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에서 정작 '그린'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그린뉴딜’이 화제다. 대통령도, 환경단체도, 그리고 기업들도 일제히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적 과제로 이 단어를 꼽는다. 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기부양도 이끈다는 취지다. 정말 두 가지 가치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단어와 개념 자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전 세계적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뉴딜을 언급하면서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자고 주장한 게 2008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러니까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흔들던 시절부터 ‘녹색산업 지원 통한 일자리 및 시장 창출 계획’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 관심은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그린뉴딜이 공식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이 ‘탄소제로사회 그린뉴딜을 위한 약속’이라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부터다. 이후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을 언급했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에 그린뉴딜 관련 내용 보고를 요청하는 등 여러 번에 걸쳐 언론에 등장했다.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은 기대만큼 잘 찾아질까? 그런데 환경단체 등에서는 요즘 ‘그린뉴딜에서 그린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일자리 창출이나 그린뉴딜 관련 산업 육성 등 경제 대책으로서의 논의만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27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목표와 수단으로서 그린뉴딜을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을 감안해야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큰 문제지만, 환경적 고려 역시 중요하다는 문제 의식이다.

◇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 찾기, 발상의 전환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인류는 환경 문제를 경제 논리 뒤로 미뤄왔던 오랜 습관이 있다. 그 습관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역사학자 겸 작가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오염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발 하라리는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 “21세기에도 이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과 경제 문제를 함께 다루자는 목소리는 있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흔들기 전 시점이다. 지금은 경제 위기가 발등의 불이므로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한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환경 이슈도 급하다. 기후위기를 포함한 환경 문제도 바로 우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인류의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쉽게 말하면 ‘임계점이 가까웠다’는 경고다. 참고로 폴 셰퍼드는 1925년생으로 지난 1996년에 이미 지구와 작별했다.

‘시간이 없다’는 얘기는 급진적인 환경운동가의 왜곡된 주장이었을까? 아니다. 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내일〉을 연출했던 영화감독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은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할까. 기후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는 환경운동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린피스 이인성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화석연료 기반 물질 문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대자본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급하므로 이번에도 환경 이슈는 경제위기 극복 이후의 과제로 남겨두어야 할까? 실천을 자꾸 미루면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환경과 경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진정한 그린뉴딜 실천이 필요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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