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한전' 어플 아파트 세대별 전기 사용량 조회…개인정보보호 저촉 가능성

 
 

 

아파트 도로명 주소만 알면 아무나 '스마트 한전'에서 직전 3개월치 전기사용량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이재형 기자) 2019.6.28/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 한전'에서 직전 3개월치 전기사용량 정보를 조회한 화면.(이재형 기자) 2019.6.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한국전력이 ‘스마트 한전’ 어플에 추가한 아파트 세대별 전기 사용량 조회기능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어플의 본인확인 절차에 구멍이 뚫려 아무나 다른 집의 전기사용량과 전기요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 14일 ‘스마트 한전’ 어플에 ‘우리집 전기요금 미리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해당 달과 직전 3개월의 전기사용량 및 예상 요금 등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어플에서 전기사용정보를 조회하려면 해당 세대의 고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가령 ‘○○시 △△아파트 101동 101호’의 전기사용량을 조회하려면 ‘△△아파트’의 고객번호를 알아야 한다. 문제는 어플이 아파트 고객번호 정보를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쉽게 공개하는데 있다.

통상 어플에서 고객번호를 조회하려면 고객 성명과 생년월일, 성별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인주택은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성명 등 정보를 몰라도 아파트 소재 지역명과 도로명 주소만 입력하면 아무나 해당 아파트의 고객번호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알아낸 아파트 고객번호와 아파트 동/호수를 입력하면 세대별 ‘전월지침’이 공개된다. 전월지침은 지난 검침일까지 해당 세대의 전기 계량기에 기록된 전력 사용량 누계다.

문제는 전월지침 밑에 그 세대의 현재 계량기 값을 입력하면 해당 가구의 직전 3개월간 전기 사용량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계량기 값은 각 세대에 설치된 계량기를 직접 봐야 알 수 있지만 실제 값을 몰라도 아무 수치나 입력하면 해당 세대의 직전 3개월 전기 사용량 정보가 뜬다. 물론 이 전기 사용량 내용을 전기 요금 공식에 대입하면 전기요금도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에 아파트 이름만 검색해도 특정 아파트 단지의 도로명 주소와 세대 정보는 알 수 있다. 본지에서 확인한 방식으로 어플을 사용하면 사실상 누구나 휴대폰으로 남의 집 전기 사용 내역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전기사용 정보가 일반에게 공개된 사실로 인해 한전이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1항은 성명 등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즉 특정성을 가진 정보를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정보 단일로는 특정성을 띄지 못해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면 알아볼 수 있는 경우도 개인정보로 인정된다.  

‘△△아파트 101동 101호는 지난달 전기를 100kWh 사용했다’라는 전기사용정보 자체는 개인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주변 이웃처럼 해당 가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들어가면 개인정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전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소홀하게 다룬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가구의 전기 사용량 정보는 본인에게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며 본인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을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게 맞다”면서 “스마트 한전 어플에 대한 관련 쟁점을 확인했고 내부 협의를 통해 조만간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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