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감원,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 발표
환매 연기, 증권사 TRS(총수익스와프) 포함, 약 1.72조원 수준

금융감독원(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감독원(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어떠한 투자든 ‘원금손실’의 위험은 존재하며, 그 손해는 투자 주체에 귀속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원리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안정성을 고려한 상품 설계와 판매 과정의 적합성은 더더욱 그렇다. 금융소비자의 금전적 손해와 금융권의 신뢰 저하 등 동반 하락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DLF’에 이어 금융시장을 달구고 있는 ‘라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금융’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담긴 거래 앞에서 ‘수익’을 제외한 모든 경고는 ‘블랙아웃(blackout)’ 처리되었다. 상품 설계사도, 판매사도, 감독기관도 모두 신뢰의 열차에서 탈선해버렸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DLF에 이어 이례적으로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말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의 전체 수탁고는 약 4.5조원으로, 이중 2019년 말 기준 환매 연기는 증권사 TRS(총수익스와프)를 포함, 약 1.72조원 수준이다.

‘모(母)펀드’ 기준으로 건별 환매 연기 금액은 △플루토 FI D-1호(9,391억원) △테티스 2호(2,963억원) △플루토 TF-1호(2,408억원) △Credit Insured 1호(2,464억원) 등이다.

이중 모펀드에 투자한 자(子)펀드 형태는 173개로, 개인과 법인을 합쳐 총 4,616개의 계좌, 수탁고 약 1.67조원 가량이다. 즉, 19곳의 금융사를 통해 팔려 현재 환매 연기가 발생된 건이다.

개인과 법인을 합쳐 금액 순으로 살펴보면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종금증권(949억원) △신영증권(890억원) △KEB하나은행(871억원) △KB증권(681억원) △부산은행(527억원) △한국투자증권(483억원) △삼성증권(407억원) △키움증권(285억원) △경남은행(276억원) △유안타증권(229억원) △NH투자증권(183억원) △미래에셋대우(90억원) △농협은행(89억원) △산업은행(37억원) △한화투자증권(12억원) 순이다.

또다시 은행과 증권사에서 불완전 판매의 여지가 있는 상품을 판매,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킨 것이다. 금감원의 중간 발표와 라임 측에 의하면 ‘모펀드’ 회수율은 플루토 FI D-1호의 경우 50~68%, 테티스 2호의 경우 58~79% 수준이다.

자산실사가 진행된 두 개의 펀드는 나란히 50% 안팎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의 경우 손실액은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라임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임 AI 스타 1.5Y 1호, 라임 AI스타 1.5Y 2호, 라임 AI스타 1.5Y 3호 펀드 세 펀드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펀드들의 기준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난 이유는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플루토 FI-1호도 경우 전액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라임 측에 따르면 ‘1억달러의 원금삭감이 발생’된 상태다.

이러한 손해가 발생됨에 따라 해당 상품의 계약자는 불완전판매, 그 넘어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에서 해당 펀드 계약을 체결한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 앞으로 가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 중이다. 7일 기준 분쟁신청 건수는 총 214건이다.

이들 투자자들은 상품 설계사, 판매사, 금융당국 모두가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픽 최진모 디자이너/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라임자산운용의 침묵ⵈ'오해에서 사실로'

‘라임’과 관련된 의혹은 지난해 7월로 넘어간다. 당시 라임은 각종 오보에 대해 라임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라임 측은 △파킹거래 △부실자산 매각 △수익률 돌려 막기 △모자펀드 도미노 손실 △코스닥 한계기업 투자 △준법감시 유명무실 등 6개 항목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 라임 측은 ‘다소 복잡한 거래 구조로 인해 당사의 의도와 다르게 의혹을 야기했다며 오해를 사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펀드 유동성 문제로 대규모 상환 및 환매 연기를 결정하기 전까지 ‘쉬쉬’하며 금융소비자 기망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은 얼마 가지 못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투자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제 오해를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사모펀드 활성화가 부른 투자 손실?

금감원이 밝힌 라임의 이상징후 포착 시기는 지난해 6월이었다. 금감원 측은 플루토 FI D-1호를 중심으로 한 순환적 펀드 거래 및 증권사 TRS(총수익스와프)를 이용한 부적정한 운용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2개월이 지난 8월에서야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검사에 착수했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각종 의혹이 기사화 되고 난 후이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라임이 환매 연기를 결정했고, 금감원은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더 늘어난 마이너스 수익률에 한숨 지을 뿐이다.

금감원 측은 피해자 구제와 시스템리스크 확산 방지 등 두 가지 관점에서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라임의 투자한 자산 대부분이 비시장성 자산이라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고 사모펀드의 특성상 조속한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금감원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카페에는 ‘믿을 사람은 같은 피해자뿐’, ‘금감원 발표내용을 보니 어이가 없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이라는 반응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DLF와 마찬가지로 라임 펀드 등의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의 정책 훈풍을 타고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 2015년 규제 완화는 오늘날 ‘일반 금융소비자의 대규모 손실’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크다. 최소 투자금액 완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는 낮아지고 규제 완화를 타고 각종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외형적인 성장세와 달리 질적인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모험자본 활성화’를 담보로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이 속한 신한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이 속한 신한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수익만 나면 다 팔았다?

또다시 은행, 나아가 대형 금융사는 투자 손실 피해 상품의 주요 판매처가 됐다. 실제로 개인 판매액 9,943억원 중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진 곳은 우리은행(2,531억원), 신한은행(1,697억원), 신한금융투자(1,202억원) 순이었다.

DLF로 곤혹을 치른 '우리은행'은 또다시 ‘라임 펀드’ 최대 판매사로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의견을 나누고 있는 카페에서 ‘손실이 나는 줄 몰랐다’거나 ‘투자성향분석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등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나열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초대형 증권사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는 알면서도 금융소비자를 손실 절벽으로 밀어낸 것으로 밝혀져 체면을 구겼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라임과 함께 ‘무역금융펀드’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며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했다. 신한금투는 ‘기준가 임의변경’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고, 2018년 11월 펀드의 부실을 확인했지만 구조화를 통해 정상펀드로 부실을 전가했다. 이후 2019년 1월 1천억원 규모의 부실 규모를 파악했지만 4월 환매 불가에 대응하기 위해 2차 구조화에 나섰다.

다만, 판매사들은 이미 부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금융소비자를 계속 기망해 상품을 판매했다는 피해자들의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 측에 자산운용 보고서 등 관련 자료 달라고 하면 약식으로 주고, 상세 내역을 안줘서 정확히 확인을 할 수 없어서 세부 투자 사항을 상세하게는 몰랐다”며 “부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판매사들은 소송 등의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대신증권으로, TRS사인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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