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人터뷰 ①] 2년간의 쓰레기 세계일주, 환경청년 이동학의 '플라스틱 전쟁' 출사표
[환경人터뷰 ①] 2년간의 쓰레기 세계일주, 환경청년 이동학의 '플라스틱 전쟁' 출사표
  • 이한 기자
  • 승인 2020.04.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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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 세계일주 다녀온 이동학씨
도시 문제 돌아보러 떠난 여행에서 지구 환경 생각하다
"쓰레기의 역습, 플라스틱과의 싸움과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이동학씨는 2년 동안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학씨는 2년 동안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쓰레기를 구경하며 세계일주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2년 동안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직접 보고 온 사람이 있다. 그는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인류가 쓰레기와의 ‘싸움’과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옆사람이 편하고 안정적인 환경에 놓여야 나와 내 가족 역시 편안해질 것이라며 연대와 공존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쓰레기 세계일주의 주인공 이동학(38)씨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하지만 사회 문제와 청년의 역할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 한 정당에서 혁신위원을 지낸 이력도 있다. 이씨는 전 세계 국가들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고 싶어서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그의 어머니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라며 ‘지구촌 촌장’이라는 직함이 적힌 임명장을 줬다. 그렇게 2년간 전 세계를 여행한 이동학씨는 ‘지구의 절반은 왜 쓰레기로 뒤덮이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는 어디서 무엇을 보았길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Q 지구촌 촌장이라는 닉네임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어머님이 지어주셨다고요. 처음 그 직함(?)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름은 제가 지었고 어머니가 임명장을 주셨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지구 곳곳을 탐구하고 탐사하러 가는거니까 책임감을 갖자는 의미였어요. 장성한 청년이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아들이었을텐데, 불확실한 곳들도 여행한다고 하니 잘 다녀오라는 의미도 함께 담으셨던 것 같습니다.

Q 내 문제에만 집중하고, 내 생활의 편리만을 좇는게 아니라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자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 시선은 선천적으로 가질 수 있나요 아니면 교육이나 어떤 계기로 인해 후천적으로 생기는 마음일까요.
저를 둘러싼 삶의 환경이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초등학교때부터 석간신문을 돌리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에 알바비를 떼여보기도 하고, 그게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면서 ‘세상이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넘겼죠. 그러다 중학교 3학년때 어머니 따라 꽃동네 봉사활동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힘들게 지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삶을 보는 시선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어려운 사람을 돕는게 내게도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로 돌아가셔서 학비 지원을 받았는데 사회로부터 받은 것에 대해서 사회에 다시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Q 과거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쓰레기’를 대하던 과거의 이동학 촌장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감각이 전혀 없었어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 내 곁을 떠나서 멀리 가고 그 과정에 어떻게든 해결이 잘 되는 줄 알았어요. 어쩌면 관심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요. 분리수거를 정확한 방법으로 제대로 하지도 않았거든요. 어머니는 분리수거를 꼼꼼하게 하셨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Q 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큰 틀에서 전체적인 루트는 어떻게 짰습니까
처음에는 OECD국가들을 타겟으로 삼았어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OECD통계는 이만큼인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OECD는 지고지순한 선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장점 이면의 단점은 없을까? 왜 그런 것들은 기사회되지 않지? 이런 부분들이 궁금했어요. 우리나라는 섬나라와 다름 없어서 외교적인 역량이 중요하잖아요. 내가 여행을 통해서 민간외교관이 되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있었고요.

Q 세계여행 하려면 동선이나 일정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싶으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뭘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나요. 
고령화, 지속가능성, 세대간의 갈등...이런 문제들을 폭넓게 보고 싶었어요. 저런 이슈들이 연금문제나 일자리 문제 등 여러 이슈와 연결되잖아요. 그렇게 이어지는 사회적인 고리들을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왜 고령화가 될까? 출산율을 왜 떨어지지? 그런 문제들에 의문을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죠.


이동학씨는 2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봤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여러 도시에서 그는 환경 문제를 얘기하는 많은 사람과 만났다. (이동학씨 블로그)/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학씨는 2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봤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여러 도시에서 그는 환경 문제를 얘기하는 많은 사람과 만났다. (이동학씨 블로그)/그린포스트코리아

◇ 도시 문제 보기 위해 떠난 여행,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이유는?
이동학씨는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청소노동자의 노동 처우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만났던 멘토의 당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한 도덕적인 문제, 그 쓰레기가 오히려 삶의 터전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이러니도 느꼈다.

