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그렇다면 괴롭히는 주체가 직장의 대표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고참이 말하는 것은 신의 그것과 같다. 기차 바퀴가 세모다 하면 세모인 거다. 알겠나"

"아으악, 알겠습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군 시절, 뭣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무수히 맞았고 무수히 팼습니다.

못 때리겠다고 버틴 적도 있었지만 대개 영화에서 보는 그 장면대로 됐습니다.

"선배가 이야기하는데 토 다는 후배는 이 생활 못합니다. 잘 때도 기억하도록.알겠습니까"

"넵, 명심하겠습니다"

지성이 불타고 토론이 춤추는 줄 알고 희망에 부풀어 입사한 신문사도 문화는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갑질을 당했고 마찬가지로 많은 갑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군사정권하여서 그랬으리라 지금은 생각하지만 '갑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교육받고 훈련받은 대로 성장하는 존재여서 그런지 몰라도 '상명하복'은 그래서 늘 저를 지배하는 기본 정신이 됐고 지금도 사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16일 그러니까 오늘부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많이들 보고 들으셨겠지만 취지는 참 좋은데 참 명문 규정이 애매모호합니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면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하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켜야' 해당이 된답니다.

무 자르듯 감이 잡히시는지?

그런 이유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야기가 당연히 나오고 있지요.

고용노동부가 더 세분화된 지침을 만들어 배포한다고 합니다만 아무리 봐도 이건 선언적 의미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갑질을 회사에 신고하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근무지 변경,유급휴가등을 허용해야 하고 가해자는 징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회사 대표가 이에 해당되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거의 퇴사를 각오하고 고소, 고발로 가라는 것인가요.

2015년 3월 이른바 '김영란법'이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를 그동안 많이 변화시켰듯 이 법도 세월이 흐르면 우리 국민의 의식 개선에 크든 작든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경우의 수가 수천,수만가지가 넘을텐데 사람이 무슨 수로 그것을 정리, 명문화한단 말입니까.

갑질이라는 단어를 우리 사회에서 추방시키는데 초석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후래자  삼배'도 해당된다니까 조심하시고... 아! 친구나 동료는 해당없겠네요.

참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란 법은 없습니다. 언론들이 국민들 이해를 위해 편의상 붙인 이름이고,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근로기준법입니다.

 

O..."저번엔 양파,마늘을 먹어야한다더니 이번엔 삼겹살이 추가됐습니다'

지난 4월초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치사율이 사실상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미 베트남과 중국이 엄청남 양의 돼지를 매몰시키던 때라 정부 농민 그리고 온 국민이 바짝 긴장했습니다.

3개월후인 지난 10일 이 장관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한돈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삼겹살 소비를 늘려달라"고 대국민호소를 한 것입니다.

석 달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이시듯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다행히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아 산 돼지를 매몰하는 그런 비상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걱정했던 큰 불이 일어나지도 않은데다 몇년간 수년간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농가들이 사육두수를 크게 늘렸는데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이달현재 전국의 돼지사육두수는 1150여만마리인데 이같은 수치는 5년전인 2014년보다 무려 200여만마리나 늘어난 숫자랍니다.

한 마디로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전국적으로 '회식' 자체가 줄어든 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고 미국산과 호주산으로 대표되는 수입쇠고기 소비 확대도 이유라면 이유랍니다.

바로 얼마전엔 양파와 마늘 가격이 폭락, 농민들이 너무 힘들어하니 소비량을 늘려주십사 해서 캠페인을 꽤나 벌였는데 이번엔 삼겹살이라...

이번 여름 휴가에는 애국하는 셈치고 불판에 돼지고기와 양파,삼겹살을 한껏 올려놓고 구어 먹어야 하는 건가요.

당국자들도 참 답답하시겠지만 매번 국민들의 애국심에만 호소를 하니 IT 강국 한국으로서는 참 면이 안서는 형국입니다.

갑자기 1960년대 어느날인가  국무총리가 TV에 나와 '건강을 위해 혼식과 분식을 생활화합시다'라며 대국민호소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긴 그 때는 씰이 부족해 그랬던 것을, 많은 어른들이 "정말 정부가 국민들 건강까지 챙기면서  식생활 걱정까지 하는구먼" 말씀하시던 기억도 선명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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