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동네 일식집이 극일(克日)의 대상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 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어디 멀리 간 것은 아니고 아내와 야구장, 쇼핑몰 , 영화관 등을 당일치기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특히 냉방이 잘 되는 쇼핑몰은 정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밥을 먹기 위해 한참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목요일인가 가끔 가는 동네 조그만 일식집에 저녁때 들러 생선초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하도 날이 더워 그런가, 손님이 별로 없어 주인에게 인사치레로 물었습니다.

"사장님. 휴가들을 많이 가서 그런가, 손님이 뜸하네요"

"아니에요. 장사 한 두 해 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사람들때문에 정말 우리집 매상도 팍 줄었습니다"

"에이, 사장님이 일본 사람도 아니고...음식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뭔가 묘한 기분이 든대요. 뭐하러 같은 돈내고 찜찜하게 먹냐고 하는 데야..."

"그럼 저희는 뭡니까. 나라 걱정 1도 안하는 사람들입니까.(웃음) 곧 좋아지겠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자주 팔아 주십시요"

신문과 TV 뉴스가 '일본'으로 시종하는 가운데 무언가 '비정상'이 '정상'으로 변환되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난달 국내 주요 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가 지난해 동기보다 1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까닭입니다.

국내 주요 5개은행의 지난달 엔화 환전 규모는 158억엔(1725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23억원보다 크게 줄었는데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에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답니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달 초부터 중순이 시작될 때까지는 은행별로 3%에서 4% 가량 늘었었고 특히 KEB외환은행 같은 경우는 무려 38.5%나 급증세를 보이던 것이 일본 정부의 발표 직후부터 그야말로 확 돌아섰다는 점입니다.

여행을 취소할 수 없어 일본에 갔던 사람들도 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글자 그대로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올 정도였다고 보도도 많이 나왔었지요.

8월 통계는 당연히 내달에나 집계가 가능하겠지만 보나마나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가 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여기에 썼듯 이쪽에서 저쪽을 안 가는데 저쪽 사람들이 이쪽을 온다는 것도 정서상 힘들겠지요.

아베 신조 정권의 노림수가 대충 뭐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대개 파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문외한이 봐도 단기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일일듯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일본 문화를 기반한 생업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것을 재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을 정도의 엄중한 상황입니다.

아주 뜨겁고 힘든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O..."어린 나이에다 신인인데...참 잘했습니다.축하합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끝난 올해 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브리티시 오픈은 골프팬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대회였습니다.

챔피언조에는 오는 11월 만 스물한살이 되는 일본의 루키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고진영과 박성현이 있어 "골프 한일전이 벌어지나?"하며 기대를 모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한국의 원투펀치중 한 사람이 우승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새벽까지 TV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18언더파 270타를 친 시부노 히나코의 우승 그리고 한 시즌 메이저 3승의 기대에 부풀어 있던 고진영의 16언더파 272타 3위였습니다.

고진영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99% 만족하는 플레이를 했다" 고 표현할 정도로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버디 6개에 노 보기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어린 친구는 치명적인 더블 보기를 범한 후에도 전혀 흔들림없이 치고 올라와 마지막날 4타를 줄이면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것도 별명이 '스마일 신데렐라'라 그런지 신인답지 않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말입니다.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골프는 내가 아무리 잘 쳐도 더 잘 치는 남이 있으면 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못쳐도 남들이 나보다 더 못치면 이기게 되지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합니다.

고진영 프로가 못 친 게 아니고 이 친구가 더 잘 쳤을 뿐입니다.

그런데 하필 한일관계가 요즘 같은 때 중계를 보고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정말 어리고 앳된 친구인데 잘 한 경기라 축하를 해줘야 하는데, 뭔지 마음이 편편치를 못했습니다.

지난해 프로테스트를 통과,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신인인 시부노는 지난 5월 일본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일본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답니다.

이번 시즌 살롱파스컵을 포함해 JLPGA 투어에서 2승을 따내 상금 랭킹 2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게 됐고  더구나 외국 대회 출전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네요.

그런 그가 '골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당연히 거의 없었겠지요.

골퍼들 말로 '그 님이 오신 날' 이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홀인 18번홀에서의 그의 퍼트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약 6m 가까운 버디 퍼트였는데 안들어 갔다면 거의 버기(?)가 분명할 정도로 강한 퍼트를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서 그런가, 뭘 몰라서 그런가"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긴 컷 통과가 목표였던 대회에서 마지막날 챔피언조로 플레이을 했으니 별다른 욕심이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버디 퍼트는 '샷 오브 더 데이'에 선정됐습니다.

일본 선수로 1977년 히구치 히사코 이후 42년 만에 메이저 정상에 오른 시부노는 "마지막 퍼트를 넣으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면서  "이제 사람들이  알아볼 텐데 사실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고 다소 엉뚱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부노는 경기를 마친 뒤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먹으며 기자 회견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 때의 성공이 아니라 롱 런 한다면 많은 팬을 확보할, 재미있는 선수이지 싶습니다.

1998년 봄과 여름 루키로 맥도널드 챔피언과 US오픈 등 메이저를 거푸 우승했던 박세리 프로를 일본의 루키가 생각나게 했습니다. 잘 했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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