Q 세계를 돌면서 본 다양한 모습들이 있을텐데요. 그 와중에서 환경문제, 특히 쓰레기에 관한 얘기를 특히 먼저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여행 떠나기 전에 서울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위원장께서 “다른 나라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나 생활에 관한 것들도 관심 있게 봐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도시를 방문할때마다 관심 두고 살펴봤죠. 처음에는 청소노동자분들의 노동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게 점점 확대되어서 쓰레기 문제에도 관심 두게 됐습니다.

Q 그분들의 노동이라면 결국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일텐데. 어떤 것들이 보이던가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입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뭘까? 이게 모든 도시의 숙제잖아요. 도시 전문가들을 만나봐도, 평범한 시민을 만나봐도 그 과정에서 빠짐없이 얘기하는 것이 바로 환경 분야였어요. 도시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문제, 쓰레기가 해결되지 못해 누적되고 쌓여가는 문제, 그렇게 만들어진 쓰레기산에 관한 문제들이요.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가 심각하겠구나’싶었죠. 재활용 체계가 우리나라만큼 구현되지 않은 곳도 많았고요.

Q 쓰레기산이나 플라스틱섬 얘기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데요. 당신이 눈으로 직접 보았던 ‘버려지는 쓰레기’의 모습들이 궁금합니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고, 심각성은 어때 보였나요.
아이슬란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자동차에 쓰는 석유를 제외하고는 지열로 전기나 난방을 상당 부분 해결해요. 오로라 등으로 자연적인 이미지도 높은 나라고요. 그런데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분류하지 않고 버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영국, 독일, 미국에서도 그런 경우를 봤어요. 처음에는 ‘선진국이니까 이렇게 버려도 잘 되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Q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들은 결국 어디엔가 모여서 쌓이게 되잖아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을 여행할 때 그 충격이 더 컸어요. 전세계에서 와 있는 쓰레기가 모여있더라고요. 중국으로 모이던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지면서 생긴 문제였죠. 바다를 떠돌다가 지역 어디선가 업자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컨테이너 가득 쓰레기가 실려 들어옵니다. 그 쓰레기가 산이 되고, 강을 통해 버려지기도 하고, 쌓여있던 쓰레기가 태풍에 휘날려 바다로 날아가버리기도 해요.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물길 따라 바다로 가는걸 목격했어요.

Q 쓰레기더미 때문에 일상생활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 쓰레기 더미에서 돈벌이 거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한 아이러니를 느꼈고, 쓰레기 문제 해결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시각으로 볼 때 그들의 삶은 굉장히 불행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나눠보니까 그분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았어요. 이질감이랄까요, 문화적인 상대성일수도 있고 여러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내가 ‘문화적인 우월성이나 자만심에 빠진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Q 그 쓰레기가 있어야만 밥벌이가 가능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네요
기본적인 인권 기준으로 보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삶이라는 건 분명하죠. 하지만 그 쓰레기더미를 뒤져 작은 소득을 올리면서 거기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다른 나라의 쓰레기가 거기 와서 버려진 것은 큰 문제인데, 그게 버려지지 않으면 이 사람은 일자리를 잃어요. 지구촌의 아이러니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생겼는데 그 현장에서는 이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니까요. 쓰레기를 안 보내는게 맞지만, 그걸 주워 5~600원 남짓 벌어서 쌀을 사고 물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도대체 이들의 안정성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건지 고민했어요.


 
그가 여행을 통해 느낀 불편한 진실 중 하나.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간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가 여행을 통해 느낀 불편한 진실 중 하나.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간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함께 간다
이동학씨가 여행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인간이 가는 곳에는 반드시 쓰레기가 따라간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는 지구를 정복한 것이 인류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며, 인류에 대한 플라스틱의 역공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공격이라고 느꼈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착한 실천’을 넘어 인류의 싸움 또는 전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단다. 그 생각을 담아 책도 썼다.

