 깨끗이 씻어서 버려야 되는데 음식이나 음료수 묻은 채로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많고요. 어쨌든 일회용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장점이 있다고요. 쓰는 사람들이 잘 써야죠.


버려진 비닐봉투로 빙하의 모습을 표현한 내셔널지오그래픽(왼쪽)과 라민 바흐러니 감독이 환경을 테마로 만든 단편영화 '비닐 봉투' 포스터(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비닐봉투로 빙하의 모습을 표현한 내셔널지오그래픽(왼쪽)과 라민 바흐러니 감독이 환경을 테마로 만든 단편영화 '비닐 봉투' 포스터(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일회용품, 재활용보다 소비저감과 원천 감량이 중요”

위 내용은 어디까지나 가상으로 구성한 대화록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내용 자체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재활용 쓰레기 배출도 늘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었던 올해 2월과 3월 서울시 공공부문 재활용가능자원 분리배출량은 하루 평균 각각 1208t과 1173t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기록한 1029t, 3월 1039t보다 늘었다. 아파트 등 민간 공동주택 배출량을 합치면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은 큰 틀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김고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일회요품은 해양오염. 바다 생물 피해, 미세프라스틱 문제에 따른 건강 우려까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플라스틱 사회의 문제점을 대표한다”고 전제하면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은 사용량이 많고 다양해 재활용이 취약하며, 재활용보다는 소비 저감과 원천 감량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내외 생산과 유통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이미 일회용품 대량 생산과 소비체계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소비량 저감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지속적인 저감 실천과 함께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역시 관련 업계 등과 대책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최근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포장·배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협의했다.
 
이에 대해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에 사회구성원 모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장·배달업계도 자원순환사회 구현의 일원으로 맡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업계 전체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환경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일회용품 등의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감염확산을 막으면서 환경 영향력도 함께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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