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에 출시 연기 의사 표명...미 정부, 보안 위협으로 인식

페이스북의 자체 가상화폐 ‘리브라(libra)’.(자료 사진) 2019.7.17/그린포스트코리아
페이스북의 자체 가상화폐 ‘리브라(libra)’.(자료 사진) 2019.7.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페이스북의 자체 가상화폐 ‘리브라(libra)’가 지난 15일부터 연일 미국 행정부와 의회, 금융권의 집중 견제를 맞아 출시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에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해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 등 플랫폼에서 공급할 계획이었다. 전세계 30억명의 이용자들이 환전과 수수료 없이 거래, 송금 등 금융 서비스를 누리는 구상이다.

그러나 리브라에 대한 미국 제도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리브라는 신뢰성이 없다"면서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고 싶다면 다른 은행처럼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의 디지털 화폐는 자금 세탁과 테러 용도로 쓰일 수 있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며 "실제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사이버 범죄, 탈세, 랜섬웨어, 마약, 인신매매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백기를 들었다. 15일미국 언론사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자회사 캘리브라는 '규제 우려가 해소돼 적절한 승인이 있을 때까지 리브라의 발행을 유보하겠다'는 입장문을 미 상원에 제출했다.

유보 의사를 밝힌 뒤 이어진 의회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에 대한 질타는 끊이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16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탄을 받았다.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시도가 매우 성급했다는 것이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페이스북은 위험하다. 페이스북은 과거 잇따른 스캔들로 우리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계속 추진할 경우 의회에서 리브라에 대한 법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마사 맥샐리 공화당 의원은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한) 제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 대신에 또 다른 사업 모델을 벌리고 있다"면서 신사업 이전에 신뢰관계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미 제도권이 자사의 가상화폐 진출은 막아도 다른 사업자가 진입하면 안보 위협은 계속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규제에 협조적이고 미국 회사인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또 리브라 도입이 가로막힐 경우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마커스 캘리브라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만약 미국 회사가 디지털 화폐와 결제산업에서 혁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우리와 가치관이 다른 외부 사업자가 통제하는 디지털 화폐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런 경우 해외 사업자는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의 제재 밖에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리브라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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