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본질적인 것만 남겨 아름다움 추구
버림으로서 소유를 포기하는 건 또 다른 환경문제
삶에서 가장 필요한 본질적인 것,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남길까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첫 번째는 친환경 인테리어 등으로 주목받는 ‘미니멀리즘’입니다. [편집자 주]

한샘이 클린거실장 폴리박스형을 출시했다. (한샘 제공) 2019.6.17/그린포스트코리아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대상의 본질만 남기는 '미니멀리즘'은 인테리어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최근 수년간 유행을 주도해왔다. 미니멀리즘에는 어떤 환경적인 요소와 반환경적인 요소가 숨어있을까. 사진은 국내 한 가구업체의 클린거실장.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한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시각 예술 분야에서 시작해 건축과 패션 철학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된 개념이다. ‘최소한’이라는 의미의 미니멀(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이즘(ism)을 결합한 단어로,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서는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이 단어는 여러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우선 미술에서는 대상의 본질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경향으로 표현했다. 최소한의 색으로 기하학적 뼈대만 표현하는 단순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고, 패션 등에서는 장식과 디자인적 요소를 최소화한 심플한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디자인 분야에서 주로 주목을 받았다. 1인가구가 늘고 ‘작은집 인테리어’가 주목을 받으면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의 하나로 미니멀리즘이 떠올랐다. 정리 정돈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미니멀리즘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가볍고 단순하게 사는 생활신조를 해당 단어로 표현하거나 ‘힐링’등의 가치를 설명할 때 미니멀리즘을 권하는 목소리도 많다.

◇ 에너지와 자원 사용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최근 수년간 블로그 등에는 미니멀리즘과 친환경이 함께 등장한 글이 많았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냄으로서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한다는 설명이다. 친환경이라는 행위가 결국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나쁜 것을 덜 버리는 과정’이라고 보면, 단순한 요소만 가지고 충분한 효과를 누리는 미니멀리즘은 환경과 사뭇 어울려 보인다.

소비자들은 미니멀리즘 키워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실천하고 있을까. 서울 중구 옥수동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방과 거실을 꾸몄다. 이 소비자는 “친구 둘과 함께 살면서 공간을 나눠 쓰느라 간결하고 소박한 분위기로 공간을 꾸몄다”고 말하면서 “물건을 덜 놓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소비횟수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오래쓰는 실용적인 물건’위주로 고르기 시작했고, 한정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내려니 버리는 물건을 막 쌓아두기 어려워 일회용기나 플라스틱 포장 사용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을 위해 미니멀리즘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환경과도 연결이 되더라는 의미다.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소비자도 미니멀리즘 스타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가구를 여러개 장만해 여기저기 놓아두는게 싫어서 꼭 필요한 것만 구입했다”고 말했다. 안방에 작은 화장대 하나만 두고 평소 화장대 의자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때로는 티테이블로, 때로는 노트북 받침대로 사용한다. 주방에서는 김치냉장고 없이 작은 냉장고 하나만 사용하고 TV도 작은 사이즈다.

이 소비자는 “돈을 아끼려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시작했는데, 최소한의 가구만 사용하니 시각적으로도 깔끔해보이고 환경적으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구 만드는 데 쓰는 나무를 벌목하기 위해 숲이 훼손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덜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덜 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소비를 줄임으로서 에너지나 자원 사용을 줄인다는 의미다.

◇ 처음부터 쓸모를 계산하고 필요한 양만 소비한다

인테리어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냉장고를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미니멀리즘’을 접목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 냉장고가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현재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한다.

조 대표는 “냉장고에 잘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제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식재료 관리 노하우를 가진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쓸모를 계산해 꼭 필요한 양만 소비하라는 조언이다.

평소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소량만 구입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 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 역시 해당 키워드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여름 미니멀리즘 전략을 소개하면서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은 최대한 걷어내는 동시에 기술적 완성도를 올렸다”고 밝혔다. 디자인 등 여러 요소를 두루 소개한 것이지만 해당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환경적 의미가 함께 소개됐다. 당시 해당 기사에는 ‘미니멀리즘은 좋다. 안 사고 안 버리고 과소비 안하게 된다’는 소비자 댓글이 여럿 달렸다.

