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다양성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인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의 모습. 2019.6.28/그린포스트코리아
맛과 다양성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인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의 모습. 2019.6.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맥주는 이름을 가지지 못한 술이었다. “여기 500 두 잔이요”, “3000 피처 하나 주세요" 등 용량으로 불리기 일쑤였다. 주류업체별로 브랜드는 달랐지만 맥주의 맛보다는 꿀꺽꿀꺽 마시며 시원함을 즐기는 아메리칸 페일 라거의 범위를 벗어난 맥주는 찾기 어려웠다.

해외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맥주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행이나 유학을 하며 해외를 경험했던 이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외국에서 마셔봤던, 국산 맥주와 맛과 향이 달랐던 수입 맥주를 찾았다. 한-EU FTA, 한-미 FTA 등이 체결되며 시작된 ‘4캔에 만원’ 프로모션은 수입맥주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월 수입량이 약 1만728톤에 불과했던 수입맥주는 지난달 세 배에 가까운 약 3만2159톤이 수입됐다. 소비자들이 지닌 수입맥주를 향한 인식이 구매행동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초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0%는 국산 맥주가 아닌 수입맥주를 선택한 이유로 '맛'을 꼽았다. 가성비(16.0%), 가격(14.4%), 브랜드(13.6%) 등이 뒤를 이었다. 만족도를 묻는 7점 척도 질문에는 다양성(5.35점), 맛(5.3점), 가격 대비 맛(5.23점) 등 후한 점수를 줬다. 재구매 의향도 5.49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지난달 가장 많이 수입된 맥주는 일본산 맥주로 나타났다. 약 7248톤이 수입됐다. 전체 수입맥주 가운데 약 22.5%의 비중을 차지했다. 약 3320톤이 수입되며 전체 수입맥주(약 1만728톤) 가운데 약 30.9%의 비중을 차지했던 지난 2014년 5월과 비교하면 같은 1위긴 하지만 무게감은 떨어진 모양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맥주 수입량은 크게 늘어나며 수입중량 기준 2014년 5월 5위에서 지난달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 2014년 5월 약 859톤에 그쳤던 중국산 맥주 수입량은 지난달 약 4570톤까지 치솟았다. 차지하는 비중도 약 8%에서 약 14.2%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업계는 ‘양꼬치에는 칭따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양꼬치, 마라탕, 꿔바로우 등 중국 음식이 인기를 끌며 중국 맥주를 찾는 수요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맥주의 공세에 국산 맥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조금씩 밀려나는 중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국세통계 2차 조기 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국산 맥주 출고량은 182만4000㎘로 2016년(197만9000㎘)에 비해 약 7.8% 감소했다. 2013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내년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주류세 기준이 바뀌면 국산 맥주는 경쟁력을 다소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는 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세금을 부과하는 체계가 불공정해 맥주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하면 페널티를 물게 되는 구조”라며 “종량세로 전환되면 산업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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