Q 당신의 여행 중에서 쓰레기와 관련한 결정적인 장면을 꼽아보면 뭐가 있을까요. 충격적이었거나, 반성했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에 도입이 필요한 제도라고 느낀 것일 수도 있고요
쓰레기 더미에서 플라스틱이나 유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어요 과거에도 TV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더 놀랐던 장면은 몽골에서였어요. 쓰레기 더미를 뒤져 음식을 찾는 사람을 봤어요. 상한 음식을 먺고 탈이 났는데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앓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여전히 수억명이 굶고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의 1/3이 유통 과정에서 버려진다고 하더군요. 식재료를 포함한 음식의 유통체계가 지구촌 전체를 위해 제대로 돌아가야겠다고 느꼈어요. 미국 푸드뱅크나 브라질의 저소득층 음식나눔사업에 대해 공부해보기도 했고요.

Q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것 같다’고 썼죠. <농담으로 과학하다>라는 책을 보면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지구에는 총천연색 플라스틱만 남을 것 같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도 플라스틱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탄자니아에 가서 킬리만자로, 세렝게티 초원을 돌아봤어요. 거기도 쓰레기 천지입니다. 온갖 곳에 쓰레기가 안 가 있는 곳이 없어요. 인간이 가면 쓰레기도 함께 갑니다. 저는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플라스틱이 인간 옆에 기생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간보다 더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지구에 침투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생각이요. 플라스틱은 좋은 소재고 편리한 재료지만 과하게 사용함으로서 인류가 역공을 당할 날이 언젠가 올 것 같아요.

Q 플라스틱이 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인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저는 그 공격이 벌써 시작됐다고 봅니다. 이것에 대한 감수성을 사람들이 모두 느껴야해요. 사실 대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얼른 실천하는게 중요하죠. 플라스틱과의 싸움을 벌여야 해요. <쓰레기책>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것도 사실 그래서입니다. 사람들이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잖아요. 저는 ‘기후공격’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기후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 원인이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생각한거죠.

Q ‘인류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계를 발명한다면, 그 기계 역시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쓴 작가도 있었습니다
맞는 얘기네요(웃음) 플라스틱 쓰레기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플라스틱이 함께 하니까요. 인간의 시야가 아니라 지구의 시야, 또는 우주의 시야에서 보면 플라스틱이 생존하는 가운데 인간이 그 곁에서 연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여행 과정에서 쓰레기를 다루는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보거나 듣거나 읽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의 노력을 보면서 앞으로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절실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죽는날까지 노력해도 정말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이 의미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이런 싸움을 시작하자고 제안하는겁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을 늘려가고 싶어요. 지금은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1년이나 10년, 아니면 20년 이상이 되더라도 변해가기를 기대는 합니다.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환경 기업,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많이 연락하고 있어요. 조만간 관련 프로젝트도 시작할 예정이고요.


 
그는 2년간의 세계여행에서 보고 느낀 환경과 쓰레기 관련 소감을 책으로 엮어 펴냈다. (오도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는 2년간의 세계여행에서 보고 느낀 환경과 쓰레기 관련 소감을 책으로 엮어 펴냈다. (오도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쓰레기 줄이기라는 오랜 숙제, 인류는 과연 이 숙제를 풀까?
쓰레기를 줄이자는 조언은 사실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한만큼 국가와 기업들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미 오래 전 얘기다. 하지만 정작 쓰레기는 늘어만간다. 인류는 과연 이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이동학씨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적인 뒷받침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노력이 모여 정부로까지 이어지는 흐름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Q 쓰레기를 줄이려는 여러 노력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안 줄어듭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일까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공통점이 있어요. 인류는 도시로 움직입니다. 사람들은 수도권 등을 포함해 크고 유명한 도시로 몰리죠. 사람이 몰리면 도시는 성장하고 풍요로워지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쓰레기가 따라와요. 도시가 성장하려면 인구가 필요하잖아요. 도시의 정책들은 대개 인구를 늘리는데 집중되어 있어요. 사람이 몰리면 도시에 생산이 올라가고 소비가 올라가면서 쓰레기는 늘어나는 구조죠. 예전까지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눈에 보이는 거고요.