최근만의 이슈는 아니다. 벌써 13년전인 지난 2007년 해외 모터쇼 현장을 취재한 자동차 전문지 컬럼에도 ‘미니멀리즘, 더 작고 가볍게’라는 제목이 등장한다. 해당 컬럼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주로 소개했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핵심적인 것만 남긴다는 미니멀리즘의 기본 가치가 ‘오염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석된 사례다. 이후 최근까지 미니멀리즘은 여러 산업계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키워드로 성장해왔다.  

◇ 미니멀리즘의 현실적 사례, 과감하게 버려라?

미니멀리즘이 1인가구의 DIY 인테리어나 정리정돈 등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어떤 경우 ‘적극적으로 버리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미 많은 소비가 이뤄졌으면 그것을 버리는 것에서 미니멀리즘이 출발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다.

<작은 삶을 권하다>의 저자 조슈아 베커는 집안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간부터 정리하는 게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라고 권한다.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 보내는 곳을 정리함으로서 중요한 것만 남겨가는 과정인데, 현실적으로 그 과정에서는 버리는 물건들, 즉 쓰레기가 나올 수 있다.

미니멀리즘의 대표 인사이자 일본에서 ‘정리 전문가’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도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집을 방문해 정리를 도와주는 넷플릭스 리얼리티쇼에서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안아보고 가슴이 설레는지 묻는다. 설레지 않으면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인사하고 버리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적잖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에서부터 미니멀리즘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다. 안 입는 옷을 버리거나 사용하지 않는 액세서리 등을 처분하는 등의 경우다. 식구가 늘었거나 거주공간이 좁아진 경우, 또는 이사를 하는 과정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미니멀리즘을 시도해야 하는 사례들도 이에 해당한다.

서울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구내 빌라로 이사온 한 소비자도 본인이 이런 경우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옷을 절반 가까이 버렸고 4인용 식탁을 처분하고 2인용 식탁을 새로 구입했다고 했다. 물론 이 경우는 환경 등을 두루 고려한 미니멀리즘보다는 상대적으로 좁아진 공간을 고려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지난 25일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인근이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김동수 기자) 2019.11.25/그린포스트코리아
만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겠다면서, 쓰지 않는 물건을 과감하게 내다 버리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사진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근처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버림으로서 소유를 포기하는 건 또 다른 환경문제

주의할 것은,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야 한다. 인테리어가 아닌 환경의 시선에서는 덜 쓰는 것 만큼이나 덜 버리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어쩌면 덜 버리는게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기자가 만난 모든 환경 전문가들은 “그 어떤 놀라운 정책보다도 결국 덜 버리는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의 환경적인 대안은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해봄직한 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불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헌책방’이 흘러간 옛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온라인 서점 알라딘 등에서는 중고서적을 거래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을 깨끗하게 포맷하고 성능을 점검해 중고로 판매하거나 출장매입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있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중고로 거래하는 플랫폼도 많이 생겼다. 입지 않는 옷을 브랜드에 가져다주면 리사이클하는 제도도 있고 아이가 흥미 잃은 장난감을 나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충남 아산에서는 ‘드라이브 스루’형태로 물건을 기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남은 음식을 공유하는 모바일 플랫폼까지 생겼다. 버리지 않아도,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방법은 많다는 뜻이다.

<쓸모인류>의 저자 강승민은 자신의 저서에서 ‘물건의 쓸모’에 대한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해당 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물론 물건은 많지. 그런데 내 쓸모에 딱 맞는 것들은 아니잖아.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애써 만들면서 나만의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거야. 내 삶에 의미 있는 일이고, 주변에 기여할 수도 있을테니까”

'미니멀리즘'을 쉽게 설명하면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대상의 본질만 남겨 시각적인 또는 정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 가치를 삶의 습관에 대입한다면,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는 방법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미니멀리즘이 환경적이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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