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우절날 듣고 싶은, 진짜라면 너무 좋을 환경 거짓말
[기자수첩] 만우절날 듣고 싶은, 진짜라면 너무 좋을 환경 거짓말
  • 이한 기자
  • 승인 2020.04.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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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6년 전 이날, 기자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날 기자는 아침 조회를 앞두고 친구들과 옆반 교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똑같은 머릿수만큼의 옆반 아이들은 우리반으로 왔다. 다른 교실에 앉아서 조회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키득댔고, 선생님은 우리를 보시더니 “너희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냐”면서 혀를 끌끌 차셨다.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만우절을 영어로 직역하면 사월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다. 속이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속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유일한 하루다. 그렇다고 상대를 바보로 만들기 위해 속이는 건 아니다. 대학교때는 이날마다 마치 거짓인 척 고백하는 청춘들이 많았다. 고백이 받아지면 좋고,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오늘 만우절이잖아’ 하면서 넘어가려는 풋풋한 수줍음이었다.

본심을 살짝 숨기기 위해서든, 고된 나날 속에서 하루쯤 실컷 웃기 위해서든, 만우절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대개 관대하다. 그래서일까. 오늘 오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는 글이 퍼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위를 밀다가 추락시켰다는 내용이다. 속초시청에도 관련 문의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글은 매년 만우절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설악산국립공원이 공식 SNS를 통해 “흔들바위는 건재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장난이 유쾌하고 즐거우려면 중요한건 ‘수위’다. 장난을 치는 사람도, 그 장난을 당하는 사람도 모두 ‘이 정도 수위면 장난으로서 괜찮다’는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모두 유쾌할 수 있다. 거기서 선을 넘으면 그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다.

기자는 만우절을 기념(?)해 선을 넘지 않는 환경 관련 선의의 거짓말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봤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았다. 비록 사실이 아니지만 만일 진짜라면 너무 좋을 환경 관련 거짓말, 바꿔 말하면 ‘요즘 이 시국에 실제로 들으면 정말 좋은 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자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버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분해되어 사라지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거짓말을 상상했다. 음식물쓰레기와 플라스틱, 일회용 비닐 등에 관해 여러모로 취재해보니 결국 “아무리 재사용을 잘해도 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89억톤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69억톤을 버렸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하루에 300그램씩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게 지구에 계속 쌓이지 않도록 하는게 인류의 숙제다.

해외 봉사활동 경험이 많은 직장인 이모씨(37)는 “아프리카 마을마다 깨끗한 물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가 더럽힌 쓰레기와 물이 그곳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그곳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덜하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게 우선이다 보니 환경문제가 중요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씨는 “내가 해친 환경이 그곳의 동식물과 사람에게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포스트 편집국의 또 다른 기자는 “코로나가 깔끔하게 종식됐다. 그리고 학교도 정상적으로 개학한다”는 거짓말을 내놓았다. 해당 기자는 아직 학부모는 아니지만 5살 아들을 먹이고 입히면서 매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아이가 사용하는 장난감, 집에서 쓰는 여러 물건들에 혹시 유해물질이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기도 한다. 아이가 입고 먹고 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당장 사라져야 할 존재다.

코로나19에 관한 언급은 또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학부모 임모씨(40)도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보급돼 이제는 밖에 마음껏 돌아다녀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임씨는 “날씨가 좋아졌는데도 두 아이랑 매일 집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다. 애들이 계속 집에 있는데도 집 근처에 잠깐 나가는 것 말고는 외출이 별로 없으니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이 처음 봉쇄됐을 때, 현지 한 아파트 주민대표가 “잘 살고 버텨서, 꽃피는 봄이 오면 웃으면서 만납시다”라는 편지를 주민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한국에도 꽃피는 봄이 벌써 왔고, 조만간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에서 벗어나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을까?

한마디 덧붙이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유쾌하게 남을 속이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이슈와 연결된 심각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은 안 된다. 만우절을 핑계 삼아 경찰서나 소방서 등에 장난전화를 거는 것도 금물이다. 특히 중요한 기관에 장난전화나 허위신고를 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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