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가방' 에코백…정말 '에코'한가요?
'친환경적인 가방' 에코백…정말 '에코'한가요?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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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은 비닐봉투의 대체품으로 등장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에코백은 비닐봉투의 대체품으로 등장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씨(30대)의 서랍에는 총 다섯 개의 에코백이 들어 있다. 두 개는 필요에 의해 산 것이고, 세 개는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다. 직접 구매한 두 개는 종종 사용하지만 나머지 세 개는 ‘계륵’이다. 다른 사람에게 주자니 기업체 이름이 떡하니 쓰여 있어 곤란하고 버리면 곧 쓰레기라 고민이다.

A씨는 “처음 에코백을 살 때는 가방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말한다. 

#패션을 전공한 B씨(30대)는 최근의 ‘에코백 열풍’에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가방만을 에코백이라고 불렀다면 요즘에는 네모난 모양에 긴 손잡이만 달리면 다 에코백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서다. 심지어 수 십 만원짜리 고가 에코백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서 ‘에코백은 정말 에코(ECO)한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최근에는 헌옷을 직접 에코백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에는 헌옷을 직접 에코백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시작은 비닐봉투 줄이기 

에코백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가방’을 뜻하는 ‘에코(ECO)’가 아닌 ‘에코백’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패션 트렌드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처음 에코백은 1990년대,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에코백의 의미는 ‘동물의 희생과 환경파괴가 적고 사회적이며 윤리적인 가치를 지닌 가방’으로 굳어졌다. 에코백의 소재로 안 입는 옷이나 천이 활용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대형할인점이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의 무상제공 또는 판매를 금지시키면서 확산됐다. 무난한 디자인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 높은 실용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에코백이 인기를 얻으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다양화 과정에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에코백이 등장하거나, 에코백 자체가 하나의 패션 트렌드가 됐다는 데 있다.

얼마 전 배우 공효진이 사용해 유명해진 ‘공효진 에코백’은 엄밀히 말하자면 에코백이 아니다. 가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태가 일반적인 에코백과 같다는 이유로 ‘공효진 에코백’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2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함’의 범주에서도 벗어나 수 만원, 수십 만 원 대의 명품 에코백도 나오고 있다. 

쌓여있는 에코백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쌓여있는 에코백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에코백은 정말 에코한가

최근 영국 환경청은 면으로 만들어진 가방을 131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에코백의 수명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숫자다. 수 천 번 사용이 가능한 재질이라 해도 특성상 사용자의 심리적 만족도가 떨어지면 곧 폐기처분된다.

‘쓸데없는’ 에코백도 문제다. 에코백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돼 많은 기업들이 판촉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제품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확률은 극히 낮다. 기업명이나 홍보 문구가 쓰여 있어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코백의 소재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면 자체는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이 맞다. 그러나 면을 재배할 때 사용되는 살충제나 화학비료는 연간 1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사막화,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면의 생산 과정에는 적어도 8000가지의 화학제품이 사용되며, 전 세계 농약의 25%도 면 재배에 투입되고 있다.

이런 면의 대체제로 유기농 면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 문제 때문에 전체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이나 개인을 중심으로 ‘진짜 에코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에코백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제작과정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친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은 홍보에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에코백’을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일 것이다.  

hmy10@greenpost.kr