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사과 등 천연재료료 만드는 섬유가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옥수수, 사과 등 천연재료료 만드는 섬유가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국가적으로 플라스틱과 일회용 비닐을 쓰지 말자는 환경 캠페인이 다양한 단체를 통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상기됐다. 최근 플라스틱 이슈와 함께 섬유유연제, 합성섬유의 미세플라스틱 이슈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의식주 중 우리가 매일 한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의류에서도 소재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할 때보다 착용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이 의류와 세계 플라스틱 오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착용하는 옷이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토양 및 해양 축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입고 있는 의류에서 빠지는 미세플라스틱과 세탁 시 빠지는 미세플라스틱 양을 비교했다. 대기 중 날리는 수치와 수중으로 흘러가는 수치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세탁시 물로 빠지는 미세플라스틱보다 착용하고 있는 의류에서 대기 중으로 날리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더 많았다.

실험을 진행한 프란세스카 드 팔코 박사는 “합성 미세플라스틱이 수중 환경뿐만 아니라 대기 환경에 축적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삶에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인체 뿐만 아니라 대기, 해양동물들에게도 위협을 하고 있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옷들은 어떤 소재로 만들어지는지,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환경과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생각해보기 위해서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소재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친환경 소재로 린넨이나 울 등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소재로 만든 제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 옥수수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인 옥수수로도 원단과 섬유를 만들 수 있다. Poly Lactic Acid 라고 해서 PLA로 줄여 부르는데 Lactobacillus 균을 이용해서 옥수수의 녹말을 발효시켜 만든다. 옥수수로 만든 원단의 장점은 일정한 온도(섭씨 55도)와 습도(상대습도 90%)가 갖춰진 환경에서 땅에 매립하면 짧으면 3개월에서 길어도 1년 안에 완전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옥수수 PLA 섬유는 실크와 비슷한 촉감과 광택을 가지고 있다. 이에 국내 섬유 기업들은 옥수수를 가지고 섬유와 원단을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섬유공장의 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옥수수를 가지고 원단을 만들어 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마스크 등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 등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며 "이는 옷을 만드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원단과 섬유가 필요한 비닐, 차를 우려내는 티백, 비닐봉지, 양말, 컵 등 응용할 수 있는 용도는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단점도 분명 있다. 70도 이상 고온에서는 형태의 변화가 올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이 될 수 있는 식품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옥수수 재배과정에서 아산화질소라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하지만 업계는 아이들을 위한 옥수수 식판, 옥수수 빨대뿐만 아니라 옥수수 텀블러 등을 사용하면 일반플라스틱과 대비해서 환경 호르몬에도 노출이 덜 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장점이 있다고 전한다.

◇ 코코넛·바나나
태국의 Thailand Textile Institute에서 개발한 섬유로 코코넛의 껍질을 태워서 숯으로 만들고, 이 숯을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결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소재로 만든 원단은 박테리아에 강하고 착용감도 우수해서 양말 같은 의류에 사용되면 박테리아가 감소해서 냄새가 덜 난다. 코코넛을 많이 재배하다가 매우 많은 양의 껍질이 버려지던 와중에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바나나껍질을 활용한 원단도 개발 중이다.

◇ 파인애플
파인애플의 단단한 껍질이 장점이라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소재의 이름은 피냐텍스(Piñatex)로 영국의 아나나스 아남(Ananas Anam)에 의해 개발됐다. 파인애플의 껍질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만든 것으로 방수 효과도 있고 동물 가죽과 비교해서 무게가 4분의 1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또한 기존의 석유 화학 물질로 만든 인조 가죽이 동물을 죽이지 않고 생산되긴 하지만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사용 후 소각이나 매립을 하면 환경에 해롭다는 단점을 개선했다. 이 원단을 가지고 가방을 만든 브랜드도 있는데 바로 포르투갈 브랜드 루에(Luê)이다. 남성 정장으로 유명한 휴고보스(Hugo Boss)와 영국 브랜드 Bourgeois Boheme 에서는 신발을 만들어 출시했다.

◇사과·오렌지 껍질
사과 주스를 만들고 버려지는 사과의 껍질을 가지고 원단을 만든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재배된 사과의 껍질로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 해피지니(Happy Genie)는 스트랩 끈과 파우치를 바꾸어 달 수 있도록 해서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오렌지로 만든 섬유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해에 오렌지 주스나 관련 가공식품을 만들고 남은 잉여 부산물로 70만 톤의 오렌지 껍질이 나온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오렌지 섬유로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에서는 2017 S/S 시즌에 스카프와 원피스, 치마, 가디건 등을 포함한 캡슐 컬렉션을 출시 한 적 있다.

◇대나무
대나무에서 추출한 성분과 펄프로 만든 제품들도 있다. 대나무는 균과 냄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고 통기성이 좋고 가볍다. 대나무로만 만들어서 옷을 만들기 보다 린넨과 섞어 만들어서 여름철에 땀이 잘 마르고 옷이 쉽게 몸에 달라붙지 않도록 한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남성 셔츠나 주방용 타올, 어린이용 베개, 마스크 등에 쓰인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도 있는데 옥수수 PLA와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에서 소개했듯이 2세대 바이오 플라스틱에 해당한다. 호주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 통을 판매하고 있다. 

질감은 유광의 매끄러운 플라스틱보다는 바삭하고 사각거리는 플라스틱의 느낌에 가까웠다. 나무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으며 대나무 플라스틱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과 구별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해본 결과 피크닉이나 간단한 도시락 통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가벼움이 장점이었다. 단점이라면 보온 및 보냉 기능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 제품의 수명이 다해 폐기를 하려면 재활용으로 배출한다고 해도 재활용 업체에서 해당 플라스틱을 분별 해내기 어렵고, 재활용 방안이 없다고 하기 때문에 소각을 위해 일반쓰레기로 분리배출을 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있다.

◇ EM
이외에도 옷을 세탁하면서 환경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다. (성분이야기 #⑤ EM 편 참고)
 
EM이라는 것을 섬유유연제 대신에 세탁 시 사용하면 되는데 유용한 미생물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효모, 누룩균, 유산균, 광합성세균, 방선균 등 수십 종의 유익균인데 악취도 제거하고, 수질정화, 금속의 산화 방지, 곰팡이 방지, 유해균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100% 자연 유래 성분으로 당밀이나 설탕물에 원액 균을 배양해 희석액을 얻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원액 배양균을 구매할 수도 있고, 거주지의 동사무소에서 원액으로 배양해서 키운 용액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담아올 병을 가져가면 물탱크에서 무료로 받아올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빨래를 세탁할 때 세제와 섞어서 같이 넣거나, 세탁 후 섬유유연제를 넣는 헹굼 단계에서 섬유유연제 대신 네 숟가락 정도의 양을 넣어보니 섬유유연제 특유의 인공의 향이 나지는 않으면서도 옷이 바삭하게 건조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인공 향에 민감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사용하기 좋다.

국내에서는 옥수수 섬유나 해조류 섬유로 만든 옷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소비자들은 면이나 울 같은 천연소재로 만든 옷을 구매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그렇지만 울이라고 같은 울도, 면이라고 친환경 면도 믿을 수 없는게 더 큰 현실이다.

농사를 할 때 쓰는 옥수수 멀칭 비닐은 농사를 마치고 난 뒤에 걷어들이지 않아도 토양에 남아 썩으면 양분이 된다고 한다.

국내의류 관련 기업들도 의류가 환경과 인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로운 소재로 만드는 생필품과 옷, 가방들에 대한 출시를 적극적으로 하길 바란다.
 

vitnana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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