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 마을재생 전문가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전문가 칼럼_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경제학자들은 이미 대한민국에 만성형 경제위기가 왔다고 한다. 디플레이션 여부를 따질 때 보통 ‘GDP 갭률’이라는 수치를 사용하는데, 이 지표가 마이너스가 되면 사실상 경제 전체의 투자와 소비, 신규 고용이 부진한 디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이다.

한국의 GDP 갭률은 지난 9월 기준으로 -0.875% 수준이다. 일본이 -0.161% 수준이니까 한국은 일본보다도 훨씬 경제 전체의 총수요 상황이 좋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매상고에 시달려야 하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과 저소득층들에게 큰 피해가 초래된다.

전국 아연 시장에서 약 85% 비중을 차지하는 공장을 한꺼번에 없앤다 치자. 그러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또 벌어질까? 그런데 이런 ‘신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바로 영풍 석포제련소를 없애 버리라는 환경운동가들이다.

이들이 활동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됐다. 2014년 당시 국회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안동댐 상류 오염원 주범으로 석포제련소를 지목하면서 경상북도와 대구시 주민들의 부정적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물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영남의 주민들이 어느 제조업체와 관련된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지자 불쾌한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환경부까지 나서서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된 집중 점검을 통해 먼지떨이 식 조사가 이어졌다. 영풍 측은 지난 5월 환경부로부터 120일 조업정지 통보를 받고 사실상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주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경상북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간에서 상당히 난감한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2일 봉화군 읍내에서 열린 석포제련소 폐쇄 반대 집회에서 한 경북도의원이 발언한 내용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박현국 경북도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운명을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환경단체의 입장 그대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박 도의원은 “입법(立法)을 통해 석포제련소의 앞날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주장이 최근 영풍과 관련된 가장 합리적인 논의라고 본다. 환경단체 입장을 거부하지 못하는 환경부, 산업이 파괴될까 우려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상북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려면 국회 이상의 공론화 기구가 없다. 영풍 문제에 대해서는 환경노동위원회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 그리고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함께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제련소 가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논란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 효과까지 복합적으로 토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균형 잡힌 대안이 도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제조업 시설 하나를 없애라는 환경단체의 무정부주의적인 주장을 정부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마지막 중재자와 조정자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1차적으로 유발하는 생산 효과가 1조8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땅을 파도 이만큼의 돈이 안 나온다. 만성 경제위기 시대에 정부가 지혜로운 대안을 선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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