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단체들 ‘전기요금 개편안 시민사회 토론회’ 열어
"기후변화·에너지 전환 등 본질 문제 가린 측면 있다" 지적도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 토론회’가 19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6.19/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 토론회’가 19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6.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여름철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18일 가정용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으로 결정됐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초점이 어긋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등 사회적 의미를 담지 못한 데다 가정용이란 틀에만 갇혀 있다는 것이다. ‘민생’ 관점에서 정부 개편안이 서민 경제에 주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 토론회’가 19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에너지시민연대와 에너지기후포럼이 주최하고 에너지정의행동이 주관했다.

전날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하계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안을 채택했다. 누진제 TF는 전기요금 부담 완화 혜택이 가장 많은 가구에게 돌아가고 여름철 수급관리에 누진제 기본 틀이 필요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날 전기요금 쟁점들이 누진제 완화 논의 뒤에 가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전력 도매·소매 가격에서의 불투명한 운영이 요금 체제의 본질적 문제이지만, 한시적인 차원에서의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1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점이 전기요금 원가공개와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세 개편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한국전력이 정보를 공개해야 요금 설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전이 하반기 공개하기로 한 전기요금 원가의 투명한 공개와 치밀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기후변화·에너지 전환 등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려면 독일·덴마크처럼 전기요금에 세금이 도입돼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우리보다 3배 비싸다고 알려진 독일의 전기요금 절반은 세금으로 이를 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 독일처럼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품목별로 나눠 명시하자는 의견도 이어졌다.

2017년 기준 국가별전기요금 기준. (한전경영연구원 제공)
2017년 기준 국가별전기요금 기준. (한전경영연구원 제공)

이 대표는 “매년 수조 원씩 사용하지 않고 묵혀두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개혁으로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며 “누진제가 철폐되면 1000만 가구 정도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데도 모두 싸질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있는 프레임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자력발전과 석탄 발전 비중이 70~80%인 한국 전력 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꼽았다. 이를 통해 적절한 수요관리를 이루고 에너지효율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에너지 소비 감소 추세를 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한국은 평균 2.7%의 에너지 소비 증가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길을 걸어온 점도 비판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5.73toe(석유환산톤)으로 OECD 국가 평균인 4.10toe보다 40%가량 많다.

양 처장은 “부담금과 세금을 50% 이상 부과하면서 높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던 덴마크는 지난해부터 요금 인하 정책을 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이뤄 더 비쌀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한전 측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려면 전기요금 현실화와 에너지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는 대전제에 공감했다. 이번 누진제 개편안 역시 미봉책이나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이례적인 폭염이 찾아온 지난해 여름 등 일반 가정에서 느끼는 고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임낙송 한전 영업계획처장은 “전기요금 원가는 총괄원가뿐 아니라 구성 요소들을 명시해 하반기 전기요금 영수증에 고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처장은 전력요금 판매단가가 현실성 있게 인상되지 않았다는 현실도 짚었다. 1인당 전력소비량이 2016년 기준 1만1776킬로와트시(kwh)인 미국은 이중 4360kwh가 주택용인 반면 한국은 1만96kwh 중 주택용 전력소비량이 1342kwh에 불과하다.

국민소득 증가 추세를 전기요금 단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1999년 1223만원이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지난해 3449만원으로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kwh당 103.07원에서 2013년 127.02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기준 106.87까지 다시 떨어졌다.

임 처장은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이 많은 건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써서라기보다는 산업용이나 농업용의 비효율적 사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전기요금 논의가 누진제에만 몰두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로서는 민생 측면에서 최선의 안을 내놨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진걸 민생문제연구소장은 “에너지 위기를 모르지 않는 데다 민생 때문에라도 절약하는 서민들의 노력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7~8월 폭염 때만이라도 깍아 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이어 “아끼는 서민과 대비해 야간에도 빌딩 불을 다 켜놓는 사례가 있다. 상업 공간 등에 징벌적 요금제 적용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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