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외식이 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집밥'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겠네요" 

 

 

 

최근 한 20년만에 이사를 하면서 한 달 가까이 외식을 했습니다.

이사 전에는 짐을 싸고 정리하느라, 이사 후에는 다시 짐을 풀고 또 정리하느라 집에서 밥을 해먹기 힘들었던 때문입니다. 

아내가 직장을 나가는 터라 달리 방법도 없었습니다.

경험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집밥'을 못 먹고 '매식'을 오래 하다 보니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 집에서 한 밥에 계란후라이와 간장을 넣고 쓱쓱 비벼 김치와 먹는 게 그렇게 맛있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각설하고...집집마다 사정이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제 경우도 전보다 외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무슨 기념할 일이 있어 별식을 먹으러 가는 게 아니고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뜻입니다.

부부만 식사하는 경우가 흔한데 둘이 먹자고 찌개 끓이고 생선 굽고 뭐하고 하는 게 번거롭다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동네 무슨 무슨 식당에 가 7000원 정도 하는 메뉴 두 개 시켜 먹는 게 사실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주변 지인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밥 먹는 건 주말에 한두번 정도이지 싶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외식비는 늘어난 대신 교육비는 줄어들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저는 여기에 핵가족화와 1인가구의 증가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KEB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의 핵심 내용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 가구 소비 지출에서는 식료품 구입비가 27%로 가장 비중이 컸는데 2018년에는 14%로 팍 떨어졌습니다.

수치에서 나타나듯 그야말로 절반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사람이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외식 및 숙박 지출은 같은 기간 8%에서 14%로 그만큼 팍 뛰었습니다.

연구소도 특히 전체 가구중 1인가구 비중이 16%에서 29%로 급증한 현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교육비 비중은 2009년 14%에서 지난해 7%로 이 역시 반으로 줄었습니다.

가르칠 자녀가 없는데 교육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언젠가 이 코너에서 동남아 사람들 아침도 사다 먹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 우리도 곧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HMR이 뜬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Home Meal Replacement라고 우리말로는 가정식 대체식품인데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기도 하고, 정말 없는 것 없이 다 있습니다.

세태의 변화이니 거스르기는 힘들겠지만 하여간 제대로 된 집밥 먹기 힘든 세상이 오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O..."당신은 진정한 프로골퍼입니다. 골프의 심판은 플레이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특히 아마추어들에게 있어 골프는  '악마의 유혹'을 받기 쉬운 스포츠입니다.

동네 축구도 몇 명 관중은 있는데 이건 관중도 없고, 어떨 때 보면 동반자 세 명은 저기 딴 쪽에 있는데 공 좀 움직인다고 누가 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친구들과 내기를 세게 하고 있는데 엄청 돈 터진 상태에서 잘 맞은 드라이버는 가 보면 꼭 디봇에 예쁘게 들어가 있습니다.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지요.

"조금 내놓고 쳐. 오랜만에 잘 맞았는데...봐줄게" 라는 친구들 배려(?)로 자존심 상하면서도 이걸 꺼내놓고 치면 와! 정말 제대로 안 맞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규정을 어기고 있음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동반자들이 알지 않습니까.

저는 그나마 규정을 알고 지키는 백돌이가 심심하면 잔재주 피우는 싱글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소신(?)을 나름 갖고 있습니다.

위 사진속 선수는 러셀 헨리(Russell Henley·30)라고 PGA투어에 2011년 들어온 미국 프로골퍼입니다.

엄청 유명한 선수는 아닌데 세 번의 투어 우승 경력도 있습니다.

이 친구가 양심적인 플레이로 화제 인물이 됐다는 외신이 들어왔습니다.

어찌 보면 규정을 철저히 지킨 것에 불과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뉴스가 되는 걸 보면 프로의 세계에서도 양심과 매너를 지키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겠지요.

헨리는 멕시코에서 열린 마야코바 클래식 2R에서 6오버파 77타를 기록, 컷 탈락했습니다.

이날 헨리의 원래 스코어 카드에는 2언더파 69타가 적혀 있어 컷 통과는 일도 아니었지만 경기후 '규정을 어겼다'고 신고, 8벌타를 받아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마무시한 규정 위반도 아니고,한 경기에선 동일 브랜드, 동일 모델 공을 써야 한다는 '원 볼(one ball)' 규정때문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팬 들에게 사인 볼을 주다가 알게됐다는데 TV광고에도 많이 나오는 타이틀리스트사(社)의 'ProV1' 가운데 'ProV1x'가 한 개 섞여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헨리의 결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진심어린 경의를 표했다고 합니다.

어떤 캐디는 "헨리를 통해 골프라는 스포츠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반성(?)과 함께 공감할 것입니다.

규정 준수와 매너가 비단 프로에게만 국한되는 덕목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터치 플레이를 정말 밥먹듯 하면서 싱글을 자랑하는 골퍼도 봤고,'알까기'에 대비해 원 볼을 대여섯개 갖고 다니는 플레이어도 봤습니다.

동반자들이 정말 모르는 줄 아는 것 같기도 한데 모두 하도 어이가 없어 말을 안 하는 것 뿐입니다.

영국 R&A고 미국 USGA고 많은 골프 룰 개정작업을 했는데 원 볼 조항도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아마추어지만 드네요.

미스터 헨리! 젊은 골퍼지만 충심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TV중계 볼 때 팬으로서 지켜 보겠습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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