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주 부터 기자들의 “쓰레기 없이 살아보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말동안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위해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 지 몸소 체험해보자는 프로젝트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또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버리는 체험을 하다 보니 생산된 쓰레기를 어떻게 버릴 것이냐 또한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다. 과연 우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수거 하고 있을까.

쓰레기 없이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이미 몇몇 기자들의 얼굴은 살짝 굳어졌다. ‘취재도 바쁜 와중에 주말에 쓰레기 없이 살아보라고?’ 라는 귀찮음이 얼굴에 비춰졌으리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어떤 국민들인가. 귀찮음에 투덜거려도 꼭 시키는 일은 보기 좋게 잘해내고야 만다.

우리나라 분리수거도 그렇게 시작됐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을 시작으로 2002년 ‘분리배출 표시 제도에 관한 지침’에 따라 분리배출을 의무화 했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분리배출에 관한 의견은 분분했다.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부터(종량제봉투를 사야 했으니까) 이걸 하나씩 분류해서 버려야 한다는 귀찮음에 찬반 의견이 심했었다. 그때까지 분리수거는 고작 빈병을 슈퍼에 내다파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 후 몇 번의 법 개정을 거쳐 지금의 분리수거 형태가 정착됐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동네는 매주 월요일 분리배출을 한다. 매주 월요일이면 집집마다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비닐류 등을 각각의 방식으로 배출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몇몇을 제외하곤 분리수거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없고 참 일사분란하게 열심히들 하신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심히 분리배출 한 쓰레기는 얼마나 재활용이 될까?

정부는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세계 2위에 달하며, 쓰레기 배출량도 1인당 380kg 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와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 양은 OECD 평균 1425g(2015년 기준) 대비 41.8% 적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생활폐기물의 27.5%(255.4g)를 차지하는 종량제봉투 속 폐기물의 절반은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사업장폐기물은 2016년 조사 기준으로 하루 37만5000t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정부 발표와는 달리 쓰레기 배출량은 OECD 평균으로 따졌을 때 최하위권이며,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한 에너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 생산량도 최하위권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쓰레기 분리배출이 문제인가 분리수거가 문제인가. 쓰레기 배출에 따른 국민들의 의식 변화는 오랜 기간 정체돼 왔다. 분리배출이 정착되면서 ‘분리배출을 꼭 해야 한다’는 의식이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에 관한 의식은 정부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하면서 관심 밖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의 분리배출 방식은 정말 올바른 방식 일까?

올바른 쓰레기 배출이 이뤄지려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제외하더라도 비닐류는 폐비닐과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 PET병도 라벨 및 뚜껑 플라스틱 제거, 폐지류도 코팅폐지와 비 코팅폐지 등의 분류가 이뤄져야한다. 말인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재활용과 비재활용의 품목 들이 포괄적이 아니라 세세히 구분되고 분류 돼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린 아주 오랜 기간 쓰레기 분류 배출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안내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유가 뭘까? 이유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있다.

우리나라 쓰레기 분리수거는 민간 80%, 지자체 20%가 담당한다. 지자체에서 민간업체로 용역 발주를 통해 대부분의 쓰레기를 분리수거 후, 선별장에서 쓰레기 검수 과정을 통해 폐기물이나 재활용으로 구분 지어진다. 중요한건 이 과정에 있다.

쓰레기 수거의 대부분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다보니 검수 분류 과정에서 세세한 분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고형연료로 사용되어지는 쓰레기가 양산되고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품목별로 세세히 한다는 것은 결국 인건비 문제인데 민간업체가 이득을 위해서 그렇게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결국 쓰레기 분리수거에 따른 재활용 정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맡아서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지만 정책 편의성에 기댄 민간위탁으로 분리수거가 아닌 분리배출 책임으로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지시키면서 벌어진 ‘폐지대란’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민간 수거업체가 폐지 수거거부 시 지자체 중심의 공공수거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경고뿐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배출자의 선별 의무를 강화하겠다. 일부 아파트에서 공짜라는 이유로 종량제 봉투에 버릴 쓰레기를 박스 안에 넣는 행위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쓰레기 배출 문제는 국민의식 수준의 문제”라고 정부차원에서 단정 지었다. 결국쓰레기 문제는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국민 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어떤 국민들인가. 정부가 하자면 하고자 한다면 (조금은 투덜거릴 지언 정) 마지못해도 무엇이든 지켜주었다. 쓰레기 종량제든, 분리배출이든.

분리배출을 조금 더 세분화 한다고 해서 투덜거릴 국민들이 아니란 말이다.

결국 쓰레기 생산과 배출 문제는 정책 편리함에 기대어 민간에게 위탁한 정부와 그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환경 깡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의 의식구조가 아니라 정부의 의식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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