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김정기 부문장 제친 권광석 내정자
임추위로부터 유례없는 1년 임기 통보 받아

권광석 우리은행 내정자(우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권광석 우리은행 내정자(우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은행장’ 선임이 9부 능선을 넘겼다. 하지만 단지 ‘선임’ 절차에서만일 뿐이다. 임기 시작 후 행보가 ‘산 넘어 산’이 될 공산도 있다.

지난 11일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장고 끝에 권광석 대표를 깜짝 우리은행장 내정자로 선정했다. 공식 발표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까지 ‘유력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던 김정기 부문장을 제치고 말이다. 결국 은행과 지주 양쪽을 이끌었던 손태승 회장의 공백을 메운 것은 외부 인사였다.

2018년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권 대표의 인사가 갑작스러운 것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쪽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권광석 대표이사의 정확한 퇴직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사회, 총회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양쪽 모두를 놀라게 한 인사가 끝난 것도 잠시 신임우리은행장의 임기가 1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임추위는 권 후보의 임기를 ‘주주총회부터 1년간’이라고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임기 연장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1년’은 그동안 은행권에서 볼 수 없었던 유래 없는 ‘짧은 기간’이다.

심지어 전임 우리은행장인 손태승 행장의 경우 2017년 취임 당시 임기가 3년이었다.

며칠간 우리은행은 숨 가빴다. 11일 후보 추천, 12일 조직 개편, 13일 임기 통보까지 속전속결이었다. 내정자 선정이 되기까지 일정이 미뤄졌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주사와 은행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임추위의 말과는 달리 급박하게 돌아가는 추이를 보는 외부의 시선 역시 그렇다.

물론 권 대표는 우리PE 대표이사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1988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2017년까지 우리금융지주, 우리아메리카은행 등에 근무하며 경영지원, 홍보, 대외협력단 IB그룹 등을 두루 거친 이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손태승 회장과 손발을 맞춰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김정기 부회장이다. 우리은행의 수장으로 지금까지 합이 잘 맞아온 김 부회장의 미선임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손태승 회장이 권 내정자와의 동행 아쉬움을 언제까지 토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우리금융 내부는 손태승 회장 연임에 긍정적이다. 손태승 회장의 강한 연임 의지를 필두로 이사회와 우리은행 노조가 한마음 한뜻으로 회장직 유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지주 회장직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부분이다.

단, 외부 요인으로 우리금융 회장직은 아직 '무주공산'이다. 또 하나의 제재심 결과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의 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와 관련된 과태료를 당초보다 낮은 190억원 부과했지만, 2018년 휴면고객 비밀번호 도용건이 제재심의를 앞두고 있어 이 또한 무겁다.

권광석 내정자 역시 1년이라는 전인미답의 임기가 면접 당시 밝혔던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간인지에 대해 고민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다.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신규 사업 기회 발굴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권광석 행장과 아직 연임을 확정짓지 못한 지주의 손태승 회장의 평행선에 대한 외부의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권 내정자가 대외협력을 오래한 경력이 있지만 취임한다고 해도 일을 원활히 할 수 없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하며 역할에 대한 한계는 있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권광석 내정자는 오는 3월 은행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제52대 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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