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효성 조현준 회장의 ‘자격심사‘
[데스크칼럼] 효성 조현준 회장의 ‘자격심사‘
  • 박광신 편집국장
  • 승인 2020.04.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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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대로 효성 조 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효성 측은 ‘뉴 효성’을 외친 주주들의 믿음에 따른 결과라고 자찬하고 나섰다. 기업 수장의 도덕성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이밖에도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단체가 반대를 했음에도 주주들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 가치 훼손보다는 1조 클럽 복귀 등 실적개선에 큰 점수를 줬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효성의 핵심 사업인 탄소섬유는 정부지원 독점사업 성격에 가까워 호실적 발판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1조 클럽 복귀 성과는 부풀려진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돈과 권력 앞에 대기업 수장이 갖춰야할 도덕성 따위는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조 회장의 주주총회 지지율은 70%가 넘는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50%가 넘는 상황에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이미 사실상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영업이익에 따른 천문학적 배당금이 지급 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 씁쓸한 웃음을 지울 수 없다. 기업 수장의 사회적, 도덕적 가치를 무시하고 경제 논리로 부의 축적을 탐하는 주주들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은 더욱 허탈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조 회장은 해외법인자금 횡령으로 부동산 구입이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부당지원, 변호사 비용 지급혐의 등 크고 작은 배임 및 횡령 사건에 휘말려 있다. 물론 대기업 승계 과정에서 업무상의 배임, 횡령 얘기는 비단 효성 뿐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오너리스크 뉴스는 진즉에 식상하기 쉬운 메뉴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지탄받아 마땅한 이유는 법인카드의 해외 사용 내역에 있다. 조 회장의 법인카드 해외사용 내역은 무려 16억 원으로 사용처는 명품구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떠도는 얘기로는 부끄러울 법한 구매내역도 상당하다고 한다. 무차별한 법인카드 사용은 사익편취를 넘어 회삿돈을 개인의 일탈로 탕진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우며, 조 회장 본인과 기업 이미지 실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의 선고는 이런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입증하는 결과다. 또한 이런 사태들을 통해 공적자금 성격의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경영개입을 선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조 현준 회장이 책임을 통감하며 업계에 머리 숙여야 할 것이다.

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2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원래는 지난달 25일 이었으나 해외 출장으로 인한 코로나19 자가 격리로 8일로 연기됐다.

이번 재판결과에 따라 실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아도 기업 수장의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한다. 또한 이번 항소심을 통해 법이 정하는 기업 총수의 사회적 책무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조 회장이 해외출장으로 인한 성과보다 이번에는 법인카드를 어디에 썼을까 라는 궁금증이 더 이상 관심을 받지 않으려면 조 회장 본인 스스로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조 회장이 ‘비리 총수’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2심 결과와 상관없이 자숙과 반성으로 사회적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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