Q 그러면 결국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냐’라는 방법론이 숙제로 남습니다. 실천이 어려운 숙제인데, 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어디서 어떻게 출발해야 할까요 
정책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쓰레기가 덜 나오는 방향으로 진화해야죠. 기업들이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정치권이 그렇게 유도해야 합니다. 연구 인력도 늘리고 환경 산업도 미래산업이니까 제도적인 장치들도 마련해야죠. R&D허브 지원하고, 스마트팩토리 지원하듯이 환경적인 부분을 염두에 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소비자들이 재활용품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 부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례나, 당신이 직접 우리나라에 적용해보고 싶은 모델이 있었나요
쓰레기가 덜 나오는 체계를 만들어야겠죠.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쓰레기가 덜 나오는 방법이요. 독일 프라이부르그에 가면 134곳의 카페와 빵집이 커피컵 보증금 환불제도를 시행해요. 도시 디자인을 컵에 입혀 다회용컵을 만들고 시민들이 커피 테이크아웃할 때 보증금 1유로를 내고 다회용 컵에 받아갑니다. 반납은 음료를 구입한 카페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가능해요. 사실 독일에서도 이 사례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까지는 아직 못 받습니다. 도시 전체가 그걸 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대학가 근처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런 사례를 좀 더 내실화해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한국형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어서 몇몇 지자체와 얘기를 나눠보는 중이에요.

Q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쓰레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관심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혹시 들려줄 얘기가 있나요
부산 매립지와 수도권 매립지도 직접 가봤어요. 조만간 쓰레기 문제가 수도권 중심으로 강력한 이슈가 될겁니다. 수도권 매립지 사용연한이 이제 5년 남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몇 개월 더 앞당겨질 것 같아요 쓰레기가 워낙 많이 만들어지거든요. 쓰레기 문제는 결국 소각장과 매립지가 부족해서 생깁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는 줄지 않아요. 아파트도 계속 지어지고 있고요. 인간이 움직이고 생활하는 모든 과정에 쓰레기가 수반된다고 가정하면 이게 곧 문제가 될겁니다. ‘인천 1만 1000톤 줄여라, 경기도는 3만 1000톤, 서울도 3만 5000톤 줄여라. 그렇게 7만여톤을 줄이자’ 이런 계획은 수립된 상황인데 쓰레기라는게 늘으면 늘었지 줄어든 사례는 찾기 힘들거든요. 지자체에 숙제로만 던져졌지 모두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주거환경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들/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학씨는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원인이 쓰레기라고 지적한다. 당신은 그 공격에서 자유로운가?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Q 환경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쓰레기없는 마을을 지정해보고 싶어요 프라이부르그 컵 같은 사례가 될 수도 있고 비닐봉지 대신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유가방을 만드는 방법도 가능하겠죠. 무거운 가방을 많이 만들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니까 환경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요. 또 하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장례식장 수요가 늘어나는데, 현재 전국 1100여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아주 많이 씁니다. 일부 장례식장과 협약을 맺고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장례문화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뜻 있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제도와 사회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 숙제가 있죠. 당신께도 이런 숙제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 사례가 만들어지면 지방과 지역에서 시작한 노력이 환경부나 중앙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겠죠. 아래서부터 만드는 사례를 채워가고 싶어요. 또 하나는 주요 정당들이 환경 파트가 약합니다. 우리나라는 양대정당 구도로 집권해왔고 집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로 성장과 경기부양 등 먹고 사는 문제였어요. 그 반대 지점이라고 여겨지는 환경에 대해서는 인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죠. 각 정당들이 이 문제를 메인으로 올릴 수 있는 여력을 만들고 싶어요. 환경 문제가 국가 아젠다에서 상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Q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당신 책의 부제는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입니다. 지구가 전부 쓰레기로 뒤덮이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쓰레기 더미에 아이가 앉아있는 사진이 책 표지입니다. 하지만 표지를 한 장 벗기면 푸른 지구에 아이가 앉아있어요. 그렇게 만들기 위한 싸움을 치르는 존재가 지금 우리들입니다. 이 싸움을 외면하면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쓰레기가 지구 전체를 덮고 있겠죠.

Q 덧붙이자면, 많은 사람들이 환경은 미래세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문제라고 말합니다. 같은 의견이신가요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치우면 우리 눈앞에서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피해가 되죠.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해 바다로 흘러들고, 바다생물이 그 쓰레기를 먹은 다음 우리 식탁으로 오잖아요. 세계는 연결돼있습니다. 분리시키고 간격을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독일에 난민 자녀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치기도 하고 반대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약자가 되고, 약자가 된 아이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어서 현지 아이들을 공격하기도 해요. 악순환이죠. 옆집 아이가 편안하고 안정적이 되어야 나와 우리 아이도 안정되고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그게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봅니다. 연대와 공존의 정신. 함께 사는 지구 시민의로서의 의무겠지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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